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신청과 줍줍
선선하지만 미세먼지로 흐릿한 날과 여름인지 가을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습한 날이 교대로 반복되던 계절의 어느 날, 귀하디 귀한 연차를 내고 OO뉴타운에 분양 중인 재개발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를 가 보았다. 물론, 처음 회사에 근태계를 상신할 때부터 고작 모델하우스 방문 따위로 휴일을 허비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 공기 좋은 곳에라도 다녀오려던 참이었는데 동행하려던 이가 급한 다른 일로 갈 수 없단다.
그래 어쩔 수 없지 뭐. 연차를 내고 가기엔 아까웠지만 그렇다고 근무시간에 무단으로 자리를 오래 비울 수도 없기에 은행 업무를 먼저 좀 보기로 했다. 빨리 끝내고 경기도 북부나 강원도 어디라도 가야지, 하며 서둘렀는데도 중간중간 차량 정체로 시내 몇 곳을 도니 이미 오후. 외곽 어디라도 가기엔 시간이 애매해진 상태였다. 소중한 연차를 낭비할 수는 없어 머리를 굴려보니 내일 가려고 했던 모델하우스가 생각났다. 요즈음 청약시장이 하도 활황이라 주말이면 어느 모델하우스 건 입장하기 위하여 기다리는 건 당연하고 시간을 잘못 맞추어 가면 1시간씩 기다리는 것도 예사였다. 어차피 주말에 복잡할 때 가느니 한 사람이라도 덜 오는 평일에 가자, 마음을 먹고 OO동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물론 금요일 오후라 시내에는 차량정체가 벌써 시작되어 안 그래도 먼 길이 더 멀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중이었다.
신호 대기 중에 네비게이션에 OO뉴타운에서 가장 가까운 역 이름을 입력하니 시내를 관통하여 원효대교를 건너는 루트를 안내해주었다. 차도 막히는데 정녕 이 길 뿐인가 싶어 네이버 지도 어플의 네비게이션 메뉴에도 목적지를 찍어보니 역시나 같은 경로였다. 그냥 네비게이션대로 가기로 마음 먹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하려면 OO역이 아니라 정확한 모델하우스 주소를 찍어야 했지만 짧은 신호 대기 시간에 일일이 찾아서 입력하기도 번거로웠다. 무엇보다도 '내가 진정한 '투자자'라면 이런 차량 정체 타이밍에 오히려 주변을 둘러보아야 하는 것 아니겠어'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늘 그렇듯 정체는 예상보다 더 심했고, 한 시간을 왔는데도 이제야 원효대교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원효대교를 잠깐 정체 없이 건너나 했더니 이어진 지하차도부터 다시 지루하게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재미 없는 라디오는 끄고 노래나 듣자 싶어, 유튜브를 찾아보니 누군가가 다시 부른 패닉의 <달팽이>가 있어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지루한 차량 정체 타이밍에 '나는 영원히 갈래' 하는 노래를 듣고 싶어진 건 무슨 마음의 매커니즘인지 모르겠지만. <달팽이>를 이렇게 부르는 게 맞는 건가, 이 사람들은 좀 더 힘을 빼고 불러야지, 우리나라는 무조건 열창하는 걸 좋아해...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OO뉴타운의 반대쪽 경계, 즉 내가 오늘 보려고 하는 재개발 구역과는 반대 쪽에 위치한 사거리 앞이었다.
이제 우회전만 하면 되겠어, 하며 차를 돌리다 보니 십 년도 더 전에 이 동네에 살았었던 게 떠올랐다. 이 동네 이름을 듣고도, 이 동네 뉴타운의 모델하우스에 가 볼 생각을 하고도 생각나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이 지역의 풍경을 보니 떠오른 것이다. 대학교 휴학 중에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여기저기 지원서를 내고 합격 통보를 한 근처의 회사에서 인턴을 했었다. 본가에서 굳이 출퇴근을 하겠다면 할 수 있는 거리였으나 몸이 너무 피곤할 것 같아 자취를 하기로 하고 알아보니 회사 주변은 휴학생이 혼자 적당히 살만한 집은 전혀 없는 동네였다. 내가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을 따라(이걸 생각하면 나는 항상 서울시내 지도 위에 등고선을 그리게 된다) 열심히 이동을 하다 보니 도착한 곳이 이 동네의 북측 지역이었다. 회사와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적당한 거리에 나름대로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월세가 쌌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생각들을 접고 일단 현장 쪽으로 가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우회전을 했다. 재개발사업의 경우 일반분양 시점이 철거가 모두 끝나고 착공할 무렵이라 철거가 끝난 현장에 모델하우스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차를 돌리고 보니 얼마 전 입주한 S아파트 단지의 주동들이 길 한편에 나란히 서 있었다. 일전에 밤에 잠깐 지나가며 본 것보다는 훨씬 더 나아보였다. S단지가 재개발 사업을 통하여 기부채납한 전면의 도로는, 뉴타운의 아파트가 모두 입주한 상태를 전제로 확폭되었는지 실제 차량 통행량에 비해서는 과하게 넓었다. 물론 넓은 도로의 1-2차로는 불법 주차한 차량이 뒤덮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 차가 다닐 수 있는 공간은 재개발 전과 같아 보였다. 맞은 편은 지도 서비스에서 예습하고 온 바와 같이 혼잡하고 오래된 상점가와 주택가가 혼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뭐, 다른 뉴타운도 뉴타운 밖은 이것 저것 다 섞여있으니까'라고 생각하니 '투자 관점에서' 그렇게 나쁘게만 생각되지는 않았다. 뉴타운 내부가 다수의 단지가 모여있는 작은 신도시 비슷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뉴타운 구역계 밖은 풍경도 시세도 뉴타운 안과 극명하게 차이나는 다른 곳들이 떠올랐다.
