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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Jan 31. 2023

*G선을 연주하자

    詩기 있는 풍경(42)


*G선을 연주하자

                                                전재복



솜털 하나하나에

돌기가 있어

스치는 바람 한 올에도

벼린 칼듯 베인다


가지가 부러져야만

아픈 것은 아니지

끝내 지키고 싶은 한 음

가장 가늘고 높은 현이

끊기는 날카로운 비명

허공을 긋고

툭 심장에 떨어진다


부르르

파동으로 번지는 신음

무지에 베인 상처를

오래 깊이 앓았다


참 못났다

남은 현을 챙겨야지

주저앉은 허풍선이 인형에

바람을 채워 세우고

아직 내 안에 건재한

G선을 연주하자


******************************

몸에 맞지 않는 옷은 입은 것처럼 불편했다.  새로 어울려 가는 어떤 무리 속에서 내키지 않는 어떤 일이 그랬다.  먹고 사는 일도 아니고 그만두면 되지 않겠느냐고 속으로 몇 번을 나에게 물어보지만,  2:6:2 괜찮사람들과 맺은 관계를 뚝 끊고 나오기가 쉽지 않다.

(나를 무조건 좋아하는 사람, 그럭저럭 보아주는사람,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의 비율이 그렇다고 한다.)

아직은 자연인처럼 세상과 단절하고 살아갈 용기도 형편도 되지 않으니...


별 뜻없이 흘리는 말에 알량한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혼자서 속앓이를 하느라 자존감이 바닥을 치기도 한다.


나이를 먹는다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닌 것처럼, 노년으로 가는 길이 늘 여유롭고 고요하지는 않다. 아직도 폭풍이 몰아치고 파도가 거칠게 요동을 치기도 한다. 데일것 처럼 뜨겁고 아린 열정도 있고, 온밤을 지새우는 애틋한 그리움과 고뇌와 희열도 있다.

그러니 기죽지 말자. 아직 네 번 째 스무 살까진 한참이나 남았는데...

문득 구석을 찾아드는 초라한 나를 발견하고 자기암시가 필요함을 느낀다.


"이만하면 잘살고 있는거야. 아직 할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데...  쓸모가 없다면 누가 나를 불러주겠어?"


하나 남은 선으로<G선상의 아리아   >같은 불후의 명곡을 만들기도 하는데, 내게 남은 능력으로 무언가를 해보는 것, 그것이 한 편의 인생작이라면 더할 나위없고,

그에 못 미치더라도 멈춰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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