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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랩 Oct 24. 2021

도시와 인간

그저 도시와 인간을 나란히 놓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가장 먼저 들었던 전공 수업은 <도시와 인간>이라는 3학점짜리 과목이었다. 수업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과목명만은 살아남아 이렇게 이 곳의 이름이 되어있다. 그건   정도의 마음으로 도시를 이야기하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물론 어느 SNS 계정에서 나는, ' 도시를 사랑한다' (줄여서 //사라고... 생각한다) 외치고, 최근엔 안산 선수를 따라 ' 도시를  사랑'이라고도  봤지만  많이-자주-계속해서 사랑하는 것에는 실패한다. 그래서 요즘의  도시를 향한  사랑은 점점 고백이 아니라 의지의 표명이 되고 있다. 우리 그냥 사랑하게  주세요. 이런 내가 남들에게  도시에 대한 복음을 전파할  있을 것인가. 감히 남들에게도 도시를 사랑하자고 외칠  있겠는가. 양희은님도 노래하셨듯,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  내려줘야 한다)


훌륭한 선생님께서 내가 나로 남아있기 때문에 생기는 우울은, 내가  자신이 아닐  있도록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하며 보내려 한다 말씀해 주셨다. 믿을만한 다른 사람의 리듬을 그냥 따라가 가지 않던 곳에 간다던가. 어떤 날은 광화문 네거리에 나가 북악산 꼭대기에 내려 앉은 비구름만 봐도 괜찮은 기분이 든다. 그렇지만  서울이 싫어진다. 다시 서울은 너무 사랑하고 내가 영감을 받을  있는 유일한 곳이라 혼자 중얼거리며 서울역사박물관 앞을 지난다. 진짜 싫은  서울이 아니라 내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감히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나는  나로 남았을까. 그런 날은  손톱도 싫다. 어떤 마음인지 알지?


어떤 분이 나에게 이 도시를 사랑하는 이유 다섯 가지를 물으셨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이 도시의 무엇이 사랑스러운 것인진 잘 모르겠고요. 여기에 쌓인 기억이 많아서 그런건가, 생각했어요. 물론, 순간순간 이 도시에 깃든 애정을 확인할 때가 있긴 합니다. 사대문 안 도심을 걸을 때, 도서관에서 남산을 볼 때, 늦은 오후의 빛을 반사시키는 일정한 간격의 창문을 볼 때 등등. 그렇지만 좋은 기억이 많이 생기면, 이 도시가 다른 도시여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섯 가지로 나누어 설명드리기는 좀 어렵네요."


어떻게든 여기를 사랑하려는 마음, 나를 좋아하려는 마음. 그러다가 떠올린 것이었다. '도시와 인간'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그냥 나란히 도시와 인간을 두고 같이 생각하려는 마음 정도면. 너무 싫고, 좋고, 사랑하고, 기쁘고, 우울하고, 그렇지만 어떻게   모르겠는, 너무 좋은 나의 도시와  앞의/ 안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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