이 지역의 OO뉴타운은 뉴타운 이름을 달고 분양한 두 단지와 뉴타운 이전 추진된 단지 하나를 제외하곤 철거가 완료된 구역이 하나, 이주/철거가 진행 중인 구역이 하나, 그리고 지정은 되었지만 하염없이 낡아가는 구역들이 혼재하고 있었다. 그래도 미래의 어느 순간엔 분당이나 판교처럼 아늑한 아파트 단지군이 형성되지 않을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척, 투자자인 척 마음을 먹어보았다. 그 때가 되면 뉴타운 경계의 허름한 가게들은 이미 뉴타운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는 가게들로 바뀌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얹어보았다. 아니다, 그 때가 되면 허름한 가게가 허름한 채 남아 있어도 별 상관없을지 모른다. 어차피 뉴타운 입주자들은 있어도 없는 듯 지낼 수 있기 때문에. 시세가 대폭 오른 어느 다른 뉴타운과 주변의 성매매 집결지와의 관계가 바로 이랬다. 길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지만 서로 없는 듯 지내지 않는가.
고개를 돌리니 역시나 모델하우스는 현장 한 켠에 세워져 있었다. 현장에 모델하우스를 설치하는 경우엔 주차가 용이한 편이라 주차공간을 찾아 방황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아 다행이었다. 철거된 빈 땅에 펜스를 치고 주차장으로 활용하면 될 일이니까. 다만 온통 흙바닥이기 때문에 먼지로 차가 더러워지는 것은 감수하여야 했다.
모델하우스 입장을 하기 위해 서 있는 줄은 다행히도 그렇게 길지 않았다. (역시 모델하우스는 평일에 와야 하는 것이다!) 대기시간은 대략 10분 정도였고, 사람들은 가설 천막 아래에 줄을 서 있었다. 다들 입장 전 대기시간을 이용하여 경품응모를 하고 있었는데 이 곳의 경품은 놀랍게도 클라리넷, 플루트, 디지털 피아노 등등의 악기였다. 악기 경품이라니 좀 특이하네, 하며 지나치려다가 생각해보니 이 구역은 특이하게도 악기 제조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건설사가 시공을 맡은 곳이었다. 약간의 당첨 확률을 두고 일요일 오후, 인파가 가장 몰리는 시간대의 경품 추첨 시간에 다시 이 곳까지 올 순 없다는 생각에 경품 응모는 하지 않았다.
***
모델하우스 안에 들어서면 대부분 엄청난 소음을 마주하게 된다. 이 곳도 마찬가지로 단지 모형 옆에서 마이크를 들고 설명하는 분양 도우미들의 목소리가 가장 먼저 들리고 이어서는 분양 상담 데스크에서 다음 순서가 된 번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광역 위치도가 붙어 있는 벽 앞에 선 상담사가 소위 '입지'를 설명하는 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초/중/고등학교 배정은 어떻게 되는지, 종합병원과 마트 위치, 주변의 지하철 및 광역철도의 개통 예정 시기는 어떤지 설명하는. 방문객의 질문에 답변하는 소리, 부모를 따라온 어린이들을 주의시키는 소리도 같이 들렸다. "오늘 OO뉴타운의 모든 프리미엄을 한꺼번에 누리실 수 있는 저희 모델하우스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대지 마세요", "꼬마야 만지지 마세요", "2021년 목표로 개통 예정입니다", "109동이 정남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하주차장으로 바로 들어갑니다" 등등.
