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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Jan 21. 2021

음지에 핀 꽃

2016년 4월 13일 수요일


어느 봄날이었다. 후문 쪽으로 나가는데, 아직도 벚꽃이  찬란하게 피어있었다. 지난 주말부터 대부분의 벚꽃이 지고 파릇한 잎새가 돋아나고 있기에 꽃이 아직도 이처럼 만개한 건 이례적이었다.

모두가 잎을 떨어뜨릴 때 활짝 피어나는

왜냐하면 이곳은 볕이 거의 들지 않는 음지이기 때문이다. 꽃나무가 서 있는 곳은 아파트의 북쪽이고 뒤에는 상가들이 있어서 햇볕의 사각지대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볕이 들지 않는 음지이기에, 양지에 심긴 꽃보다 더 오래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모두가 필 때 만개했던 꽃보다, 이렇게 늦게 핀 꽃이 더 주목받고 아름다워 보인다.

3월의 꽃인 목련도 아직 한창이다

롱런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쉽고 빨리 정상에 서지 못하더라도 실망할 필요가 전혀 없다. 당장 내가 하는 일이 빛을 못 본다고 할지라도 하등 슬퍼할 이유가 없다. 회사에서의 성공이 내 인생의 성공도 아니며, A급 인재가 아니라고 해서 실패자도 아니다. 오히려 회사에 충성하느라 스스로를 잊고 방치하고 살아가는 게 인생에서 많은 것을 잃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빨리 피어났던 대로변의 꽃이 빨리 시들었다

나는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다.


                                음지에 피어난 꽃들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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