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비전재복 Nov 12. 2023

*옥구초 '아나바다 나눔 장터'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112)

*'아나바다' 옥구초 나눔 장터


오늘은 은성이네 학교에서 '아나바다 나눔 장터'가 열리는 날, 부모님도 시간이 되면 오시라고 했다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는 바쁜 일이 있어서 못 간다는 말에 은성이가 시무룩하다. 못 가는 대신 필요한 물건을 사라고 할아버지가 천 원짜리로 1만 원을 주시자 은성이 얼굴이 조금 환해졌다.

아빠엄마는 멀리 있으니 아예 기대도 할 수 없지만, 다른 약속이 있어서 갈 수 없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때문에 기운이 빠진 우리 은성이를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바쁜 시간을 촘촘히 쪼개 쓰기로 하고 할머니가 나섰다.

스쿨버스로 은성이를 태워 보낸 뒤 서둘러 외출준비를 하고 꽃집으로 향했다. 선생님께 드릴 작은 화분 하나 준비해서 학교로 달려갔다. 교실에 올라가니 교실은 텅 비어 있어서 선생님 책상에 화분을 올려놓고 강당으로 내려갔다.

강당은 시끌벅적 아이들과 선생님 그리고 일찍부터 나오신 학부모님들로 제법 장터 기분을 내고 있었다.



며칠 동안 아이들은 자기가 가진 물건 중에서 아직은 새것처럼 쓸 수 있지만, 작아져서 못 쓰는 물건, 애정이 식은 물건, 많이 가지고 있어서 나눠 쓰고 싶은 것들을 열심히 모았다고 한다.

모아진 물건들은 학년 별로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며 알맞은 가격표를 만들어 붙였다고 한다.

오백 원, 천 원, 이 천 원, 오 천 원~

아무리 좋은 물건도 이 가격을 넘지는 않는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아나바다 나눔 장터'가 11월 10일 9시 30분부터 옥구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것이다.


넓은 강당에서 학년 별 장터를 벌려놓고, 판매자를 정하고, 장바구니를 준비하여 모든 아이들이 판매자와 구매자가 되어 장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넓은 강당은 어느새 학년별로 흥겨운 장마당으로 변신하여 있었다.

 


우리 은성이는 어디 있을까? 2학년 장터와 1학년 장터에도 보이지 않더니 무대 위 체험놀이터에 분홍색 장바구니를 든 은성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은성아~ "부르며 다가갔더니 깜짝 놀란 우리 은성이 두 팔을 벌리고 달려온다.

마음 한구석이 많이 섭섭했을 우리 은성이를 안아주고 함께 체험놀이부터 도전했다.


은성이는 이미 할아버지가 주신 1만원을 다 쓰고 체험놀이판에서 기웃기웃 구경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깜짝 등장한 할머니에 신이 난 우리 은성이도 세 개의 놀이를 어렵지 않게 수행하고 경품을 받고 내려왔다.


장터 한쪽에서는 선생님들이 건빵과 음료 등 간단한 간식도 팔고 있어서 제법 장마당의 흥을 돋우고 있었다.


우리는 다른 학년 가게도 둘러보고 두어 가지 물건을 더 샀다. 할머니가 보충해준 돈으로 음료수와 간식도 샀다.


손 잡고 돌아다니며 사진 몇 장 찍고, 1학년이라 학생대신 판매를 도와주시느라 더 바쁘신 은성이네 담임선생님께 눈 인사 드리고 강당을 빠져나왔다.


너무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는 요즘 아이들,

멀쩡한 물건도 쉽게 버리고, 도무지 아까운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 작은 물건 하나라도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이런 체험활동이, 비록 당장에 큰 변화를 기대하지는 못할지라도, 오늘의 이런 행사가 분명 바람직한 소비활동의 단초가 되리라고 기대해 본다.



.

작가의 이전글 *꿈동이들의 희망노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