마이크를 쓰진 않았지만 모델하우스 안에서 가장 시끄럽고 붐비는 곳은 따로 있었다. 소위 내집마련신청서를 접수받는 데스크였다. (내집마련신청이란 간략하게 말하자면 정당계약 후 남은 미계약분에 대하여 추첨 등을 통하여 분양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신청하는, 일종의 순위 밖 청약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마다 내집마련신청을 받는 방법도 다양했는데 이 곳은 시공사 계좌로 증거금 성격의 500만원을 입금하고, 추후 환불받을 계좌의 통장 사본을 제출하는 절차로 진행하고 있었다. 내집마련신청에 이렇게 길게 줄을 서 있는 걸 보니 마음이 괜히 조급해졌다. 모델하우스나 슬슬 한 번 돌아보고 분위기 봐서 한 번 해 보려던 생각은 어느새 당연히 신청하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입금이야 모바일로 하면 되겠지만 통장 사본이라니. 하루종일 은행 문을 들락날락했지만 이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게다가 조금 있으면 은행 폐점시간이었다. 급한 마음으로 거리가 가장 가까운, 하지만 한 번도 거래해보지 않은 은행의 지점을 찾았다. 입출금 계좌를 하나 개설하려고 상담 창구에 앉으니 요즈음은 대포통장 단속이 많아 계좌 개설 목적이 확실해야 개설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지는 대화는 이랬다.
"계좌 개설 목적이요? 저기 사실은 아시죠, 요기 건너에 뉴타운 분양 중인데 내집마련신청이라고 청약 비슷한 걸 하려고 하니 통장 사본을 제출하라고 해서요. 그래서 급하게 하나 개설하려고 합니다."
"OO뉴타운 구역이요? 거기 괜찮나요? 왔다갔다 하면서 계속 보기는 했는데 사람 엄청 많더라구요. 거기 괜찮나요?"
"저는 괜찮은 거 같긴 한데... 바로 옆에 S아파트 아시죠? 거기 분양가랑 거의 비슷하고 S아파트가 지금 1억 넘게 올랐으니까 거의 1억 싸게 사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이거 분양 받으려면 당장 돈이 있어야 하는 거에요?"
"몇 평을 분양 받느냐에 따라 다른데 25평이라고 하면 분양가가 5억이니까, 일단 5천만원은 최소 1-2주 후에 가지고 있어야 계약할 수 있어요."
"아, 안 되겠네요. 제가 아직 취업한지 얼마 안 되어서..."
"지금 어디 사시는데요? 당분간은 이 지점에 계시는 거 아니에요?"
"아, 저는 홍대 나와서 지금 홍대 주변에 사는데 이사갈 계획이 있어서... 그런데 아시겠지만 이 동네는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에요. 외국인 범죄도 많고. 그리고 계좌는 급여나 뭐 그런 증빙서류가 있어야 하는데... 특별히 거래 중이신 것도 없으시고요. 저희 지점은 특히 대포통장 개설 우려가 많아서 특히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어서요."
"그럼 개설 안 되는 건가요?"
"잠시만요."
상담 창구의 직원이 '과장님'(은행 영업점에 가면 창구 뒤 책상에 앉아있는)을 불렀다. "과장님! 이 분 여기 아파트 신청하시려고 통장 사본 필요해서 계좌 개설한다고 하시는데..." 과장님은 "이거 오늘 아파트 접수하시는 데에 쓰려고 하시는 거죠? 그러면 거래 한도를(비슷한 표현이었다) 작게 설정해서 개설하면 될 거 같아요. 그렇게 해드릴게요."라고 말하더니 창구의 직원에게 계좌를 개설하라고 지시하였다. 잠시 후 다시 직원. "과장님, 승인해주세요. 그리고 이거 계좌번호 있는 부분 복사해드리
면 되죠?"
고맙게도 복사까지 해줘서 복사집을 찾아 고생할 필요가 없었다. 무사히 통장사본을 들고 다시 모델하우스로 들어갔다. 내집마련신청 줄은 아까보다 훨씬 더 길어져 있었다. 대기번호라도 미리 받아놓을걸, 하는 생각이 스쳤다. 직원에게 지금 왔다고 이야기하니 스프링 노트에서 찢은 종이 한 장에 이름을 적으라고 하였다. 이렇게 적고 대기하는 게 맞나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지만 별 다른 도리는 없었다. 한참을 기다리니 차례가 되었다.
"일단 설문조사 하나 작성해주세요"
설문조사는 분양 소식을 어디에서 듣고 왔는지, 분양 받을 의향이 있는지, 투자용/거주용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등등 일종의 관심고객 분석용이었다. 다음으로는 내집마련신청서 양식을 받았다.
"이거 작성하시고요. 양쪽 다 똑같은 거고 하나는 저희 보관용이에요. 가운데 싸인하시면 되고 신분증 보여주세요. 통장 사본은 가지고 오셨죠? 신분증이랑 같이 주시면 됩니다."
