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3월 2일에 등교시키겠습니다."
"네, 안녕히 가세요."
오전 9시 45분, 그렇게 예비소집은 끝이 났다.
2022년 12월 초에 집으로 2023학년도 취학 대상자 예비소집 안내문이 날아왔다. 예비소집 안내문에는 예비소집 장소와 시간, 가지고 와야 할 준비 서류들이 적혀있었다. 안내문과 같이 동봉된 취학 통지서와 신입생 기초 조사서, 개인정보제공 및 활용동의서, 초등 돌봄 교실 신청서와 수익자부담경비 납부 신청서 모두해서 총 5가지 서류가 필요하였다. 돌봄 교실에 참여해야 하므로 맞벌이와 다자녀를 증명할 서류도 같이 준비하였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예비소집일 및 장소를 다시 확인하는데 아래와 같이 안내가 되어있었다.
아이 엄마는 그날 휴가를 내기로 하였고 나도 스케줄을 비워 두었다. 아이에게 얘기했더니 그날은 학교 다니는 것처럼 차를 타지 않고 걸어가 보겠다고 하였다. 학교가 집과 가까워 아빠 손잡고 몇 번 걸어서 가본 적이 있고 1년 전부터 여기 다닐 거라고 얘기하고 다녔기에 아이도 기대가 컸다.
예비소집 전날 저녁에 식사를 하면서 준비사항을 한번 더 체크하는데 아이 엄마가 예비소집일에 오전 반차만 내놓았다고 하였다.
"그날 하루 휴가 내놓는다고 하지 않았어?"
"예비소집은 보통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 거라 오전만 해도 될 것 같아서..."
"안내문 똑바로 읽어봐야지! 10시부터 12시까지 하고 점심 먹은 뒤에 4시까지 쭉 하는 거잖아."
"아니야, 예비소집 가면 설명하고 금방 마칠걸?"
"나도 이렇게 오랫동안 뭐 할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안내문에는 하루 종일 하는 것처럼 쓰여있는데..."
첫째가 영아들이 다니는 가정 어린이집에서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으로 옮길 때의 예비소집이 생각났다. 어린이집 소개 및 선생님의 자기소개, 앞으로 원에서의 생활 등을 다른 친구들과 부모님들과 함께 들으며 원에서 1시간 이상을 보냈었다. 그렇기에 초등학교는 시간을 더 필요로 하는 것이리라...
여차하면 내가 아이와 있으면 되니까 아이엄마는 먼저 돌아가기로 하였다.
예비소집일이 되었다. 아침부터 부산하던 집이 느긋했다. 평소에는 8시 반이면 집을 나섰는데 첫째 예비소집 시간을 맞추다 보니 둘째도 여유 있게 준비해서 9시 15분에 집을 나섰다. 아빠와 첫째는 손을 잡고 초등학교까지 걷기로 하였고 엄마는 차로 둘째를 등원시킨 후 초등학교로 오기로 했다.
첫째는 초등학교까지 가는 길을 익숙한 듯 잘 걸었다. 입학 후에도 몇 번은 아빠가 같이 등교하겠지만 이 정도면 안심해도 될 것 같았다. 집에서 나와 학교정문까지 딱 15분이 걸렸다. 엄마는 둘째 등원시키고 학교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우리가 올 때까지 여유 있게 기다리고 있었다.
9시 35분, 예비소집 장소인 영어실에 들어서려는데 선생님 한분이 나왔다.
"10시부터 인데 일찍 오셨네요?"
"네, 먼저 와서 좀 앉아서 기다릴까 하고요."
"아닙니다. 바로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선생님은 아이 이름을 찾아서 출석 체크를 한 후 챙겨 온 서류를 확인하였다. 아이는 그동안 영어교실에 한쪽 벽에 붙은 세계지도를 흥미 있게 보았다. 실제 나라 크기와 비슷하게 그려진 지도에서는 인도와 아프리카가 엄청 크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좋아했다.
"돌봄 교실 하원 시간은 17시로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그렇게 적어주세요."
"서류 다 적었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서류 잘 확인했고요. 2월 24일에 반 배정 내역이 학교홈페이지에 올라오니 확인해 주세요. 입학식은 3월 2일이니 그날 10시까지 오면 됩니다."
"끝났나요?"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이렇게 예비소집이 끝이 났다. 오늘 아이와 함께 학교에서 시간을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는데 벌써 끝이었다. 잠시 방문해서 서류를 제출하고 가는 것이 예비소집이라고 안내문에 적혀있었다면 이렇게 허무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데 아이엄마가 자꾸 웃었다.
"신랑, 내가 이렇게 될 거라고 했지요?"
"아니,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5분 만에 끝나는 건 내 머릿속에는 없었네. 오늘 휴가 냈으면 큰일 날뻔했네."
"내가 뭐랬어요? 호들갑 떨며 내 말은 안 듣더니... 하하"
아빠의 예비소집에 대한 기대감이 아이에게도 전달이 되었는지 아이도 실망하는 모습이었지만 티를 내려하지는 않았다. 오늘도 친구들과 잘 놀라며 첫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들어오면서 '이제 초등학생의 부모가 되는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아이 엄마는 10시가 조금 넘어 출근을 하였다.
5분 만에 끝난 예비소집이 무슨 큰 행사인양 호들갑 떠는 아빠가 되었지만 아이가 앞으로 6년간의 학교생활을 신나고 씩씩하게 해주기만 한다면야 그런 아빠는 100번 되어도 좋다. 오늘 학교를 갈 때부터 걸어갈 생각을 하고, 나와서도 초등학생이 된 듯 침착하던 첫째를 떠올리니 괜스레 뿌듯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