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간직한 곳
2016년 9월 3일 토요일
다자이 오사무 등 옛 문인들의 단골집이었다는 오래된 바에서 여행이 시작됐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기모노를 입은 여자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고 했다. 그곳에 가는 겸 근방의 다른 바에도 방문하기 시작했다. 이곳 때문에 도쿄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도쿄에 도착하자 헐렁했던 캐리어는 리쿼 샵에서 구입한 병으로 채워졌다. 무거운 짐을 호텔에 맡기고 첫 행선지이자, 여행의 계기가 된 그 오래된 바로 출발했다.
바에 가는 길에 무사복이 진열된 전통 상점을 보았다. 긴자에서 가장 역사 깊은 바인 그곳과 닮아있었다.
그 후 허름한 골목길에서 바의 입구라던 철제문을 발견했다. 처음에 문을 밀었을 때는 꼼짝도 하지 않아, 혹시 휴무일까 걱정했지만 다시 밀어보니 문이 열렸다.
바의 역사가 100년에 가까워 보였다. 다자이 오사무 등 옛 문인들이 사랑한 곳이라 그들의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일본 바엔 대부분 자릿값의 일종인 커버 차지가 붙는다. 그래도 여긴 커버 차지가 800엔이니, 근처의 1,800엔을 받는 다른 곳보다 훨씬 저렴했다.
나는 럼 베이스 칵테일인 헤밍웨이 스타일 다이키리를 주문했다.
헤밍웨이 스타일이라고 하여 매우 독할 줄 알고 잔뜩 긴장해 있었는데, 생각보다 새콤달콤했다.
커버 차지가 있으나, 칵테일 한 잔 가격은 1,400엔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양이 매우 적어서 누구 코에도 붙일 수 없었다.
옛날 바라 그런지, 바텐더도 손님도 모두 평균 연령이 높았다. 오너 바텐더는 사진에 있는 숀 코너리 닮은 할아버지인 것 같고, 다른 바텐더들은 모두 할머니셨다.
급격히 고령화된 일본 사회를 반영하는 듯한 모습이었으나 왠지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옆자리에 앉은 머리가 희끗한 단골손님을 보며, 젊을 때 다니는 바에 나이 들어서도 쭉 다닌다는 게 얼마나 멋진 것인지 얘기했다. 바텐더, 그리고 바와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하여. 그럼 바 자체가 개인의 역사이자 기록이 될 수도 있겠지.
"우리도 그런 바가 있으면 좋겠다."
D가 말했다.
사실 기모노 입은 여자들은 없었지만, 가게와 함께 세월을 간직한 나이 든 손님과 직원들이 큰 인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