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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정은 May 28. 2021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노인센터에서 일한 덕에 백신을 일찍 맞게 되었다.


이토록 어려운 시기에 먼저 맞을 수 있는 게 다행이다 싶었지만 한편으론 겁부터 덜컥 났다.


주위에서 주사 후 고열과 몸살로 며칠 동안 앓았다는 소리만 들렸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퇴사 전 1차 백신을 맞았을 때는 가벼운 두통과 주사부위 통증 외엔 괜찮았다


2차 접종을 위해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은 왠지 모를 두려움과 쓸쓸함이 느껴졌다.


2년가량 일하면서 정들었던 사람들, 그리고 지금은 그들과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 혼자서 가는 길이 무겁기만 했다.


버스 창밖으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은 내 감정을 우울하게 만들기에 더욱더 충분했다.



한 노인 부부가 버스에서 내리면서 우산을 펼치는데 한눈에 봐도 백신을 맞기 위해 새벽부터 분주했을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내 앞에는 대기하는 사람들이 100명 정도 되었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보호자로 오셨나요?라는 질문만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른다.


75세 이상이 접종 대상자이다 보니 자연스레 보호자라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의사의 예진은 형식적이었고, 1차 때보다 더 따끔한 주삿바늘에 놀랐다.


겨우 1cc 바늘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악.. 하며 소리를 냈다.


그렇게 15분 대기후 집으로 돌아왔다.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라며 저녁 준비를 하는데 몸이 으슬으슬 춥고 고열과 두통이 시작됐다.


얼른 타이레놀 2알을 꺼내서 먹고 겨우 침대에 누웠다.


이런 날은 더욱더 독박 육아가 힘들기만 하다.


새벽녘에 몸살로 두세 번 일어나다 보니  다음날 나의 컨디션은 그야말로 꽝이었다.


눈뜨기도 싫고 온몸이 아파서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3분 카레로 대충 아이들 밥을 먹인 후 다시 스르르 눈을 감았다.


그렇게 2일을 타이레놀 6알로 버티고 나니 조금씩 괜찮아졌다.


아.. 이렇게까지 고통스럽다니..


4일째가 지난 오늘 아침 주사 맞는 부위의 부종과 흉터가 남았다. 


부종이야 시간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주사 부위에 불룩하게  흉터가 생겼다.



흉터가 없어지기는 할까? 궁금한 마음에 담당 보건소로 전화를 했다.


주사 부위에 흉터가 생겼는데요.. 시간 지나면 사라질까요?


어렸을 적 맞았던 불 주사처럼 볼록 솟아 있는데요..


담당자는 코로나 백신이 처음이잖아요..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네... 라며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피부과 가서 물어보세요...


흉터 제거 가 되냐고 물어보세요..


나는 당황하며 제가 사진 찍어서 한번 보낼까요?라고 했더니 담당자는 아닙니다


저희가 봐도 모릅니다.


처음이라서..


피부과로 가세요..


네..라는 대답으로 전화를 끊었다.



나도 안다.


코로나 백신이 처음이라는 걸..


처음이라서 자기네도 모른다는 무책임한 대답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코로나 백신의 후유증은 내 몸에도 마음에도 남았다.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이 무얼까?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힘든 이 시기에 나 역시도 지난 시간들을 반성해본다.


나는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을 적절하게 잘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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