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얼랩 Jul 01. 2021

지도에서 찾아보는 자라, 루이비통 그리고 내추럴 와인

각각의 매장 위치가 말해주는 도시의 면면

   없는 해외 도시로 여행을 하기 전이라면,  도시의 번화가는 어디인지, 숙소를 어디에 잡으면 교통이 편리하고 볼거리가 많을지에 대해 알고 싶어 진다. 당연히 가이드북이나 인터넷 자료의 도움도 받지만 나는 구글 지도에 특정 브랜드 매장을 검색하여 시내 지리를 가늠해볼 때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루이비통과 자라.

 

내 기준으로, 루이비통은 럭셔리 브랜드의 대표 격으로 한 도시의 럭셔리 상권과 고급 주거지의 위치를 가늠해보는 지표다. 루이비통 부티크가 있는 곳이라면 언저리에 다른 럭셔리 브랜드 매장이 있을 확률도 높고, 아주 멀지 않은 곳에 고급 주거지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도 종종 찾을 수 있다.


자라는 루이비통과는 조금 달리, 유동인구 혹은 쇼핑 인구가 가장 많은 곳에 입지할 것이라 확신하기에 그 위치 자체가 이 도시에서 가장 번성한 상권이 어디인지, 어디가 교통이 가장 편리한 곳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구글은 당연하고 네이버 블로그만 검색해도 도시의 각 지역, 거리, 타운에 대한 자료가 쏟아지지만, 전체적인 도시 전체의 구조나 토지이용(!)의 감을 순간적으로 잡기에는 약간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이 두 단어를 입력하면, 구글 지도 위의 가느다란 선들이 만드는 위계와 입체감이 조금 더 빠르게, 그리고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두 브랜드의 매장 위치를 이런 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구글 지도에 루이비통과 자라를 입력했는데 둘의 거리가 멀지 않다면, 그 일대가 이 도시의 최대 상권일 것이라 추측해보는 것이다. 쇼핑몰이 많은 도시의 경우 두 브랜드가 아예 한 건물에서 검색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그곳은 최대 상권에 위치한, 아마 그중에서도 임대료가 가장 높은 상업시설 중 하나일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도시의 교통망을 파악하는 데에도 요긴하다. 처음 지도로 보는 도시라면 확대와 축소를 계속 반복하지 않는 한 색색의 선이 지하철인지, 트램인지, 광역철도인지 아니면 그 외의 무엇인지 분간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위와 같은 과정으로 상권을 스캐닝하고 나면 교통 중심지는 물론이고 중심지로부터 뻗어 나가는 교통수단들이 도달하는 지점에도 눈이 가게 된다. 물론, 예외도 있는데 시내 중심이 아니라 뭔가 허허벌판 같은 곳에 핀이 찍히는 경우. 교외의 쇼핑몰이거나 아웃렛, 혹은 공항 내 상업시설에 위치한 매장일 가능성이 높다. 확대하지 않아도 도심지 여부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으니 크게 혼동을 불러일으키진 않는다.


---


럭셔리 브랜드 중에서 루이비통을 고른 것은 매장 수와 관련이 있는데, 예를 들어 에르메스나 샤넬은 그 수가 루이비통보다 적어 글로벌 대도시라 하여도 매장 자체가 아예 없는 경우가 있다. (물론 반대로 럭셔리 브랜드가 지방 도시에까지 일상적으로 진출한 일본은 예외적임) 반면, 루이비통은 50개국에 460개의 부티크를 운영하고 있어 나름 적절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참고로 에르메스는 310개, 샤넬은 120개의 부티크를 운영 중인 것으로 나온다.)


자라는 약 90개 국가에 약 2,000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이 정도면 웬만한 주요 대도시에는 다 진출해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매장이 훨씬 더 많은 외식 브랜드(맥도날드?)도 있겠지만 소위 번화가가 아닌 지역상권에까지 입지한 경우가 많기에, 빠르게 도시 전체의 위계를 파악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특히 여러 언론보도나 리포트를 통해서 알고 있듯이, 자라는 오랫동안 오프라인 매장 자체가 광고라는 전략으로 주요 입지에 매장을 경쟁적으로 출점하지 않았는가. 자라 매장의 위치는 곧 유동인구가 많고 접근성이 좋은 곳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편, 자라 역시도 온라인으로의 시장 재편 및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대대적인 오프라인 매장 폐점을 추진한다고 하니 나의 이러한 구글 지도 검색도 2021년 이후로는 효용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긴 하다. (인디텍스 전체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수행 중이라고 한다.)


