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닥거리는 가슴으로(223)
장미가 울타리를 넘어 6월이 왔다.
5월의 햇살이 흰 찔레꽃 위에 마구 뒹굴던 5월 31일 토요일이었다.
전교생이 100명을 채 못 넘는 도시외곽의
사실상 농촌지역 초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은성이는 토요일 특별한 체험을 했다.
전주에서 있은 전북지역 학생 詩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전주에서 출퇴근하는 담임선생님의 안내로 같은 반 친구와 둘이서 시낭송대회에 나간 것이다.
시간에 늦을까 봐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아빠가 운전하는 차로 할머니랑 은성이는 전주로 달려갔다.
할머니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했지만, 가슴이 콩닥거릴 아이의 마음이 와닿아서 가만히 작은 손을 쥐어주기도 하고, 등을 쓰다듬기도 했다. 속으론 같이 콩닥거리면서.
모내기가 많이 끝난 들판엔 아직 땅심도 못 잡은 벼포기들이 물 밖으로 간신히 고개를 내놓고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일 학년 아이들처럼 나란히 나란히 줄을 맞춰서.
같은 장소에서 고등부 언니들(20여 명)이 8시 반부터 시작하고, 9시 반부터 중등부 언니들(28명), 10시 반부터 드디어 초등부(36명) 경연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너무 일찍 가서 중등부 언니들의 경연까지 참관할 수가 있었다.
못하겠다고 떼를 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많이 긴장한 것 같기는 하지만 또박또박 외운 대로는 해냈다.
다만 시의 맛을 살리는 중요한 포인트를 빼먹는 실수를 해버렸다.
그래도 마무리 인사까지 잘 해낸 우리 은성이가 대견했다.
비록 수상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시골 촌놈이 전주까지 와서, 함께 섞여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좋은 공부가 되었을 것이다.
고 참새 같은 작은 가슴이 얼마나 두근거렸을까? 생각하니 끝까지 詩 전문을 외워준 것만도 기특했다.
다음에 또 해볼래? 물었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다음 일은 다음에 생각하기로 하고
"울 강아지,
오늘 그만하면 아주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