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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Jbenitora Nov 21. 2024

작년 여름에 적어 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을까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가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당장은 이룰 수 없는 것 혹은 하기 어려운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은 작심삼일이라는 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이걸 극복하고 어찌어찌 시간을 들여서 목표를 달성하였다면 세상을 다 가진듯한 뿌듯함과 만족감을 얻게 된다. 이전의 나라면 절대 할 수 없었을 것을 해냈으니...


목표달성 이후는 또 두 가지로 나뉜다. 이제 여한이 없으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몸에 습관으로 붙어서 다음 목표를 설정하여 다시 달리거나. 보통은 원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목표를 짤 때부터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목표 이후의 삶을 생각하고 짜야한다. 지금의 나를 다른 나로 바꿔야 목표를 이룬 후에도 그에 걸맞은 삶을 살 것이 아닌가.


컴퓨터 바탕화면에 메모장이 넘쳐난다. 족히 스무 개는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34인치 와이드 모니터라서 메모장을 비롯한 단축아이콘들이 수십 개 있어도 화면의 1/4도 채우지 못한다. 그 메모장들을 보면 그걸 적은 당시의 나와 다시 만난다. 2008년쯤에 적어놓은 필리핀 여행 관련 메모를 보면서 머릿속으로 그 당시 필리핀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2018년도에 적어둔 메모장을 보고 한참 에세이를 배우면서 아기였던 첫째와 붙어 지내던 초보아빠로 다시 돌아가기도 한다. 


그런 메모장 속에 글들을 한 곳으로 모으거나 삭제하며 정리하다가 '목표'라고 적혀있는 마지막 수정일자가 2023년 8월 15일이라고 적혀있는 메모장을 열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달리기, 수영, 요가 = 65kg


1년 하고도 3개월 전, 낮 최고기온 30도 체감기온 33도였던 이날 나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 다이어리를 꺼내 보았다. 

'OO은행 강의내용 정리해 보기', 'OO반점 1차 미팅', '애들 본가 데려다 놓기', '가족여행계획 짜기'

8월 15일은 화요일이지만 공휴일이라서 부모님께 애들을 맡기고 컨설팅 업무를 보았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다음 주 월요일에 모 은행에서 있을 강의안을 보완했고 금, 토, 일 충남 아산, 예산, 보령 여행이 잡혀있어서 그 계획을 짰다.


그런 걸 하면서 짬이 났던지 이런 목표도 적어둔 것이었다.

'이때 나는 달릴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구나!'

작년 9월 16일 토요일에 태화강에서 중구구민을 위한 5km 달리기를 시작으로 새벽 달리기를 격일로 하였다. 메모에 따르면 달리기를 목표로 두고 1달 만에 몸이 움직인 것이었다. 메모에 다이어리 기록이 합쳐지자 그때의 내가 선명하게 보였다.


'달리기는 그렇고 수영은?'

2019년 6월부터인가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대학교 때 이미 4가지 영법을 배웠기 때문에 교정반으로 들어가서 반년이상을 꾸준히 다녔다. 주말반이라 토, 일 이틀 동안 매일 1시간씩 배우는 것이 다였지만 열심히 다녔다. 8개월쯤 다니고는 2020년 2월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덮쳤다. 집합시설 이용이 금지되면서 3월부터 가지 못했고, 4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수영장 근처도 못 가고 있다. 그 새 둘째가 생겼기 때문에 갈 시간이 없었고 지금은 그 녀석이 좀 크긴 했지만 아직 기저귀도 못 떼고 있어 아내에게 맡기고 달리기에 수영까지 하루 최소 2시간을 쓰려니 염치가 없다.


요가는 스트레칭 개념으로 아내가 영상을 틀고 하고 있으면 슬쩍 끼어서 같이 하는 정도였다. 예전의 걸그룹 리더 출신인 한 여성이 제주살이 하면서 남편과 요가에 빠져있는 것을 보았는데 미모 외에는 별 특기가 없던 그녀가 요가를 너무 잘하는 것을 보고 꼭 나도 해보리라 생각했다. 직접 해보니 하루 20분 안팎의 시간 내는 것이 어렵진 않지만 같이 할 사람이 없으면 선뜻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것이 요가였다. 유연함은 한 번에 얻어지지 않기 때문에 작은 성취가 열정을 유지시켜야 하는 운동의 세계에서 요가는 눈에 보이는 성취가 늦게 오는 운동이었다.


이외에도 많은 스포츠가 있지만 스키와 같은 계절 스포츠, 격투기와 같이 중년과는 안 맞는 스포츠, 보기 좋은 근육을 만드는 스포츠, 동호회에 들어가거나 진입장벽이 있는 스포츠를 빼면 남는 것은 줄넘기 정도였다. 줄넘기는 첫째가 열심히 하고 또 잘하고 있으니 지금은 그 분야는 초등학생들에게 맡기고 나중에 천천히 배워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돌이켜보면 2023년도는 몸무게가 72kg 정도 나갈 때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총 거리 358km를 뛰었다. 그 결과 4kg 감량에 성공했다. 이제 남은 3kg은 식이 조절과 달리기를 유지하는 것으로 내년이면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수영은 둘째 키워놓고 가려면 수년은 더 걸릴 것이다. 주말에 첫째를 데리고 한번 수영장에 가보면 주 1회라도 할 수 있을지 확인이 가능할 것 같다. 요가 역시 매일 할 욕심을 버리고 아내가 하지 않더라도 주말 아침만이라도 매트를 깔아 두고 해 보자는 마음을 먹는다.


메모장을 정리하다 우연히 목표를 기재한 파일을 찾았고 당시로 돌아가 그날 날씨를 찾아보고 다이어리도 뒤졌다. 지나간 시간을 다시 불러오는 기분을 느꼈다. 목표달성 여부를 가늠해 보면서 아직 못 이룬 목표는 어떻게 이룰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작년에는 핸디형의 다이어리를 쓰고 있어서 일상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빡빡했기에 목표를 컴퓨터 파일로 남겨놓은 듯하다. 지금은 다시 A5 판형의 다이어리로 돌아왔고 년, 월, 주, 일 단위의 목표도 적을 칸이 충분하다. 꼼꼼히 남겨놓은 목표달성여부는 나중에 돌이켜보면 지금의 나와 내 고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023년도 다이어리를 찾으면서 그 이전의 다이어리들도 책꽂이에 순서대로 배열했다. 조만간 대학교, 사회 초년병 때의 나를 만나러 갈 예정이다. 얼마나 많은 글 거리들이 있을까 벌써부터 설렌다. 다이어리를 살피다가 시기별로 목표를 적어뒀다면 몇 개가 되었던 모아서 나중에 글로 한번 더 남겨 볼 생각이다.


여러분들도 혹시 다이어리를 쓰고 있다면 조만간 한번 과거 여행을, 안 쓰고 있다면 후일을 위해 다이어리를 써보는 도전을 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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