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비전재복 Jul 04. 2023

*나 좀 내비두라고

    수라이야기 (91)

[새만금 마지막 갯벌 수라]


<1. 탄생>



일찍이 그럴 줄 알았당게

아득한 그날

하늘이 열림서부터

우람한 바다랑

땅 끄트머리 가시내랑

첫눈에 불이 번쩍 튀더니

기언시 정분이 나더라고


밀쳐내고 끌어안고

저만치 도망갔다

우르르 달려들고

질펀한 사랑놀음 쪼매 거시기혔지


뻔질나게 오고 강께

모래도 바시라 지고 

흙덩이도 가루 되고

진득진득 보드란 뻘밭이 되더랑게

한 번 발 디디면 사정없이 빠져들어 

여지없이 생명은 깃들었지

몽실몽실 잘도 크더만

물고기랑 새들도

게랑 조개들도

생명 있는 모든 것들

새끼 낳고 번창하고 정들임서

그렇게 갯벌이 생겨 불더라고




<2. 풍요>



하루 두 번 굳은 언약처럼

밀물 썰물이 드나들며 비질한 갯벌

비가 내리면 빗물이 길을 내고

더러는 샛강도 흘러들어

세상 끝으로 뿌리 뻗듯

갯골을 만들었지

갯골 골짜기마다

흐르고 가두고 적셔가며

생명의 씨앗을 품어 길렀어

무량무량 너른 가슴에 안고 길렀네

생명을 키워내는 갯벌은

내일로 가는 약속이었어





<3. 절망, 분노>



포클레인 무섭게 쳐들어오고

불도저 사납게 밀고 와선

새만금방조제 길게 눕혀

바닷물길 틀어막기 전까지는

소박한 꿈이 허락된 땅

그냥 갯벌이었어


33.9km 장벽에 막혀

길 잃은 바닷물

돌아올 가망 없이 멈춰버리고

철없는 기다림은 주검으로

덮였지

흉흉한 바람만 유령처럼 떠돌았네

고기 잡던 손 조개 캐던 손

그 손에 쥐어진 낫자루엔

시름만 잡초처럼 무성했어






<4. 다시 희망을 >



다 죽은 줄 알았어

죽어버린 갯벌처럼

사람의 마음도 죽음을 보았지

그런 10여 년의 체념 뒤편에


'나 아직 여기 있어요'


가녀린 몸짓을 보내는

푸른 별의 신호

흰발농게 너였구나

쑥새야 너였어?

짱뚱어 너도?


말라비틀어진 희망을

다시 털어 입는다

늦었지만 우리가 지킬

그 길이 한없이 먼 길 일지라도


 가로막는 거대한 힘 앞에

손가락 한 마디라도

농게의 단단한 집게발인양 치켜든다


비행장은 또 무슨 놈의 비행장

좀 내비두라고

제발 손대지 말라고

간당간당 남은 마지막 갯벌

우리의 숨통 <수라갯벌>


.

************************************

*얼마 전부터 하루 2시간 해수유통이 되어

갯벌 생태가 살아나고 있었다네요.

그런데 새만금에 마지막 남은 수라갯벌에

신공항을 지으려고 한답니다.

수라갯벌만큼은  남겨주세요.!

갯벌과 염습지 등 다양한 형태의 연안습지는 수많은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소중한 서식지입니다. 탄소를 흡수해 기후변화를 막아줍니다.새와 어류, 게와 조개가 알낳고 새끼 기르는 생물다양성의 보물창고 같은 곳입니다.
수라갯벌은 사람에게도 새들에게도 소중합니다. 미래세대를 위해 수라갯벌 만큼은 남겨주세요.
 
(새만금과 수라갯벌답사를 위한 안내 팸플릿에서)

작가의 이전글 *주책바가지, 수라에 울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