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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연필 Mar 08. 2016

사랑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자신의 내면과 외면을 자각하게 해주는 감정

 고등학교 1학년이 될 때까지 매일 머리를 감지 않았다. 정확하게 '여자와 사귀는 사이'라는 관계를 얻기까지 감지 않았다. 간지러우면 감고 그렇지 않으면 감을 필요성을 찾지 못했다. 옷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신경 써봐야 교복일 뿐이다. 그땐 바지를 줄이는 게 유행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흔히 노는 애들이라 불리는 친구들과 같은 교복집에서 교복을 맞춰 입은 것이 내가 유일하게 옷에 신경 쓴 부분이다. 여자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잘생기거나 유머 있거나 축구를 잘하거나 돈을 잘 쓴다거나.. 여러 부분에서 해당사항이 없었고, 관심이 없는 건 당연했다.


 어느 날. 동네 여자친구가 딱 한 번 만 같이 가자라는 교회를 가게 됐고, 거기서 처음으로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게 됐다. 아마 나를 좋아하는 건가 라고 인지 할 때까지 그녀의 노력은, 노벨상을 받아도 충분했을 것이다. 눈치와 감이 없기로는 전교 상위권에 드는 놈이었으니. 이 후로 자연스럽게 녀석의 고백을 유도했고 둘은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 사랑하고 있다 라는 감정이 생기고부터 이 전과는 너무도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 매일같이 머리를 감았고, 교복의 청결함을 신경 썼고, 없는 용돈을 모아 사복을 사기 시작했다. 친구들에게 여자들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고, 여자 마음을 잘 아는 남자가 가장 매력 있다 라는 그녀의 말에 연애심리학 책을 읽기 시작했다. 머리스타일이 너무 착하다는 말에 유행하는 일본풍 콘셉트의 헤어숍을 갔고, 스킨로션도 안 바르는 놈이 왁스를 바르기 시작했다.


멋을 알게 됐고, 이쁘다를 알게 됐다.

하기 싫지만 좋아하는 모습에서

하고 싶지만 싫어하는 모습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푹 빠져버린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1년이라는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첫 연애를 마무리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맛본 녀석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변화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후의 시간들을 보냈다. 헤어진 이유가 아름답지 않아 분노하며 지냈지만, 곧 사귈 때의 기억들이 녀석을 외롭다까지 알게 했다.



 사람을 변화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자주 우리에게 등장하지만 미처 느낄 겨를도 없이 사라지거나, 항상 상주하고 있지만 그걸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서 우리는 그 중요한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기까지의 시간이 걸린다. 그 중요한 것은 '감정'이다. 각자 많은 감정에 대하여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감정 중에서도 마약이라 불리는 것이 있는데, 바로 '사랑'이다. 그 순서와 정도에 따라서 첫사랑이라 말하고 뜨겁고 차다라는 온도를 섞어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한다. 이 감정은 누군가로부터 자신을 맞춰가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우리의 주변을 시도 때도 없이 돌아다닌다. 바이러스와 다를 바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걸리기 전까지 각자 최고의 면역력을 가졌다가도 한 번 걸린 뒤로부터는 어떠한 백신으로도 면역력을 강화시킬 수 없다. 그만큼 중독적인 측면에서 최고의 감정일 것이다.


 사랑은 다 같은 종류가 아니기 때문에 중독된 자에게 주는 선물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그 다양함 속에서도 모두가 공통적으로 받는 패키지가 바로 '자신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자신을 변화하게 만드는 수많은 방법들이 있지만, 사랑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변화시킨다. 이게 다른 변화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 대부분 확률적 도전이라는 모험가 적인 변화가 아닌, 나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한 안정적인 변화들을 시도하고 있다. 사랑은 그 변화들 중에서 생각보다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이 뛰어나다. 펌웨어가 되어 수많은 업데이트를 받고 업그레이드되는 것처럼 기술적이며, 가시적인 부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제대로 된 사랑이라는 '주고받는 사랑'이어야 하지만, 생각보다 사랑을 무서워하고 피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자주 도전하라고 말하고 있고 그랬으면 좋겠다.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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