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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Dec 17. 2022

*눈부신 고립

       -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21)

*어제 밤부터 대설주의보가 뜨고, 지금도 눈은 내려 쌓이고 옥정리는 한껏 고요 속에 묻혀간다.


문득 이 눈 속에 연세드신 스승님은 어찌 지내시는지 기특한(?)생각이 들어서 아침 나절 전화를 드렸다.

두 분 모두 좀체 전화를 받지 않으시자 방정맞은 생각에 마음이 불안했다.

 전화로 손 전화로 교대로 눌러댔더니 한참만에 한 달만 지나면 아흔 셋이 되시는 6학년 때 스승님이 전화를 받으신다.

통화 중에 한 달 쯤 전에 사모님이 세상을 뜨셨다는 비보를 전해들었다.

무슨 말로 어떻게 위로 드린단 말인가?

노부부의 쓸쓸한 이별~ 혼자 남은 이의 비통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안식구는 여든 아홉이었어~"


선생님의 물기어린 목소리가 가슴을 친다. 자식들이 번갈아가며 집에 들러 챙겨주니 걱정말라 하신다.


젖은 마음으로 전화를 끊고, 몇 번의 시도 끝에 서울에 홀로 사시는 2학년 때 은사님과 전화연결이 되었다. 주방에서 일하느라 전화를 못 받았다 하신다. 

결혼하신 적이 없으니 어머님을 보내드린 후로 쭈욱 혼자 지내신지 오래다.

구 십이 가까우신데도 소녀처럼 목소리가 밝고 통통튀신다.

지금도 성당에 다녀오시는 일 외에는 책 읽고 붓글씨 쓰시느라 심심할 틈이 없다는 우리 선생님~^^


그리고...

눈 내리는 옥정리 풍경에 갇혀서, 이런 날 딱 어울리는 "한계령을 위한 연가"를 듣는다.

 (문정희시인의 시에 내 목소리를 입혔다.)


세상이 참 고요하다.


https://youtu.be/0N9aXHmS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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