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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Aug 22. 2020

고양이 쌍쌍파티

여진이와의 첫 만남

6월 12일 금요일


저녁시간에 아빠가 집 밖에서 검은 고양이 네로​를 발견하셨다.

네로는 올블랙처럼 보이지만, 턱부터 이어지는 배 전체가 하얗고 흰 양말을 신은 것처럼 발이 하얗다.

사잇길에서는 궁예​가 출현했다.

사잇길에 조금 앉아있다가, C동 앞으로 걸어왔다.

궁예는 아파트 현관으로 향하는 길에 엎드려서 졸고 있었다.

조금 지나자, 두 마리 모두 C동 옆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 있었다.

네로는 겁이 많은지 도망가기에 바빴으나,

궁예는 사진을 찍자 뒤로 돌아 포즈를 취해주는 등 모델이 따로 없었다.

그때까지도 이름이 따로 없어서, 우리는 궁예를 점박이라 부르고 있었다. 눈처럼 하얀 털에 강렬한 까만 점이 있고, 수박씨 같은 눈동자는 노란색으로, 참 매력 있게 생긴 고양이였다.

2시간 후쯤, 운동기구가 있는 G동 뒤에서 호랑이​를 발견했다.

맞은 편인 F동 뒤뜰에는 호랑이의 벗 덕이​가 있었다.

서로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그때까지만 해도 덕이의 털이 더러운 것이 비를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땐 덕이의 이름이 따로 없어서 ‘비 맞은 냥이’라고 불렀다. 덕이는 볼 때마다 거의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몸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낙천적인 성격인 것 같다.

사진을 찍으려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울타리 밖으로 달아났다.

반면, 호랑이는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았다. 이때부터 호랑이의 모델 기질이 드러났던 것 같다. 나와 아빠는 호랑이를 가장 예뻐했다.

그날 저녁,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급식소 앞에서 찰리​를 만났다.

찰리는 당시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였는데, 코에 점이 있는게 귀엽다고 하셨다.

찰리가 앉아있던 맞은 편의 계곡에는 궁예의 형제로 추정되는 여진이가 있었다. 당시에는 고양이를 잘 구분하지 못해서 궁예겠거니 생각했지만, 머리에 변발이 있어서 ‘여진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흰색 고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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