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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un 06. 2020

평가를 제대로 한다는 것

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기

마이다스아이티 HR-ev에서 진행하는 웨비나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영화평론가 이동진 님이 연사로 이야기를 주셨지요. 사실 올해 회사에서 이동진 님을 모시고 사내 인문학 특강을 진행해보려 일정을 준비했다가 코로나19로 일정을 연기했던 아쉬움이 있던터라 더욱 듣고 싶었던 부분도 있었지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머리 속엔 '인사평가'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차기 시작합니다. 평론과 평가에 대하여. 그리고 머리 속 남은 주제는 '어떻게 평가하면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입니다. 사실 평가제도를 운영하는 인담이라면 늘 가지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지요. 이 질문에 대해 생각을 이어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제대로'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한 생각입니다.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있듯 평가는 모든 구성원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영역인 까닭에 만일 우리가 '제대로'를 '모두의 만족'으로 정의하면 어쩌면 영원히 평가를 '제대로'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되는 까닭입니다. 

평가를 제대로 한다는 것


별점과 한줄평 - 등급과 피드백

별점 5개를 받은 영화의 한줄평에 '정말 좋다'라는 말을 써야 할까? 강연 중 나온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바꿔볼까요. 평가등급 S를 받은 이에게 '정말 잘했어'라는 피드백이, 혹은 평가등급 D를 받은 이게게 '못한 거 알지'라는 피드백이 의미가 있을까? 라고 말입니다. 강연에서 나온 말을 빌어 별점과 한줄평의 관계와 마찮가지로 평가등급과 피드백은 상호 보완적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는 피드백을 어려워하고 제대로 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평가자 자신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피드백을 하기도 하지요.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 피드백의 방향이 정반대를 향하는 셈입니다. 별점을 주고 한줄평을 작성하는 건 혼자 보기 위한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죠. 여기에 더해 별점과 한줄평, 평가등급과 피드백에는 당연히 책임이 따르게 됩니다. 별점과 한줄평, 평가등급과 피드백에 대한 정당한 판단과 근거를 평가자가 갖추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사람과 일에 대한 '관찰'과 '기록'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드렸습니다. 


모두에게 비슷한 피드백을 하지 않기

'잘했어, 조금만 더 노력하자'는 평가 피드백을 개인적으로는 그리 좋은 피드백으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피드백은 단순히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외부 관찰자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인 까닭입니다. 낮은 평가등급을 받은 이에게 '위로'는 피드백이 되기 어렵습니다. 


평가가 일상적인 것이 되지 않기

제가 지나온 경험 속에 이런 상황이 있었습니다. 5등급제 상대평가를 당해년도에 운영하고 이듬해 평가를 시행할 땐 변별력 강화라는 표면적 이유로 7등급제를 하고는 그 이듬해 다시 5등급제로 바꾸면서 '개선'이라는 단어를 표현한 경우입니다. 이들에게 평가는 '제대로'하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 일상적인 것이 된 평가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상적인 것으로서 평가에는 더 이상 '제대로'에 대한 고민이 개입되지 않습니다. 정말 이렇게 하는 게 바람직한가?라는 의구심은 들어설 자리가 없지요. 따라서 여기에는 방향성 역시 사라집니다. 


평가, 그리고 환대

일전에 책소개를 드렸던 김현경 님의 '사람, 장소, 환대' 라는 책이 생각났습니다.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행위, 혹은 사회 안에 있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행위이다. 자리를 준다/인정한다는 것은 그 자리에 딸린 권리들을 준다/인정한다는 뜻이다. 또는 권리들을 주장할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환대받음에 의해 우리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권리들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된다. p207

평가란 단순히 상급자가 구성원에 대해 잘잘못을 판단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평가를 통해 구성원에 대해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리를 제공하는 행위라 말하고 싶습니다. 그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으로서 하나의 도구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평가제도는 단순히 SABCD와 같은 등급으로 완성될 수 없습니다. 피드백이라는 보완요소를 필요로 하며 피드백이 보완요소가 되기 위해 상급자는 일과 구성원에 대한 관찰과 기록을 필요로 하며, 제도적으로는 보상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느슨한 연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과거에 비하면 이 '느슨한 연결'에 대한 관심과 행동들이 늘어나는 듯 보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음을 감안하면 실제 이를 행하는 기업들이 하나 둘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평가를 제대로 한다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는 작은 움직임으로서 글을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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