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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Feb 16. 2023

*모르는 사람끼리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47)


미안해요.

생면부지 우린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지요.

그저 오다가다 우연히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흐름 속에서 이웃이 된 당신에게,

기쁨이거나 흥미를 끌 만한 이야기도 아닌 것을 중언부언 늘어놓게 되네요.


많은 수는 아니지만, 만나고 인사를 나눈 귀한 인연도 더러 있었군요. 같은 지역이어서, 관심분야가 같아서라는 이유로.


고마워요.

개개인이 안고가는 마음의 무게도 가볍지 않을 텐데 시답잖은 낯선사람의 주절거림까지 읽어주고, 때로는 공감해주고, 귀한 댓글도 달아줘서요.


어제는 119에 실려 병원에 가신 시모님때문에 긴장을 했었네요.

다행히 응급조치를 마치고 수액을 맞고 안정을 찾아서 귀가하셨고, 오늘 아침 어머님의 효자아들이 모시고 대학병원으로 갔어요.

지난 주에 검사한 결과를 듣고

시술이든 수술이든 결정되겠지요.


손녀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날마다 한통씩 차는 세탁기를 돌리며 TV를 건성으로 보고 있다가...

혼자 있다는 편안함과 눈물샘을 자극하는 드라마의 장면이 딱 부딪친 거에요.

오랫동안 눌러 놓아서 터질것 같았던, 엉망으로 구겨진 내 자신이 물살에 휩쓸린 거죠.

흑흑 흐느끼다가 낮게 소리내며 한참을 울었습니다.


잠잠해진 세탁기를 열고 세탁물을 꺼내 빨래를 널면서 내가 오늘 무엇 때문에 울었지?  그토록 슬픈 일이 있었나?

그건 아니었지만 가슴에 조금 편안한 공간이 생긴것 같네요.


나를 위로할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 울고 싶을 때 실컷 울어보는것, 이 또한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 날입니다.

모르는 사람끼리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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