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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기여행가 Dec 06. 2021

우유부단한 제주 성이시돌 목장

다랑쉬굴의 슬픈 노래에서 성이시돌의 희망찬가까지(제주 2편)

제주만의 매력으로 미래가치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섬이다

  성이시돌센터를 나와 주변을 산책하면서 목장과 성당 등을 둘러볼 수 있었다. 한적한 길이라 걷다 보면 저절로 마음의 여유가 찾아온다. 말들이 보이는 곳까지 가보니 독특한 모양의 건축물과 함께 많은 관광객이 모여 있는 모습이 비교적 한적한 성이시돌센터 주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바로 이곳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 보통의 관광객들에게는 성이시돌목장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름인 우유부단 카페(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금악동길 38)가 있는 곳이다. 

  넓은 목초지에서 말들이 자유로이 풀을 뜯고 있는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작은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카페 이름은 특이하게도 우유부단이다. 여기에서 우유부단은 한자성어 優柔不斷(어물어물하기만 하고 딱 잘라 결단을 하지 못함)의 의미가 아니라 우유가 너무 부드러워 끊을 수 없다는 귀여운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곳은 성이시돌목장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우유를 메인 재료로 활용하는 카페로 제주의 사회적기업 ‘섬이다’ 김종현 대표가 만든 곳이다. 앞서 지역개발의 우수사례였던 성이시돌목장은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지역주민이 점점 유출되고 유기농 우유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우유 소비 감소 등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이때 김종현 대표는 성이시돌이 가지고 있는 자원인 목장과 유기농 우유를 활용하여 '우유부단'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여, 유기농 아이스크림 개발하고 그것을 직접 맛볼 수 있는 카페를 만들어 운영했다.    

성이시돌 목장內 위치한 카페 우유부단

           

  카페는 목장 그대로의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크기를 56㎡로 최소화하여 건축하였고 그 주변을 목장의 배경과 잘 어우러지는 우유상자 모양의 의자를 만들어 SNS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는 성공하여 카페가 만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름다운 목장 배경과 카페 근처에 있는 독특한 건축양식이 돋보이는 테쉬폰(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근교 Cteshphon이라는 지역에서 유래 2000년 전 건축양식)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관광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성이시돌 목장은 젊은 층에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고 카페 매출이 늘면서 성이시돌 우유의 소비가 증가하게 되었다.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여행 트렌드를 잘 읽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성이시돌목장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인 넓은 목초지와 말 등 목장의 장점을 있는 그대로 살린 점도 주요했다.          

테쉬폰

    

  사회적기업 섬이다는 우유부단에 앞서 제주시 이호동 해안도로에 ‘닐모리 동동’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닐모리동동은 제주산 식재료를 활용해 ‘한라산 빙수’ 등 제주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로컬푸드 레스토랑이다. 식당 이름 또한 내일 모레라는 ‘닐모리’와 기다리는 모습이라는 ‘동동’이 결합된 제주어로 구성하여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담은 곳이다.

  우유부단과 닐모리동동의 성공을 바탕으로 19년에는 제주 원도심 중앙로터리 근처에 퓨전감성분식 ‘관덕정분식’(제주도 제주시 관덕로8길 7-9)을 오픈했다. 가게가 만들어진 곳은 1990년대까지 다양한 분식집과 식당들로 북적이던 먹자골목이었다. 현재는 원도심 쇠퇴와 함께 쇠락한 지역이 되었는데 새로움(new)과 복고(retro)가 결합한 신조어로써,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최근 추세를 의미하는 뉴트로(newtro) 감성을 적용하여 원도심을 활성화하고 먹자골목이었던 지역문화의 역사를 살리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분식점 이름은 제주의 가장 오래된 건물이자, 원도심의 상징인 ‘관덕정’에서 따왔고 내부 공간은 1702년 제주 모습을 그린 ‘탐라순력도’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재료들은 기본적으로 제주에서 생산한 것을 사용한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협업한 공간이기도 한데. 제주올레 18코스의 시작점이자, 17코스의 종착점에 있어 의미를 더했다. 

관덕정분식(출처 : 제주의 소리 '원도심 먹자골목에 새로운 먹거리 관덕정분식 오픈' 2019.02.12 기사)


사회적기업 섬이다가 운영하는 곳은 다음과 같은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 지역의 자원만을 활용했다(문화, 환경, 생산물 등) 
 
 두 번째, MZ세대의 트렌드와 잘 결합했다. 

 세 번째, 주변을 함께 관광할 수 있는 지리적 위치에 있다.     


  사회적기업 섬이다의 사례를 통해 혁신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잘 발견하고 그것을 현대의 추세와 잘 접목시키는 것이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성이시돌목장의 지역개발을 계승하고 오히려 더 발전시켰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주에 간다면 사회적기업 섬이다가 운영하는 곳을 찾아가 주변을 함께 돌아본다면 그것만으로 훌륭한 제주 여행이 될 것이다.(아쉽게도 닐모리동동은 2020년 11월 22일자로 영업을 종료하였다. 대신 시그니처 메뉴였던 한라산 빙수는 관덕정분식에서 맛볼 수 있다니 참고바란다)


제주 관덕정

                                  

에필로그 신부님의 유언 

  나는 제주에 갈 때마다 동쪽의 다랑쉬오름과 서쪽의 금오름(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산 1-1)을 오른다. 다랑쉬오름은 성산 일출봉과 함께 제주의 동쪽을 금오름은 한라산 백록담과 비슷한 산정화구호를 가지고 있고 제주 서쪽 해안과 비양도 그리고 한라산을 조망하기 일품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면서 다랑쉬 동굴을 생각하면 제주의 아픈 역사가 그려지고 금악오름에 올라 성이시돌목장을 바라보면 또 힘찬 희망이 느껴진다. 

  2018년 4월 23일 임피제 신부가 선종하셨다. 대부분의 일생을 제주와 함께하셨던 그 어떤 제주인보다 제주인으로 살아가신 그는 마지막까지도 제주를 걱정하며 다음의 유언을 남기셨다.     


 1) 절대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을 말 것 

 2) 슬로우(Slow) 관광이 되도록 해라

 3) 제주전통을 버리지 말라

 4) 유기농 농업을 실천하라     


  지금의 제주를 보면 그의 유언이 얼마나 의미심장한지 알 수 있다. 최근 개발이 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몇백 년 동안 제주를 지켜왔던 비자림 숲을 베어내고 자연보호보다 방문객의 편의를 위해 신공항 개발을 논의 중에 있으며, 제주어 및 제주만의 전통은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가고 있다. 또한 유기농 농업을 떠나 농업 자체가 제주에서는 위축되고 가고 있고 늘어나는 관광객들이 쏟아내는 쓰레기와 각종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픔의 역사를 넘어 지역개발의 우수 모델을 낳았던 시린 아름다움의 섬 제주. 앞으로의 제주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신부님의 유언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듯하다.     


제주 답사 코스(성이시돌목장)
 제주 답사 코스(원도심)


<방문 장소>


<여행 팁>

  성이시돌 목장을 둘러보고 가까이에 있는 금오름을 추천한다. 성이시돌목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한라산과 제주 서쪽 바다 조망이 일품이다. 관덕정분식 주변에는 제주 동문시장이 있다. 제주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규모가 큰 재래시장으로 육지와는 또 다른 제주만의 시장모습과 맛집들을 발견 할 수 있다.


※ 본 답사기는 현장 답사를 기본으로 관련 도서와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으며 참고자료는 출처 표기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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