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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Nov 27. 2023

*미래의 태권전사

1품 심사받았어요(117)


11일 26일 우리 은성이가 태권도 1품 심사를 받았다.


올 3월 초등 1학년이 되면서 시작한 태권도, 체력을 기르고, 외동이라 편들어줄 형제자매도 없으니 호신술이라도 익혔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한 운동이다.


그런 우리 은성이가 운동신경이 제법 좋은 모양이다.

유치원 다닐 때도 춤을 가르치면 가장 잘한다고 선생님들이 칭찬하셨다.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이려니 했는데, 보내준 동영상을 보면 정말로 친구들보다 잘하는 것 같았다.(고슴도치 부모 맘일 테지만.ㅎ~)


학교에서 1학기 때 방과 후 수업으로 방송댄스를 잠깐 했는데 역시 좋아하고 잘 따라 한다고 했다.


태권도사범님도 은성이가 제 또래 중에서 운동신경도 뛰어난 편이고 잘한다고 칭찬한다.

둔하고 못한다는 말보다 엄청 기분 좋은 말이기는 하다.


1품(어린이들은 1단이 없고, 1품이라고 한다고 했다.) 심사를 치른다고 3주 동안 토요일도 체육관에 가서 보충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아침 일찍 체육관에 모여 버스로 심사장에 갔다.

은성이를 먼저 보내고 나서,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도 승용차로 따라나섰다.

이웃 도시인 김제시 실내체육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주차할 곳이 없을 만큼 학원차들과 일반승용차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넓은 실내체육관을 가득 메운 태권 꿈나무들(초등학생)! 도내의 초등학생 태권꿈나무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우리 은성이는 다행히 순서가 앞에 잡혀 있었다.

긴장해서 실수하면 어쩌나 마음을 졸이며 멀리서 지켜보았다.

우리는 자리마저 잘못 잡아서 은성이가 심사받는 곳의 건너편이라 거리가 멀었다. 카메라를 한껏 당겨서 찍어야 했다.

기본동작, 품세, 겨루기 등 세 곳으로 이동하며 심사를 받았다.

꼬맹이가 제법 야무지게 잘하고 있었다.

지켜보면서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어이쿠! 잘한다! 옳지! 그렇지!"

추임새가 저절로 나왔다.


할미눈에 사랑의 콩깍지가 끼어서 그러겠지만, 우리 은성이가 정말 잘하는 것처럼 보였다.


은성이 차례가 끝나고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서 사범님을 만났더니 사범님도 은성이가 잘했다고 말씀해 주신다.

결과야 나중에 나와봐야 알겠지만, 크게 실수하지 않았으니 무사히 1품 띠를 차겠지. 혹시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그럴 리야 없겠지만)

우리는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수없이 엉덩방아를 찧고 다시 일어서기를 하던 아기가, 어느새 자라서 초등학생이 되고, 오늘은 절도 있고 힘 있는 동작을 하며 수많은 관중 앞에서 공인된 심사를 받고 있다니...!

가슴이 뻐근하고 주책없이 눈물이 차올랐다.


무엇이 되어도 좋다.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거라.

그리고 부디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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