---


구글 지도에서 루이비통과 자라를 검색하듯 네이버 지도에서도 어떤 브랜드의 매장을 검색하며 도시의 구조나 상권의 크기, 위계를 가늠해보기도 한다. 스타벅스와 맥도날드가 그렇다. 소위 스세권, 맥세권은 모두가 그렇듯 살고 싶은 동네의 조건이면서 최소한의 상권+편의시설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라고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에 파리바게뜨를 더해본다. 이 셋이 다 있는 동네다? 생활에 필요한 다른 편의시설은 모두 가까이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예외는 늘 있다.)


---


여기에 하나 더, 힙...(힙이라는 말이 2021년에도 널리 쓰인다고 가정하고)한 동네의 지표로 네이버 지도에 '내추럴 와인'을 검색해본다. (물론 네이버 지도에 내추럴 와인을 타이핑하고 검색한다는 것 자체가 힙과 거리가 멀 수 있다. 아무리 못 해도 인스타그램에서는 검색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랄까.)


강북에서는, 이런 종류의 전통적 상권이라 할 수 있는 홍대-연남과 이태원-한남 일대에서 많은 수가 검색된다. 을지로와 성수에도 많다. 상권의 범위가 넓은 성수 일대에도 많은 수가 검색되는데 최근의 상주인구-유동인구의 구성을 생각하면 수긍이 가는 결과다.


2-3년 전부터 "요새 거기 많이 가던데"에서 거기를 맡고 있는 동네의 등장도 확연하게 보인다. 바로 옥수-금호와 신용산-삼각지 일대. 옥수-금호는 말할 것도 없이 일대에 입주한 신축 아파트를 배후로 두고 있는 점이 가장 클 것이다. (+강 건너의 인구도) 수요가 안정되고 주변이 선호 주거지로 발돋움하며, 신축 아파트 사이 작은 건물에, 혹은 한 차례 임대가 돌고 나간 아파트 상가에 맛집이며 카페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 벌써 몇 년이니까.


신용산-삼각지는 아모레퍼시픽 사옥 준공과 함께 본격적으로 골목 점포의 업종이 달라진 동네가 아닐까 싶은데, 인스타그램에 촘촘히 찍히는 가게들이 사이사이에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홍대-연남, 옥수-금호와 함께 '마용성' 상권이기도 하다.


강남에서는 압도적으로 압구정-신사에 가장 많이 몰려있다. 단위면적 당(?) 내추럴 와인 (취급) 점포 수로는 서울시내에서 가장 높을 것 같은 동네다. 그 외 강남(강의 남쪽)의 다른 지역에서는 크게 집중도를 보이지 않는데, 아마도 상권의 특성이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다. (근린상권, 주요 구매고객 구성, 구매고객의 성향 등등)


---


이렇게 쓰고 나니 왜인지 모르게 연구의 한계, 같은 것을 부연해야할 것 같은데, 일단 네이버 지도에서 내추럴 와인이라고 검색해서 나오는 결과가 내추럴 와인 전문 바나 내추럴 와인을 취급하는 바 전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검색 결과의 기준에 대해서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하필 많은 아이템 중에서 내추럴 와인을 골랐냐고 한다면, 그냥... "출처:  머리 ..."이다.  기준 빅데이터에서 요즘 눈에 많이 띄는 아이템이라고나 할까.


---

 

정리하면, 이렇다. (갑자기 요약해드립니다!)


1. 네이버 지도에서 '내추럴 와인'을 검색하였을 때 핀 여러 개가 집중적으로 찍히는 곳: 홍대-연남, 이태원-한남, 을지로, 신용산-삼각지, 옥수-금호, 성수, 압구정-신사.

2. 스타벅스, 맥도날드, 파리바게뜨가 모두 있는 동네라면, 그 외에도 일상에 필요한 편의시설이 모두 갖춰진 동네일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다.

3.  기준 지표인 루이비통, 자라는 상권의 위치, 위계, 크기와 함께  넓게는 도시의 대강의 구조를 짐작하게 한다. 다만, 글로벌 대도시에서는 나름의 활용이 가능하나 대륙/국가에 따라 점포의 편중이 있으므로(너무 많거나 너무 적거나)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 자체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



 


이전 06화 뉴타운 모델하우스 답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