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

by B급 인생

<green fields>라는 올드 팝을 좋아한다.

이 노래를 부른 사중창단 브라더스 포(brothers four)는 내가 대학생 때 30대 후반쯤이지 않았을까 싶다.

근자에 유튜브로 우연히 보게 된 그들은 점잖은 노신사로 변해 있었다.

젊은 날 감미롭던 목소리도 연륜이 듬뿍 묻어나는 중저음으로 변해 있었다.

더 멋있어 보였다.


https://youtu.be/ih7Vq-7lhU8?t=95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더 멋있어진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원조 제임스 본드, 숀 코넬리가 그랬고, 요즘 나오는 007, 다니엘 크레이그가 그렇다.



왼쪽 : 젊은 시절 숀, 오른쪽 : 노년의 숀 (출처 : 네이버)


한국의 그레고리 펙, 남궁원의 중후함과 젠틀해진 국민 배우 안성기의 모습도 참 좋아 보인다.

언젠가 노년의 사이먼과 가펑클이 부르는 <sound of silence>를 들으면서 노래 그 자체보다 목소리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달관을 느꼈다.

늙어가는 최백호가 <낭만에 대하여>를 부를 때도 그 노래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인터뷰에서 발레리나 강수진이 나이 듦이 기다려졌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젊은 시절 몰랐던 것들을 나이를 먹어 갈수록 알게 되고 지혜가 늘어나기 때문이란다.

나도 그렇게 늙어 갈 수 있다면 나이 듦이 두렵지만은 않다.


'대교약졸(大巧若拙)' 이란 말이 있다. 아주 높은 수준의 기교는 오히려 서툴러 보인다는 뜻이다.

위대한 예술작품이 어린아이의 솜씨처럼 보이는 때가 이런 경우다.


봉은사 판전에 유명한 현판이 있는데, 추사 선생이 쓴 글씨를 볼 수 있다.

마치 어린아이가 쓴 글씨처럼 삐뚤삐뚤하고 균형도 맞지 않다.

추사 선생이 생를 다한 그해에 쓴 글씨라고 한다.

그런데 서예세계에서는 이 글씨를 추사 선생의 작품 중에 최고로 친다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글씨의 기교보다는 추사 선생의 정신세계가 담겨 있어서이지 않을까?

추사 선생이 쓴 봉은사 판전 현판 ( 출처 : 네이버)


원숙의 경지에 도달한 노년의 세계는 이런 것인가 보다.

정확하고 예리하고 빈 틈 없는 젊음의 박진감도 좋지만, 두리뭉실하고 어눌하고 어설픈 노년도 넉넉하고 푸근해 보여 좋다.

오늘처럼 비 오는 날 <green fields>를 들으면 쓸쓸한 정감을 떨칠 길 없지만, 브라더스 포의 중후한 음색은 꼭 그런 감정만을 불러일으키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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