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나 물건 하나가 별것 아닌 것과 특별한 것으로 갈라지는 것은 의미를 두는 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늘 처음인 양 선한 낯빛으로 내게 오는 오늘이라는 선물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살아온 버릇처럼 유순하게 오늘을 맞이하며 가끔은 내일에 얹을 꿈을 꾸기도 하는 일흔네 살, 아직도 단단하게 여물지 못한 여자다.
뭔가를 기록하고 끄적이는 오랜 습관이 詩라는 이름, 散文이라는 이름의 책으로 몇 권 묶여있다. 그런데 하필 오래전에 묶었던 첫 번째 산문집이 늘 명치끝에 걸려있었다. 시집이 아닌 산문집, 일기처럼 짤막하게 써 놓은 글들을 담아두었던 그 책, 원본마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고 소장하고 있는 책도 달랑 한 권뿐인데 그 속에 담긴 내 어머니 이야기를 이대로 놓쳐버릴까 봐 두려웠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할 것도 없는 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특별한 것이 되는 순간이다.
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지 20년이 흘렀고, 그 어머니의 이야기와 딸의 이야기, 일상의 별것 아닌 이야기 조각을 꿰어놓은 것이 벌써 10년 가까이 되어간다.
올해 우연히 <봄날의 산책> 대표와 인연을 맺어 가감 없이 그 책을 새로 재현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
남의 이야기에 무슨 관심들이 있을까만 누군가의 딸이고 어머니인 당신이라면, 엄마를 향한 그리움을 가슴에 키우고 있는 당신이라면 이 이야기를 함께 들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