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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Jun 25. 2023

*아무개야~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87)


 리는 그런 사이다.

일흔이 넘은 할미들이지만 스스럼없이 "아무개야~"로 이름을 부르고,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이야기가 끊기지 않는 사이,

서로서로에게 집중하고 경청하며 기쁨도 슬픔도 내 일처럼 같이 울고 웃는다.

 같은 지역에서 자라고, 중ㆍ고등학교 대학까지 같이 다녔던, 40여 년의 교직경력을 공통분모로 가지고 있는 참 소중한 친구들이다.

지금은 서울 대전 전주 군산 등 흩어져 살고 있지만 한 달에 한 번은 만나려고 애쓴다. 애쓴다는 말을 굳이 쓰는 이유는 아홉 명이 모두 모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어제 모임도 거의 일 년 만에 완전체로 만난 것이다.

만나지 못하는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낸 친구, 어려운 수술을 받은 친구, 배우자와 영별을 하여 하늘이 무너지는 일을 당한 친구도 있다.

70여 년의 삶을 운영해 오다 보니 너 나 할 것 없이 고장 나고 삐걱대고 자잘한 아픔과 동행하는 것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모처럼 만난 친구들의 얼굴이 생각보다 나빠 보이지 않아서 고마웠다.

특히 최근에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기가 막힌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칩거를 하던 친구 S가 모임에 나와줘서 너무 고마웠다.



 점심은  '진수성찬'(상호가 진수성찬)에서 진수성찬으로 맛있게 먹었다. 쉽지 않은 9인의 완성체가 고맙고 내 따뜻한 친구들이 소중하고 좋아서 점심은 기분 좋게 내가 쐈다. ㅎ~

카페로 자리를 옮겨서 해도 해도 모자란 우리들의 수다를 풀었다.

다행히 다른 손님들이 없어서 주인장의 묵인하에(?) 아홉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자유롭게 날았다.


 서울 대전 전주로 돌아갈 친구들을 위해 2시 40분에 자리를 일어서면서, 부디 오늘만큼만 건강하자고, 아쉬워하며 마음 손을 맞잡았다.


  날마다 얼굴을 마주 하진 못 해도 우리 서로 마음은 닿아있는 것 맞지? 사랑하는 내 친구들 오늘도 무탈하자!



*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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