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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기여행가 Mar 01. 2022

후쿠오카와 명성황후, 숨겨져 있는 아픈 역사

지극히 개인적인 후쿠오카의 숨겨진 역사 이야기

103년 전 오늘과 지금의 우크라이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103주년을 맞이하는 3.1절이다.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여 한국의 독립 의사를 세계만방에 알린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벌써 100년 전 일이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 아직도 비슷한 아픔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게 다가온다. 그동안 후쿠오카에 대해 나의 개인적인 애정이 섞인 이야기를 썼다면 오늘은 조금은 무겁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부분에 대해 남기고자 한다. 다만, 최대한 사실에 근거하여 쓰겠지만 나는 역사학자도 아니고 역사에 관심이 많은 보통의 사람으로 후쿠오카의 숨겨져 있는 역사현장을 찾은 나의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는 글임을 밝힌다.


명성황후(민비)와 구시다 신사(櫛田神社)

흔히 명성황후라고 불리는 민비(민비는 명성황후를 비하해서 부르는 명칭이 아니다 / 참고 영상 : https://youtu.be/WGI2wnVP_Os)의 시해 사건(을미사변)은 모두가 알고 있는 슬픈 역사이다. 한나라의 국모가 너무나 무기력하게 외적의 깡패들에게 살해당하고 시신은 불태워져 버렸으니 민비의 역사적 과오를 뒤로 하더라도 한민족으로서 분노가 일어나고 슬픔이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이 을미사변의 역사적 사실과 후쿠오카 구시다 신사는 깊은 연관 고리가 있다. 바로 이곳에 민비를 시행한 칼이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시다 신사에 보관되어 있는 칼은 '히젠토'라 불리는 칼로, 황후 시해 당시 침전에 난입한 세 명의 자객 중 한 명인 '토오 가츠아키'가 사용했다. 오로지 사람을 베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이 칼에는 을미사변의 작전명이었던 '여우사냥'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되는 '단칼에 번개같이 늙은 여우를 베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으며, 칼과 함께 '황후를 이 칼로 베었다'라고 적인 문서도 구시다 신사에 함께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이 칼을 사용한 '토오 가츠아키'는 시해 후 본국으로 돌아가 불교에 귀의하게 되는데 그는 후쿠오카 미사카 강 밑에 위치한 절인 절신원에 히젠토를 맡기려 하지만, 절에서 생각했을 때 역사적으로 찝찝한 살인 무기를 보관하기가 부담스러웠는지 거부당하고 결국 구시다 신사에 보관된다. 하지만 히젠토는 외부에 공개를 하고 있지 않고 있고 신사를 소개하는 안내판에도 이러한 내용은 전혀 확인할 수 없다.

구시다 신사


※기사를 찾아보니 2010년에 '히젠토환수위원회'가 출범 회수를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구시다 신사(櫛田神社) : 1-41 Kamikawabatamachi, Hakata Ward, Fukuoka, 812-0026 일본)


절신원(節信院)의 관음상

위에서 히젠토를 절신원에 보관하려다 거부당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토우 가츠야키는 이후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 평소 그의 할머니가 자주 다니는 절신원 근처에 위치한 성복사(聖福寺)에 민비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 구리로 된 관음상을 받친다. 그렇게 성복사와 절신원에 수십 년 간 잘 모셔져 있던 관음상은 2차 세계대전 말 전세가 기울어 가는 과정에서의 모자란 전쟁무기를 만들기 위해 공출되어 전쟁 무기로 만들어지는 또 다른 비운을 맞이하게 되었다. 또한 후쿠오카도 미군의 공습으로 초토화되었는데 공습이 있던 다음날 어느 부부가 절신원의 관음상이 있던 자리에 홀로 버려진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안쓰러워 데려다 친딸처럼 키웠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아이는 19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되고 부부는 관음상이 있던 그 자리에 불상을 세우기로 하는데 관음상의 형상에 자기 딸을 형상화한 여자아기상을 함께 복원하여 석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뭔가 소설 같은 이야기 같다. 성복사와 절신원을 산책하면서 이 관음석상 앞에서 민비의 명복을 빌고 아픈 역사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절신원과 관음석상

※절신원 관음상 이야기는 출판사 더불어책, 진형서 지음 '일본 속 우리 문화'에 나오는 내용을 참고

절신원(節信院) : 11-20 Gokushomachi, Hakata Ward, Fukuoka, 812-0037 일본


역사를 배우는 이유

나는 오늘 얘기한 역사를 알고 후쿠오카를 방문하기를 희망한다. 왜냐하면 이를 모르고 구시다 신사를 가서 한국인이 동전을 던져 합장을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 아닐까? 아마 대부분의 일본인들도 이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적어도 우리는 알고 기억하여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역사를 배우는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후쿠오카의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고 관광지로써 워낙 유명한 구시다 신사를 구경하는 것은 나쁠 것 없지만 말이다.)

일본배낭여행으로 도쿄에 갔을 때  일본 A급 전범이 안치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한국인들이 합장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고국을 침략한 전범들에게 소원을 비는 행위를 하다니... 물론 역사를 알았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구마모토를 방문하여 돌아본 구마모토성 자체는 너무 멋지지만 이를 만든 이 가  임진왜란의 선봉을 맡았던 '가토 기요마사'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둘러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구마모토성과 가토 기요마사


여행으로써 즐겁게 추억을 쌓는 것도 좋지만 특히 일본은 역사적으로 우리와 복잡하게 얽혀있으니 연관된 역사도 함께 알아보고 갔으면 좋겠다. 그럼 최소한 103년 전 목숨을 잃어가며 나라의 독립을 외친 선조들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는 후손이 될 테니 말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오늘의 장소 대부분은 후쿠오카와 시속 3킬로미터 (brunch.co.kr)에 나와있는 유유자적 코스입니다.


※ 모든 사진은 직접 촬영한 것으로 그 외 사진은 출처를 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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