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평생 운동으로 삼은 것은 2023년 9월부터였다. 고혈압, 고지혈증에 달리기가 특효약이라는 얘길 듣고 하프마라톤 대회에 충동적으로 신청하고 연습을 하던 것이 계기였다. 운동이라곤 하지 않던 몸을 하프를 뛸 수 있는 몸으로 바꾸기 위해 하루 건너 하루씩 조깅을 하면서 준비했다. 한 달을 그렇게 하니 걷고 뛰기를 반복하면서라도 완주를 할 수 있었다. 그 후 반기마다 2개씩의 대회를 나가면서 달리기를 하기로 작정하였다.
2024년 초, 겨울바람이 살을 에이도록 추워서 새벽에 뛰질 않았다. 봄이 되자 날이 좀 풀려서 일주일에 한두 번 뛰었다. 금방 여름이 왔다. 여름에는 폭염에 달리다가 어지럼증을 느끼고는 지레 겁을 먹고 쉬었다. 추석연휴가 지나고서도 무더위가 이어지는 바람에 쉬는 기간이 길어졌다. 몇 달을 달리지 않았으니 건강을 위해 먹는 것이라도 줄이거나 바꿨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만성질환은 호전될 기미가 없었다.
그렇게 가을 달리기 시즌이 되었다. 선선하니 달리기 좋은 날씨가 이어졌지만 설렁설렁 느슨한 마음으로 하다 보니 작년에 비해 연습량이 줄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생겼다. 독한 마음을 품지 않으면 평생 습관은 만들 수가 없었다. 건강한 몸을 가지기 위해서 반드시 달리기가 습관이 되어야 했다.
2024년 10월 25일, 이날부터 매일 달리기로 했다. 대신 목표거리는 즐겁게 달릴 만큼 부담 없도록 잡았다. 10월에는 매일 2km만 뛰자고 생각했고 시간으로 따지면 15분 내외로 뛰었다. 11월이 되어 뛰는 거리를 3km로 늘였고 20분 정도 뛰었다. 몸에 무리가 없었다. 뛰면서 땀이 나는 것이 느껴졌고 조깅 후 스트레칭 하고 나면 땀이 식어서 기분 좋게 운동을 마칠 수 있었다. 시간이 있을 때 16km가 넘는 LSD(장거리) 조깅을 한차례 하였고 부산 해운대에 가족여행을 갔을 때도 잊지 않고 해변을 뛰었다.
100km를 목표로 한 11월 누적 거리가 120km를 돌파하여 총 137.2km를 달성하였다. 6월에 49.4km를 뛰었고 10월에 53.9km를 뛴 것이 이전 최고 기록이었으니 2배를 더 뛴 것이었다. 애플와치에 깔아 둔 러닝앱 덕분에 매일 뛴 거리와 누적 거리를 확인하며 게임처럼 체크하면서 뛰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2월이 되자 날씨는 영하에 육박하게 추워졌다. 해가 뜨지 않는 새벽에 달리는 것은 보통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해가 뜨고 나서 달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였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전 9시 전후해서 30분간 뛰기로 하였다. 기존 거리에서 1km를 늘여서 4km 정도를 매일 뛰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매일 동네 운동장을 뛰었고 주말에는 다른 장소에서 같은 거리를 뛰었다. 어떨 때는 3km 대를 뛰기도 했지만 보통 4km를 채워 뛰었다. 그러다 보니 목표로 삼은월 120km 달리기는 손쉽게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목표는 이미 11월에 이뤄보았기에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 달리기는 전혀 힘이 들지 않았고 몸도 적응이 되어갔다.
어느 날 누적 거리를 보는데 2024년 기준 연간 총 뛴 거리가 350km 정도 되었다. 150km만 더 뛰면 1년 누적거리가 500km가 되는 것이었다. 그 시점에서 계산을 해보니 6km씩만 매일 뛰면 달성가능했다.
괜스레 도전의식이 생겼다. 어차피 딱 6km를 뛰고 멈추진 않을 테니 조금 더 뛴 거리까지 예상하면 혹시 하루쯤 빠지더라도 될 것 같았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목표거리를 30km 높게 잡았다. 한 달에 300km씩 뛰는 달리기 마니아들에게는 '이게 무슨 도전거리라고…'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대회 있는 달에도 한 달 누적거리 30km를 달성 못하던 사람에게는 충분한 도전이었다.
그렇게 12월 9일 월요일부터 16일 어제까지 8일 동안 평균 6km를 꾸준히 뛰고 있다. 목요일에는 달리는 동안 왼쪽 무릎 통증이 살짝 느껴졌고 오른쪽 발바닥에 족저근막에 찌릿한 통증이 왔다. 12월 8일까지 평균 4km를 뛸 때는 전혀 없던 증상이었다. 몸은 정직했다. 갑자기 하루 뛰는 거리를 2km를 늘리는 것에 대한 반응이 바로 온 것이었다. 그래서 금요일에는 일부러 오전에 뛰지 않고 8시간 정도 더 쉬고 오후에 뛰었다. 충분한 휴식 덕분인지 목요일과 같은 증상은 없었다. 또 달리기 전후의 스트레칭에 더 시간을 투자하면서 지금껏 문제는 없었다.
2024년도 이제 보름정도 남았다. 여기저기 송년회 소식이 들리고 단체 카톡방도 한 해 마무리로 바쁘다. 그런 와중에 자신이 만든 매일 6km라는 족쇄를 스스로 채우고 뛴다.
'왜 사서 고생하나?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40분을 뛰면서 매일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매일이 있기에 이걸 달성할 때의 만족도는 다른 어떤 것보다 클 것임을 알 수 있다. 내년 1월에 헌혈을 할 계획인데 혈압이 내려가 있지 않을까 살짝 기대도 해본다.
보름정도면 아직 늦지 않았다. 올초 계획에서 달성 못한 것 중 딱 하나만 골라 스스로 족쇄를 채우고 연말까지 달려 나가면 어떨까? 달성의 쾌감 아니 적어도 도전의 쾌감으로 내년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