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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Sep 03. 2020

염소를 닮은 궁예

불한당과의 첫 만남

6월 19일 금요일


길냥이 유튜버 haha ha​님의 ‘새로운 대장 고양이가 된 뚱땅이’라는 영상을 봤다. 고양이들 간의 서열이 주제이다. 마침, 전날​ 밤 아파트 길고양이들이 서열 싸움을 했는지 엄마가 아기가 우는 듯한 소리를 들으셨다고 한다.

카페에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에 짐을 놓기 위해 잠깐 집에 들렀다. 급식소 근처에 염소 한 마리가 보였다. 궁예​였다. 호랑이와 여우​ 등 동물 이름을 붙인 고양이들이 많아서 궁예도 ‘염소’라는 이름을 붙일까 고민할 정도로 이 날따라 염소와 닮아 보였다.

이때만 해도 궁예는 찰리​와 늘 붙어 다녔는데, 언제부턴가는 도통 함께 다니지 않는다. 궁예와 찰리의 사이가 한창 좋았을 때는, 계곡 바닥에 앉아있던 찰리에게 다가가 궁예가 코 인사를 해주었다.

카페​에서 저녁을 먹으며 책을 읽다가, 산책 나오신 부모님이 근처를 지나가신다고 해서 밖으로 나왔다. 카페 주변에도 길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다. 먹을 것이 풍족한 우리 동네와는 달리, 늘 배고픈 상태로 지내는 것 같았다. 사람에 익숙지 않아 다가가면 멀리 도망갔도, 보도 블록 틈새에 솟아난 잡초를 뜯어먹었다.

급식소 근처의 불한당

집에 들어가기 전에 급식소 주변을 둘러봤다. 오늘 밤엔 어떤 고양이가 있을까.

낯선 고양이 한 마리가 뒷다리로 귀를 긁고 있었다. 마치 검은 모자를 쓴 듯한 젖소종 고양이였다. 눈은 짝눈이었고, 예쁘다고는 할 수 없는 생김새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호감을 가지지 않았던 고양이였으나, 석 달이 지난 지금은 무척 정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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