"신분증이랑 통장 사본 여기 있습니다."
"신청 타입은 뭘로 하실 건가요? 59, 84, 114 있는데."
"59로 하겠습니다."
"59는 거의 당첨 확률 없는 거 아시죠? 1순위에서 다 마감될 거에요. 오늘도 내집마련만도 천 분 넘게 신청하셨고요."
"그래도 59로... 그럼 84는 어떤가요?"
"84도 당첨 가능성은 솔직히 낮을 거 같아요. 당첨 가능성 생각하시면 114 권해드립니다."
"114요? 흠..."
"아니면 어차피 당첨 확률 낮은데 그냥 하고 싶은 거 하세요. 혹시 또 모르잖아요."
"네, 그럼 59로 해 주세요."
"여기 체크하세요."
OO뉴타운이라고 써 있는 하얀 봉투에 내집마련신청서를 담는 것으로 신청은 끝났다. 금요일 늦은 오후, 모델하우스 폐장 시간이 가까워오자 모델하우스 내부는 걸어다니기 조차 힘들 정도로 붐비기 시작하여 전시된 단위세대를 보기 위한 줄 역시 타입마다 길게 늘어져있었다. 하루종일 움직였더니 단위세대 내부까지 기다려 본다면 너무 지칠 것 같았다. 각티슈 하나를 받아들고 모델하우스를 나오는데 아주아주아주 작은 무언가를 이룬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물론 그 작은 것을 생각하면서도 이건 착각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무엇.
밖으로 나오니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은듯한 스타벅스가 있었다. 낮에는 안 보였었는데, 해가 지고 주변이 어두워지니(주변에 뭐가 없으니 더 어두워진 것 같이 보이기도) 불을 환하게 밝힌 스타벅스가 눈에 들어온 것도 같았다. 드라이브 스루에 매장도 꽤 넓어 보였다. 며칠 전 이 새로 생긴 스타벅스에 대하여 부동산 게시판에서 봤었던 글이 떠올랐다.
"아시겠지만 스타벅스는 입지에 매우 신경을 씁니다. 왜 여기에 입점했는지 이유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스타벅스도 한 때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입점했었죠. 하지만 매출은 기대이하였습니다. 원인을 분석하니 지나가기만 하고 오랫동안 머무르는 사람이 없어서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후로는 사람들이 머무르는 곳에 입점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타벅스가 지하철도 없는, 한적한 뉴타운 한복판에 자리잡은 것은 앞으로 이 곳이 사람들이 머무르는 곳이 될 거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요? 한편 이 곳에 자리를 잡으면 스타벅스의 브랜드 가치가 더 높아질 거라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아요. 스타벅스는 매장 자체가 광고판이잖아요. 이 위치가 미래를 예측했을 때 가장 발전할만한 곳이라 본 거라고 생각합니다."
>좋네요, 사람냄새나는 거리로 발전하면 좋겠어요.
>장사가 될까 싶었는데 요새 북적거리는 걸 보니 스타벅스의 안목을 인정하게 됩니다.
>꿈보다 해몽이 더 좋으신 거 같아요.
>완전 촌동네인 저희 동네에도 드라이브 스루가 있는 매장이 생겨서 장사가 될까 싶었는데 터져나가더라구요. 제가 내린 결론은 요새의 스타벅스는 좋은 입지에 생기는 게 아니라 입지를 능가하는 브랜드다, 입니다.
>저도 오픈 때 놀랬어요.
>첨엔 저도 생소했어요.
>스벅이 미친듯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슈퍼을이라 매출대비 얼마로 임대차 계약도 맺는 편이구요. 참고로 저희 집 사거리에 스벅이 3개 있습니다. 이러다가 4개도 될 지경...
스타벅스에서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잠깐 앉아있다 보니 어느 새 컴컴한 밤. 금요일 밤이었고 집엔 언제 도착하나 싶어 서둘러 길을 나섰다. 하루종일 분주하게 엄청난 재테크라도 할 것처럼 돌아다녔는데 소득도 없이 '내집마련신청서'하나 들어있는 봉투하나만 덜렁 들고 가는 것 같았다. 투자자는 무슨. 그래도 이름처럼 내집마련... 아니면 내 집 마련, nae-jip-ma-ryeon 비슷한 거라도 할 수 있겠지...
그리고 2주후 문자가 날아왔다.
"11월 19일(토) 내집마련 추첨 예정 / 신청자 1인에 한하여 동호수 추첨장소 입장이 가능하며 순번 추첨에 의하여 즉시 계약을 체결하여야 합니다 / 잔여세대 소진시 추첨이 조기 종료될 수 있습니다 / 전용 59타입은 계약완료되어 내집마련 추첨 실시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