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버린 마흔 중년의 제주섬 치유기
매일매일 행복하기로 했다. 의지를 내서 노력하기로 했다. 게으른 몸을 일으켜 아이들과 학교 운동장에 가서 두 번이나 뛰놀고 왔다.
점심때는 삼겹살을 구웠다. 저녁에는 어묵을 곁들인 국수를 만들어 봤다. 아내가 요란을 떨면서 맛있다고 해 줬다. 아내도 남편이 행복하도록 의지를 내고 있었다.
볶은 갓김치를 다 먹어 치웠다. 잔반을 남기지 않았으면 했다. 즐겨 보지 않았던 예능프로를 큰아이와 보면서 낄낄댔다. 로또도 샀다. 사소한 것으로 행복하기로 했다.
무슨 바람이 들었길래, 퇴직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육아휴직을 냈던 걸까?
힘들어서 그랬겠지만, 솔로몬이 말했다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를 외치며 또다시 인내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12년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이제 어느 언덕에 비비고 살 것인가?
6월 1일. 1년간의 육아휴직이 시작되던 날, 자정을 넘긴 시간에 다시 한번 자문해 보았다.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일까?
낯설다. 출근의 관성에 얽매인 나는 노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 바쁜 월요일을 앞두고 잠 못 들던 과거 여느 일요일 밤처럼, 여전히 부유하고 있었다. 25일이 되면 월급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을 텅빈 통장잔고를 받아들이는 것도 익숙하지 않겠지?’
‘그래도 잘 선택한 거야!’
쉬고 더 웃으며, 아내, 아이들과 더 많이 부대끼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낼 거다. 밝은 해가 떠오를 테지! 푸른 여명이 감도는 새벽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