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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기여행가 Feb 23. 2022

후쿠오카의 봄, 여름 그리고 겨울

지극히 개인적인 후쿠오카 계절 이야기

4계절이 주는 즐거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기온차가 극단적인 나라 중에 하나라고 한다. 가장 더울 때는 40도에 육박하고 추울 때는 영하 10~20도까지 떨어지니 60도 기온의 차이를 체험할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일본도 그에 못지않은지만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어 홋카이도처럼 겨울이 긴 지역이 있고 오키나와처럼 여름이 대부분인 지역도 있다. 가끔은 계절이 하나인 나라(지역)에 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할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난 다시 태어나더라도 4계절이 있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다 그만큼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각 계절이 주는 매력들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나는 후쿠오카에서 가을 제외한 봄, 여름 그리고 겨울 시즌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같은 후쿠오카라도 방문한 계절에 따라 느껴지는 풍광, 분위기, 즐길 수 것들이 다른데 계절이 주는 느낌들을 통해 후쿠오카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후쿠오카의 봄

내가 방문했던 시기는 4월 중 순경으로 벚꽃은 이미 한참 전에 떨어졌지만 도시 어느 곳에서나 싱그러운 초록색 잎들이 반겨주는 따뜻한 봄기운이 가득한 후쿠오카를 만날 수 있었다. 숙소의 온천에서(참고 : 여행의 절반은 숙소다 (brunch.co.kr)) 비가 오는 날 비를 맞으며 야외온천욕을 즐기기도 하고 호텔 주변을 유유자적 거닐기도 좋았다(참고 : 후쿠오카와 시속 3킬로미터 (brunch.co.kr)) 이때는 나가사키, 구마모토, 아소산 등을 함께 여행했었는데 역시나 걷기 좋은 시즌이라 쾌적하게 따뜻한 햇살을 맞으면 마음껏 거닐었던 시즌이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봄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다.


후쿠오카의 여름

일단 여름의 후쿠오카는 쉽지 않다.(물론 일본 대부분이 여름에는 습하고 여행하기 쉽지 않은 시즌이긴 하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쏟아지고 시원한 음료와 에어컨을 찾게 된다. 이때는 후쿠오카가 메인이라기보다 규슈의 최고 높은 구주산 등산을 위해 잠시 후쿠오카를 방문한 셈이었는데 실내에만 있기에는 아쉬워서 항해 수호신인 스미요시 3신을 모시는 신사인 스미요시 신사와 쇼호쿠지를 들렸다가(참고 : 후쿠오카와 시속 3킬로미터 (brunch.co.kr)) 역시나 더워 근처에서 녹차아이스크림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흡입했었다. 여름은 덥긴 하지만 녹음이 울창한 나무 사이 어디서나 들려오는 매미소리와 함께 여름만이 주는 그 청량감과 에너지가 좋다.


후쿠오카의 겨울

난 겨울에 후쿠오카 방문하는 것을 좋아한다.(그리고 겨울 방문을 추천한다) 주로 연말에 후쿠오카를 갔었는데 일단 한국보다는 따뜻한 편이다. 그래서 두껍운 외투를 입지 않더라도 후쿠오카를 돌아다니기에 충분하다. 하루 종일 규슈 올레길을 걸었을 때도 춥다고 느끼질 못했다.(참고 : 일본에 있는 제주올레길 (brunch.co.kr)) 또한 후쿠오카가 규슈에서는 제일 큰 도시이긴 하지만 도시 규모가 엄청난 대도시는 아니라서(일본사람들은 후쿠오카를 콤팩트 시티로 부른다) 언제나 차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연말에 가면 그 차분함 속에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보내기 나에게는 너무나 알맞은 장소다. 또한 쌀쌀한 날씨에 돈코츠 라멘을 즐기기에도 더할 나위 없다.(참고 : 일본 4대 라멘의 왕, 돈코츠라멘 (brunch.co.kr))

하지만 그 차분함이 깨진 작은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한 해는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너무 싫어서 크리스마스를 끼고 후쿠오카를 간 적이 있었다. 일본은 한국처럼 크리스마스를 크게 중요하게 생각 안 하는 편이라 커플지옥에서 벗어나 조용히 보내다 올 수 있겠단 생각을 하고 갔지만 내가 간과한 게 하나 있었다. 그해 따라 후쿠오카에 한국인 커플들이 엄청나게 여행을 온 건지 어떤 식당을 가도 한국인 커플들이 가득했었다. 왜 크리스마스에 후쿠오카는 일본인들만 있을 거란 생각을 했었던 건지...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닌데 왜인지 난 일본인인척 하고 음식을 주문했었던 기억이 있다...(크리스마스에는 그냥 집에만 있는 것으로)


후쿠오카의 가을

아직 후쿠오카의 가을은 만나보지 못했다. 그래서 작은 바람이 있다면 올해 팬데믹 상황이 이제 마무리가 된다면 올해는 아직 만나보지 못한 후쿠오카의 가을을 만나러 가고 싶다. 같은 장소라도 계절에 따라 주는 느낌이 다르니 그 계절감을 느껴보는 것도 후쿠오카를 즐기는 방법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 모든 사진은 직접 촬영한 것으로 그외 사진은 출처를 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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