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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Nov 30. 2022

*詩가 있는 풍경(7)

     - 나이가 무섭다


*나이테 / 전재복



생살을 그어

상처를 내고

세월을 쟁여 넣는다

저벅거리는 시간의

발소리에

발작처럼 일어서던 촉수

주저앉혀 조근조근 타일렀다


견딤의 흔적을 엮어

허리춤에 두르고

뜨거운 가슴

분수를 넘지 않도록

촘촘히 가시 울을 치다

깊은 통증을 앓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지는 상처자국

휘청거리는 존재의 의미가

느지막에 자주

아프게 따끔거린다


또 하나의 나이테가

욱신거린다


*************************************

근래 자주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감정을 쉽게 추스릴 수가 없다.

불확실한 불안과 어떤 예시감...

어느 날 삭정이가 부러지듯 툭 부러질 것 같은 나의 시간이 자주 통증으로 들어선다.


"주변을 정리해야 해! 갑자기 닥칠 그날을 위해..."

강력한 주문처럼 따라붙는 생각이다.


나이를 먹는 일이 철이 드는 일은 아닐테지만, 적어도 제 분수를 가늠하게 되는 일인가보다.

함부로 나서기도 조심스럽고 뭔가를 해보겠다고 계획하는 일도 여간 어렵지가 않다.

용기가 없어서라기보다 시작하는 그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서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주 우울해지고 가슴에 찬바람이 휘돌아 나간다.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면 크건 작건, 결과가 기쁨으로 맺어졌건 아픔으로 결판이 났건, 상처를 내고 피딱지가 앉고 그 흔적들이 나이테로 굳어지는 것이지 싶다.

때로는 시커먼 옹이로, 가끔은 끈끈한 진액으로 흘러내리며 깊게 자리 했을 흔적.

나이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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