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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Aug 28. 2020

고양이들의 아침

네로, 다름이, 호랑이, 궁예

6월 18일 목요일


밤의 호랑이와 아름이

전날 밤 계곡에서 마주친 호랑이​와 이틀 전 급식소에서 만난 아름이​. 사실 서로 다른 두 마리의 고양이인데, 당시에는 같은 고양이인 줄 알았다. 때때로 호랑이를 아름이와 착각했다.

낮의 호랑이

날이 밝을 때는 호랑이의 얼굴이 용맹해 헷갈리는 경우가 적은데, 어두워지면 동공이 커지며 까만 눈동자로 변해 호랑이도 아름이처럼 귀여운 얼굴로 변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호랑이와 아름이로 인해, 점차 고양이를 사랑스러운 존재로 생각하게 되었다.

아침의 네로와 다름이

날이 밝아 아침이 되자, 어젯밤 호랑이와 궁예​가 머물던 계곡에 네로와 다름이​가 나타났다. 이 동네엔 캣맘이 두 분이 계신데, 그중 긴 머리 캣맘분이 딸과 함께 고양이 아침밥을 챙겨주러 오셨다. 붙임성이 좋은 네로는 야옹야옹하며 캣맘 가족을 졸졸 따라다니며 재롱을 피우다가, 품에 안기기까지 했다. 네로는 다름이와는 달리 집고양이처럼 꼬리를 들고 다니며, 사람을 잘 따른다.

나는 이틀 전 사잇길에서 봤던, 네로와 다름이의 사이좋은 모습이 떠올라 가족들에게 네로와 다름이가 사귀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둘은 언제나 함께였다.

난 미묘라고 생각했던 아름이가 다름이인줄 알고, ‘난 여우가 제일 좋아’라고 생각했다. ‘여우’는 당시 다름이의 이름이었다.

아침 먹는 호랑이

아빠가 급식소에 갔다가 호랑이가 밥 먹는 모습을 보셨다. 사진을 찍자, 호랑이가 뒤를 돌아봤다. 아빠는 “여우가 혼자 밥 먹는다”라고 하셨다.

아직 호랑이와 아름이, 다름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할 때였지만 날이 밝았기 때문에 사진 속의 치즈 태비가 호랑이라는 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쟤 호랑이예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엄마가 호랑이는 참 카리스마가 넘친다고 하셨다.

조금 후, 호랑이는 친구를 부르듯 “야옹야옹” 하더니 사라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자리에 없던 덕이​를 찾았던 것 같다.

반려자 없이 ‘독고다이’인 궁예는 계곡에 홀로 엎드려 있었다. 마치 수련이라도 하는 것처럼. 전날 밤에도 계곡에 있었는데​, 그곳에서 꼬박 밤을 새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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