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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생각해보니
나이 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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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인생
Jan 26. 2021
<green fields>라는 올드 팝을 좋아한다.
이 노래를 부른 사중창단 브라더스 포(brothers four)는 내가 대학생 때 30대 후반쯤이지 않았을까 싶다.
근자에 유튜브로 우연히 보게 된 그들은 점잖은 노신사로 변해 있었다.
젊은 날 감미롭던 목소리도 연륜이 듬뿍 묻어나는 중저음으로 변해 있었다.
더 멋있어 보였다.
https://youtu.be/ih7Vq-7lhU8?t=95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더 멋있어진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원조 제임스 본드, 숀 코넬리가 그랬고, 요즘 나오는 007, 다니엘 크레이그가 그렇다.
왼쪽 : 젊은 시절 숀, 오른쪽 : 노년의 숀 (출처 : 네이버)
한국의 그레고리 펙, 남궁원의 중후함과 젠틀해진 국민 배우 안성기의 모습도 참 좋아 보인다.
언젠가 노년의 사이먼과 가펑클이 부르는 <sound of silence>를 들으면서 노래 그 자체보다 목소리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달관을 느꼈다.
늙어가는 최백호가 <낭만에 대하여>를 부를 때도 그 노래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인터뷰에서 발레리나 강수진이 나이 듦이 기다려졌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젊은 시절 몰랐던 것들을 나이를 먹어 갈수록 알게 되고 지혜가 늘어나기 때문이란다.
나도 그렇게 늙어 갈 수 있다면 나이 듦이 두렵지만은 않다.
https://youtu.be/B9z87viDmOo
'대교약
졸(大巧若拙)' 이란 말이 있다. 아주 높은 수준의 기교는 오히려 서툴러 보인다는 뜻이다.
위대한 예술작품이 어린아이의 솜씨처럼 보이는 때가 이런 경우다.
봉은사 판전에 유명한 현판이 있는데, 추사 선생이 쓴 글씨를 볼 수 있다.
마치 어린아이가 쓴 글씨처럼 삐뚤삐뚤하고 균형도 맞지 않다.
추사 선생이
생를 다한 그해에 쓴 글씨라고 한다.
그런데 서예세계에서는 이 글씨를
추사 선생의 작품 중에 최고로 친다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글씨의 기교보다는 추사 선생의 정신세계가 담겨 있어서이지 않을까?
추사 선생이 쓴 봉은사 판전 현판 ( 출처 : 네이버)
원숙의 경지에 도달한 노년의 세계는 이런 것인가 보다.
정확하고 예리하고 빈 틈 없는 젊음의 박진감도 좋지만, 두리뭉실하고 어눌하고 어설픈
노년도 넉넉하고 푸근해 보여 좋다.
오늘처럼 비 오는 날 <green fields>를 들으면 쓸쓸한 정감을 떨칠 길 없지만, 브라더스 포의 중후한 음색은 꼭 그런 감정만을 불러일으키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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