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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un 12. 2020

해왔던 일을 하면서 안해왔던 일을 할 겁니다

2020년 6월 11일 opellie의 다짐

"해왔던 일을 하면서 안해왔던 일을 할 겁니다."

저녁 식사시간이 조금 늦으면 얼굴책에 들어가 소위 말하는 동영상 짤들을 보곤 합니다. 덕분에 안보던 드라마들도 종종 보게 되곤 하죠. 생각의 스침이라는 건 참 묘합니다. 그렇게 아무런 생각없이 어쩌면 그냥 조금은 생각하지 않고 보다가 눈에 꽂히는 무언가가 생기는 일 말입니다.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의 단장의 어록으로 편집된 영상에서 나온 말입니다.


"해왔던 일을 하면서 안해왔던 일을 할 겁니다.
by 백승수. 스토브리그 中에서"


인사팀이 없었던 기업이었기에 인수인계도 없었고 기존의 자료들을 들여다보며 제가 오기 이전의 HR을 어떻게 해왔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을 합니다. 집히는 건 있으나 지나온 시간에 왜 그렇게 했는지 따질 필요도, 새로 입사해 빨리 성과를 내기 위해 기존의 것을 부정할 필요도 없었지요. 중요한 건 기존에 어떻게 해왔는지를 확인하는 것뿐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HR이라는 건 조직 구성원 전체에 영향을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그 '제도'를 통해 구성원과 소통을 하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HR이 구성원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제가 HR을 만들어가는 시작점이었기 때문이겠죠. 2년 반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제 생각이 그 분들에게 전달되었으리라 믿고 있 습니다. 누군가를 이기기위해 나 자신을 빛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끄럽지 않게 일하기 위해 해왔던 일을 하고 그 분들이 안해왔던 일을 하고 있음을 말이죠.


반대가 많았습니다. 대놓고 반대하고 강제력을 행사하려는 분들도 있었고, 뒤에서 담화를 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아마도 그 분들 눈에는 제가 기존의 것을 무시하거나 잘못된 것으로 치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요. 해왔던 일을 하면서 안해왔던 일을 하려고 했기 때문에 말이죠. 그리고 꾸준히 전 제가 해왔던 일과 안해왔던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2년 반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몇 가지 일들을 했고 입사 당시 약속했던 HR의 모습을 그려가는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19라는 변수에 저도 적잖은 당황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그 누구보다 제 자신과 한 약속이므로.


전 해왔던 일을 합니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HR의 영역들을 수행하지요. 채용이나 평가, 보상, 교육 등의 HR하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일입니다. 그리고 안해왔던 일들을 합니다. 조직의 영역에 발을 담가보고, 성과관리를 이야기하고, 리더와 팔로워를 이야기하고, 제도와 조직문화를 이야기해보려 노력합니다. 구성원 개개인의 이야기를 듣고 가장 합리적인 수준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때로는 기업을 때로는 개인을 설득하고 의견을 조율하기도 합니다. 뜬금없이 사내위원회라는 걸 만들고 구성원을 선발해 일종의 학습조직처럼 운영도 해보고 KPI를 만들고 이들을 기준으로 전사 성과공유미팅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대표이사님이 지시하신 부분이라도 해당 직무담당 입장에서 무언가 맞지 않으면 대표님께 들어가 why를 확인하고, 저보다 어린 친구들에게는 큰 소리를 내진 않지만 저 보다 위에 계신 분들에겐 더 실무자의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모 대기업에서 오신 몇몇 분들 눈에는 HR이 왜 저런 일을 하고 있어? 라거나 HR이 낯설게 보일 수 있는 '안해왔던 일'을 합니다. 오해를 받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오해가 풀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말이죠.


개인 느낌일 수 있지만 처음 기업에 왔을 때의 반대의견들이 지금은 많이 줄었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반대에 서 있던 분들이 적어도 제가 개인의 인정이나 성과를 위해 타인을 누르거나 잘못된 것으로 이야기하는 그런 부류는 아니라는 걸 아셨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편하시긴 하겠죠. 적어도 그  분들 입장에서는 '안해왔던 일'을 하고 있고 심지어 저도 제가 '해왔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안해왔던 방식'을 조금씩 반영하는 까닭입니다. 


직무역량문서를 만들었습니다. 직무를 임시로 분류하고 이를 기준으로 제가 각 직무별 초안을 작업하고 그 초안을 각 실무자들과 인터뷰로 1차 점검을 하고 다시 각 팀장님들께 보내서 검증을 요청드립니다. 그렇게 돌아온 역량문서를 기준으로 팀장급 이하를 대상으로 개인별 역량진단문서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미 기존에 해왔던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안해왔던 일이기도 합니다. 기존에 해왔던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해왔던 경험에서 불필요한 것과 추가되어야 할 것 등을 반영하고 진행하는 방식도 기존에 500명 규모 기업에서 할 때와는 많이 다른 모습인 까닭입니다.


어쩌면 태생이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어진 대로 하는 게 어색하다고 할까요. 앞으로도 전 해왔던 일을 하면서 안해왔던 일들을 하려 노력할 겁니다. 전 그게 제가 하는 일에 대한 예의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게 제가 하는 일이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되는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조금은 힘들겠죠. 누군가 반대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2015년에 SME설명회를 했을 때 들었던 협박성 발언들이  6개월이 지난 후 '고맙다'는 말로 바뀌어 돌아왔던 경험을 되새깁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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