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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Jbenitora Mar 12. 2024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꿀물

마누카꿀이 한참을 집에서 돌아다녔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자생하는 마누카나무 꽃에서 나온 꿀로써 항균작용이 있다고 하여 유행할 때 사놓았던 것이었다.


꿀은 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에게 먹여서는 안 되는 것이라 둘째가 태어나고는 먹지를 않았더니 애물단지가 되어있었다. 아이 주먹만 한 꿀통에는 꿀이 절반정도 남아있었다. 며칠간 날이 따뜻하다가 다시 쌀쌀해지면서 목에 가래가 끓고 기침이 났다. 뜨끈한 물에 꿀을 타먹기로 하였다.


한번 끓여 식힌 물이 있어서 분유물 온도인 43도에 맞춰 물을 데우고 꿀을 넣었다. 한시라도 빨리 꿀물을 먹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그 온도에서 분유는 몰라도 꿀은 잘 녹지 않았다. 시간을 들여 꿀을 다 녹이고 나니 물이 미지근해져 있었다.


아쉬운 한잔을 하고 65도로 온도를 더 올린 뒤에 꿀을 넣었다. 아까보다 꿀은 잘 녹았는데 마셔보니 여전히 원하는 것보다 덜 따뜻했다.


글 하나를 쓰면서 앉아 이렇게 홀짝홀짝 꿀물 2컵을 마시고 마지막으로 한 컵을 더 탔다.


기존에 끓여뒀던 물을 다 마셔서 새로 물을 부었기 때문에 100도로 팔팔 끓였다. 이 물에 꿀을 넣으니 꿀은 몇 번 휘젓지 않았는데도 녹아 없어졌다. 자그만 꿀통에 남은 꿀이 별로 없어서 끓인 물을 꿀통에도 부었다. 통을 몇 번 돌리자 꿀이 녹아 나왔다. 컵에 꿀을 따랐다.


꿀물은 마시기에 약간 뜨거운 듯 적당하였다. 꿀이 충분히 녹아들어 간 뜨끈한 물은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 까슬한 목구멍을 부드럽게 달래고 온몸 구석구석을 데워주었다.


물이 끓는 그 몇 분 혹은 몇 초를 못 기다려서 원하는 것보다 차가운 꿀물을 2번이나 마셨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것을 얻으며 사는 것이 인생이겠지만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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