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뢰한>과 수원시 인계동

영화 속 장소와 현실의 도시계획

전도연, 김남길, 박성웅 주연의 영화 <무뢰한>과

수원시 인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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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글자짜리 영화 <무뢰한>과 <아수라>, <불한당>이 한꺼번에 줄줄이 생각날 때가 있다. 그 중에서 <무뢰한>과 <아수라>가 같이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성남' 때문인 것 같다. <무뢰한>과 <아수라>는 모두 경기도 성남시를 직간접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아수라>가 안산과 성남을 합쳐놓은 것 같은 '안남시'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반면, <무뢰한>은 주인공 혜경(전도연)이 일하는 곳이 성남의 '마카오 단란주점'이라는 대사를 비롯하여 설정에서 아예 성남을 주 무대로 삼고 있다. 다만, 실제 촬영은 성남 외에도 서울, 인천, 수원, 고양 등 수도권 도시와 군산 등 여러 곳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영화를 본 직후부터 이후 DVD로 출시되기까지, 그리고 지금까지도 생각날 때마다 <무뢰한> 속 장소들을 찾아보곤 했다. 성남에서 군산을 거쳐 인천까지.

시작은 '마카오 단란주점'이다. 재곤(김남길)은 혜경이 일하는 이 곳에 살인 용의자이자 혜경의 애인인 준길(박성웅)을 잡기 위해 영업상무로 위장취업(...?)을 하게 된다. 혜경이 재곤의 지갑을 빼앗아 신분증을 확인하는 모습 뒤로 낮은 건물에 붙은 '마카오'라는 간판이 지나간다. 인터넷 지도에서 '마카오 단란주점'을 검색하면 경남 사천시와 제주도에 각각 하나가 검색되지만 영화 속 실제 로케이션은 수원시 인계동이다.

수원역 주변과 더불어 수원 최대 상권 중 하나인 인계동은 용도지역 상 중심상업지역으로, 주상복합부터 업무시설, 판매시설, 근린생활시설에 이르기까지 도심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건축물 용도가 허용되는 곳이며 수원시청과 삼성디지털시티(삼성전자 및 관련 계열사의 본사, 연구소, 사업장)가 근거리에 위치하여 매우 활성화된 상권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 기준 1등급 상권)

대로변엔 수원시청과 대형할인점, 각종 금융기관의 지점들이 위치하고 있으나 이면도로로 들어오면 음식점과 주점, 숙박시설이 혼재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수원 최대의 유흥가', '경기도 최대의 유흥가'라고 불릴만큼 유흥주점으로 대표되는 관련업종(관광/유흥주점, 기타일반유흥주점, 룸살롱/단란주점(룸살롱이 정식 업종명인 것인가)) 업소 수만 397개이다. (인계사거리와 수원시청역사거리를 대각선으로 갖는 직사각형의 슈퍼블록, 일명 인계박스(!!!) 내 / 상권정보시스템 기준)

    "매탄1지구 인계박스 '경기도 최대 유흥가' 오명 벗는다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181106010001798 

* 옅은 군청색으로 표기된 공공청사가 수원시청,

  수원시청을 둘러싼 상업용지 블록들이 유흥업소가 밀집한 지역이다.

* 해당 부지가 위치한 <매탄1지구 지구단위계획> 도서 표지에 그려진 마스터플랜 이미지.

  실제 일대의 모습과는 매우 다르다.

마카오 건물 자체는 철거되어 현재는 도시형생활주택이 들어서있다. 2017년 6월에 준공되었으니 영화 개봉이후 철거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원룸 위주의 도시형 생활주택인데 위치가 위치인 탓에 모텔, 주점과 사이좋게 어깨를 맞대고 있다. 어쩌면 "어디에 살든 나답게 살자"는 직방이 좋아할 것 같은(!!!) 위치이다.

* 인계동 1024-9 http://dmaps.kr/f5x3j (로드뷰(현재와 과거)와 지적도를 참고)

일대는 2015년 이후로 도시형생활주택 신축이 급증하였다.(2016~2018년 준공 다수) 개별 단위세대 규모는 대부분 세대 당 10평 이내의 원룸이 많았고 이 경우 원룸 매매가는 1.5억, 전세가는 1.2억 내외, 월세로 세팅된 경우 3000/40 정도였다. 소위 말하는 1억에 세 채가 가능한 규모. 마카오 단란주점 부지 정도의 30실 내외 규모부터 대로변 필지의 경우 200실 이상까지, 세대수도 다양하게 공급되었다.

    인계박스 내 도시형생활주택 분양 예시

    https://blog.naver.com/romi4599/221010667101

이렇게 원룸이 급증한 데에는 삼성전자 수요가 가장 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삼성전자는 생산시설 위주로 시작한 수원 사업장에 R&D 센터 등 연구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2016년엔 서초동 본사를 아예 이전하며 '삼성디지털시티'를 완성한다. 아마도 인계동 일대에 원룸이 증가한 데에는 삼성디지털시티의 확장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분당선 수원 연장 구간이 개통하며 주변과의 접근성이 좋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한다.

    삼행시(삼성전자와 함께하는 행복한 수원시) 홈페이지

    https://www.samsungdigitalcity.com/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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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뢰한>에서 성남으로 설정된 김혜경의 허름한 단란주점 마카오는 "성남에서 결국 못 찾고 수원에서

    발견"했다. 실제 공간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오승욱 감독은 성남에서 촬영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운

    눈치지만, 공간의 완성도에는 썩 흡족한 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