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

by B급 인생

“너 아냐? 별은 말이지...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없어.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

(.....)

“민수형. 잘 있어?... 천문대에서 별 볼 때 형이 그랬지?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면서... 와서 좀 비춰 주라... 응... 반짝 반짝 광 좀 내주라... 씨... 내 말 듣고 있어? 듣고 있으면 돌아와...”

영화 <라디오 스타> 중에서 가수 최곤(박중훈 분)과 매니저 박민수(안성기 분)의 대사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 별은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다. 고흐 형제가 그랬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신성림 역, 위즈덤 하우스, 2017)에는 두 형제의 관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평생을 형에게 헌신적이었던 동생 테오는 수호천사 같은 존재였다. 테오는 형에게 경제적 뒤받침만 아니라,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했다. 형은 힘들 때마다 동생에게 편지를 썼던 모양이다. 내성적이고 괴팍했던 성격을 받아줄 사람이 없으니, 하소연해 볼 상대는 동생뿐이 질 않았겠는가. 그럴 때마다 테오는 돈도 부쳐주고 형의 응석도 받아주고 그림을 계속 그리도록 다독였다. 이쯤 되면 형과 동생의 역할이 바뀐 거 아닌가 싶다. 테오는 형 같은 동생이다. 테오가 없었다면 빈센트는 아마 화가의 길을 일찌감치 접었을지도 모른다. 불가사의하게도 빈센트가 자살한 몇 달 후에 테오도 갑자기 숨을 거두게 된다. 마치 빛이 사라지면 그림자도 사라지듯이... 이 대목에서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내 삶에서 테오는 누구일까, 혹은 내게 빈센트가 있기나 했나?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 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이성선, <사랑하는 별 하나> 중에서)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인연 중에 이성선이 노래한 별 같은 사람은 내게 누구일까? 반대로, 나는 누구의 별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김광섭, <저녁에> 중에서)


대학 시절 많이 따라 불렀던 듀엣 유심초의 노랫말로 사용한 시구절이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 중의 하나와 수많은 사람 중의 하나인 내가 눈이 마주쳤다. 초특급 인연, 그 별 같은 사람... 아내가 아닐까? 우린, 먼 훗날 우주적 시간이 흐른 후에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날까? 다시 만날 수는 있을까?


* 엄밀히 말해서 대부분의 별은 저 혼자 빛난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보는 별들은 대부분 저 혼자 빛나는 항성들이다. 당장 매일 보는 태양만 하더라도 저 혼자 빛나는 별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 대사가 의도하는 바는 사람 간의 “관계”를 부각하기 위한 메타포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사리에 맞는지를 놓고 꼬치꼬치 따지는 과학적 사고는 여기서 잠시 미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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