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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Aug 30. 2020

대안없는 불평, 허용해야 할까?

어느 커뮤니티에 올라온 주제에 대한 생각

코로나로 가급적 최소화하고 있지만 회사 내에서 구성원분들과 면담을 자주 하려 노력합니다. 어찌 보면 잡담처럼 보일 수도 있고 어찌 보면 너무 사소한 불만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들 보다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려 노력하지요. 하루는 한 친구가 이야기 중에 불쑥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너무 불평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되요"

회사에서 공식적인 팀별 간담회를 할 때도 이런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사소한 것도 이야기해도 되요?"

이 질문들에 대한 인사팀의 한결같은 답은

 "물론이죠. 얼마든지 이야기하셔도 됩니다." 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지금 당장 해결해줄 수 없을 수도 있어요. 다만 그러한 이슈들이 있음을 인사팀이 알고 있는 것과 아예 모르고 있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한 친구가 연봉협상 과정에서 자신의 연봉에 대한 이슈를 제기했었습니다. 그 친구는 자신의 연봉이 정해진 과정, 특히 상급자의 피드백에 대한 불만이 있었고, 그 피드백이 잘못된 보다 본질적인 이유가 인사팀에서 역할을 잘못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인사팀 입장에서 평가과정과 기준을 설명하였음에도 쉽게 수긍하지 못했어요. 저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인사팀의 절차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내용을 포함해 제기하신 내용을 그대로 대표님께 보고드리고 대표님과 면담 자리를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이에 그 친구가 제가 했던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면담에서 했던 이야기가 대표님께 전달이 되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대안없는 불평, 허용해야 할까요?

제 생각은 "네 허용해야 합니다" 입니다.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 그런 고민이 있음을 듣고 있고 또 인지하고 있음에 대해 알려주어야 합니다. 설사 당장 해결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HR은 그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럼에도 해결은 당장 안되더라도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안없는 불평을 막으면 음지에서 이야기들이 돌기 시작합니다.제 경험상 이는 많은 경우 긍정적인 방향보다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성원 혼자 고민하면서 그 고민이 불만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그냥 털어놓고 이야기하게 하고 그 고민은 인사가 대신하겠다는 메시지의 전달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듣는 이로서 우리들이 중요합니다. 


일관성의 중요성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뀌면 상대방도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겁니다.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없음도 있으나 무엇보다 듣는 이가 화자의 입장에 공감하고 있지 않음을 알기 때문일 겁니다. HR을 하면서 일관성을 이야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면담 후 불필요한 말 하지 않기

면담 이후 대안이 도출되어 해결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라는 말을 쉽게 해서는 안됩니다. 면담이란 어찌보면 이야기를 하는 두 주체 사이의 솔직한, 그래서 조금은 비공식적일 수 있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입니다. HR을 하면서 함께 일하는 친구에게도 늘 말에 대한 조심을 요구합니다. HR이 아닌 현업이 이야기하면 그냥 비공식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으나 HR이 이야기하면 인사팀에서 그런다 하더라 는 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 공유하기

현재 기업에 와서 초기에 전 직원분들을 1:1로 마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제가 모든 분들에게 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연봉을 제외하고 HR제도의 기준과 절차는 모두 공유하겠다" 입니다. 앞서 '대표이사에게 보고'라는 이야기가 가능한 것도 이 원칙이 지켜지고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사소한 것도 이야기해도 되요?"

제가 지나온 경험 중 들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모 임원이 임직원의 이야기를 듣겠다며 각 지역별로 지점을 방문해서 간담회를 하는데 어느 한 분이 PC를 바꿔달라는 요청을 하자 그건 나에게 이야기할 게 아니라며 핀잔을 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단 한 번의 경우이지만 구성원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이런 일이 조직 내에서 일어나면 그 조직에서 불만은 공식적인 통로가 아닌 비공식적 통로로 이동하게 됩니다.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다고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다고 문제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란 본래 불완전한 존재라고 본다면 우리가 만든 조직과 제도, 우리가 하는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서 불완전합니다. 그 불완전함을 서로가 모여 좀 더 완전하게 만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협력'을 필요로 하고 기업이라는 장소는 그 '협력'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수행합니다. 불완전하기에 우리는 다양성을 더욱 필요로 합니다. 좀 더 많이 듣고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경보음이 울리는데 혼자서 귀마개를 하고 경보음이 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모습이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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