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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의 하루

by CJbenitora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지도 한 달이다. 아이 키우면서 가장 걱정인 것은 초등학교 갈 때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 교실과 방과후학교라는 제도 덕분이다.


먼저 돌봄 교실은 학교 정규 수업이 끝나면 하교할 때까지 선생님이 아이들을 보살펴주는 어린이집 개념의 반 편성이다. 돌봄 교실을 신청하면 아이는 정규수업이 끝나면 돌봄반으로 이동해서 논다. 반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1학년 5반이면서 꿈키움반이다.


방과후학교는 정규수업 후에 추가로 개설하는 교육으로 대형마트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강좌를 생각하면 된다. 코딩, 축구, 생활과학, 공예, 요리, 피아노, 미술, 논술, 댄스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우리 아이는 영어, 바둑, 한자, 배드민턴을 선택해서 듣고 있다. 정규 수업이 보통 5교시에 끝나므로 방과후 학교에 참여하는 학생은 6교시에서 길게는 8교시까지 추가된다고 보면 된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화요일 시간표를 따라가 본다.


아침 7시쯤 일어난 아이가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치고 이를 닦으면서 세안을 마친다. 어제저녁 가방을 싸뒀고 목욕을 했기 때문에 옷만 입으면 등교준비가 끝난다. 정시보다 5분 빠른 거실시계가 8시 10분이 되면 손목시계를 차고 집을 나선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어간다. 보통 혼자 걸어가지만 엄마가 아침 산책 겸 같이 가기도 한다. 비슷한 시간에 등교하는 사람들도 있다. 엄마 손을 잡고 가는 형, 휴대폰을 보며 가는 중학생 누나들 틈에서 씩씩하게 걷는다. 등굣길에 친구를 만난다. 1/3 지점에서 만나는 친구는 어린이집을 같이 졸업한 여자아이이다. 2/3 지점에서 만나는 친구는 어린이집에서 가장 친했던 남자아이이다.


8시 20분을 조금 넘어 학교 문을 통과한다. 20명이 한 반인 교실에 들어서면 몇몇 친구가 먼저 와 있다. 8시 40분까지 친구들이 모두 들어오면 20분 동안 각자 챙겨 온 책을 읽는 시간이다. 1교시를 9시에 시작해서 40분씩 수업을 하고 3교시가 끝나는 11시 20분부터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50분의 점심시간이 끝나면 요일에 따라 4교시 혹은 5교시까지 정규수업이 이어진다.

초1 시간표.JPG

수업이 끝나면 1층의 1학년 교실에서 3층의 돌봄 교실로 이동한다. 방과후학교를 신청하지 않은 돌봄 교실 친구들은 선생님과 그림을 그리거나 영상을 보는 등 돌봄 활동을 한다. 하지만 매일 방과후학교 수업이 있는 우리 아이에게 돌봄 교실은 베이스캠프 개념이다. 가방을 복도 선반 위에 가지런히 올려두고 방과후학교 수업 교실로 다시 이동한다. 화요일은 영어수업과 한자 수업이 있다. 수업이 끝나면 돌봄 교실로 돌아와 가방을 챙겨서 하교하는데 이때 시간이 4시 45분이다.


이렇게 등하원 시간을 정확히 아는 것은 등하교 안심알리미 덕분이다. 아이 가방에 달아둔 장치가 등하교를 인식해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바로 알려준다. 이 덕분에 휴대폰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사줘도 문제가 없다.


학교 정문 앞에서 조금 기다려 줄넘기 학원차를 탄다. 줄넘기를 1시간 동안하고 학원차를 타고 집에 오면 6시 30분이 된다. 손을 씻고 오늘 선생님이 준 알림장을 꺼내두고 내일 볼 책을 준비한다. 연필을 깎아두고 오늘 마신 물병도 꺼내놓는다. 저녁을 먹고 이를 닦고 줄넘기를 조금 하다가 9시 전에 잠든다.


아이의 하루는 매일이 새롭다. 방과 후수업은 자기가 원하는 것만 골라서 넣었다. 줄넘기학원가는 것은 하루 중 가장 신나는 일이다. 어린이집에서부터 알아온 가장 친한 친구가 같은 반이고 새로운 친구들과 서로 알아가는 것도 재밌다. 스케줄이 웬만한 고등학생 수준이라 걱정되어 물어보면 즐겁단다. 하긴 성적으로 줄 세우는 것 없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가 즐겁지 않으면 언제가 즐거우랴 싶다.


초등학생들이 많은 동네의 부모님들은 맞벌이를 하더라도 돌봄 교실에서 떨어져서 아이를 학원 뺑뺑이 돌리는 경우가 있다는데 우리 동네는 밀집지역이 아니라서 신청한 모든 아이들이 돌봄 교실에 참여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보육교사의 역할까지 해 주셔서 매일 어플로 아이가 어떤 걸 배우는지 확인도 가능하다.


부모세대가 학교를 다니던 때부터 수십 년간 조금씩 다듬어져 온 교육제도와 세심한 선생님들 덕분에 감사하게도 우리 아이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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