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셔닝, 채용이 하는 일
잠시 쉬는 시간을 갖게 되어서 그동안 HR이라는 일에 대해 생각의 흐름대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다시 가져보려 합니다. 늘 그렇듯 생각이 멈추는 순간 이야기도 멈출 수 있습니다. HR에 대한 제 머릿속을 정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 여섯 번째 이야기 주제는 채용입니다.
일을 바라보는 관점은 중요합니다. HR을 단순 지원업무로 볼 것인지 경영의 관점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HR의 역할은 많은 차이를 갖게 됩니다. 채용도 그렇습니다. 과거 채용은 다소 운영적 성격이 강했습니다. 정해진 프로세스에 따라 다소 수동적인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오늘날 채용은 그 관점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많이들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죠. 세일즈 관점으로 채용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포지셔닝 positioning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마케팅에서 사용하는 용어이지만 우리가 일을 보는 관점에도 이 개념을 적용해볼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하는 일을 어떻게 개념을 정의하고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가는 우리가 하는 일이 좀 더 중요하고 멋진 일이 되도록 우리들이 만들어갈 수도 있음을 말합니다. 우리들을 통해 직무는 변화되고 우리는 직무를 주어진 것에서 만들어가는 것으로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채용을 세일즈로 포지셔닝하게 되면 우리는 채용을 이해하기 위해 세일즈라는 단어에 대해 이 단어를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바에 대해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가 경험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첫 직장에서 도소매가 주였던 기업이었고 인사팀도 회사의 현장을 이해하면 좋겠다는 이야기에 따라 1주일간 현장에 나간 적이 있습니다. 판매해야 할 제품을 받아 들었을 때였지요. 지금 내가 팔고자 하는 이 제품에 대해 자신이 없었습니다. 무엇이 좋은지 무엇이 아쉬운지, 이 제품이 정말 좋다고 나 스스로는 믿고 있는지 등에 대한 자문이었고 그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 제품을 모르는 누군가에게 이 제품이 좋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스스로 정말 좋다는 생각을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채용을 세일즈로 정의한다면 우리는 채용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잠재적 지원자에 판매할 제품을 특정해야 할 겁니다. 그 대상에는 기업, 동료, 기업이 일 하는 방식, 경영진, 해당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가진 리더, 보상 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이 모든 것들을 다 갖춘 기업에 있을 가능성은 낮을 겁니다. 기업의 이미지나 브랜드도 좋고, 똘아이 질량 보존의 법칙의 예외에 해당하는 구성원과 정말 자율적인 일 하는 방식, 권위적이지 않고 수평적 소통이 가능한 경영진과 각 분야별로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는 리더들이 있는 기업에 보상 수준도 시장임금 수준보다 상회하는 수준이라면 어쩌면 굳이 채용담당자가 적극적으로 뛰어다니며 잠재적 지원자를 찾지 않아도 될 겁니다. 오늘날 채용 담당자의 역할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 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채용담당자로서의 일은 제품을 이해하는 일과 제품을 판매하는 일의 두 가지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습니다.
제품을 이해한다는 건 제품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이해하고 그 강점에 대해 스스로 인정하는 과정과 더불어 그 제품에 대한 시장에서의 니즈를 인지하고 그 니즈를 경영자에게 전달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 제품의 개발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제품의 개발과정에 참여하는 영역은 사실 그리 쉬운 일은 아닐 수 있습니다. 일단 판매하는 일만으로도 일이 많을 수 있거든요. 그럼에도 제품의 개발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현재의 상태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제품을 판매하는 일은 우리가 사내 채용담당자로서 인식하고 있는 주된 역할이기도 합니다. 불특정 다수의 잠재적 지원자에게 전달할 기업/직무 등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고 그들에게 직접 연락하여 그 정보들을 온전히 전달하여 우리가 팔고자 하는 제품이 가진 매력을 어필합니다. 이 과정에서 채용의 채널별로 그 특성을 이해하고 특성에 맞는 채널을 활용함으로써 채용의 효율을 확보하는 일도 포함합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 있습니다. 채용이라는 일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를 채용이라는 직무의 (사전)성과책임 accountability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만일 채용에 대한 이 질문에 대해 "잠재적 지원자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으로 이야기한다면 이러한 관점에서 채용의 업무범위는 모집이라는 절차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게 됩니다. 앞서 세일즈라는 관점도 이러한 맥락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채용을 왜 하는가? 에 대해 "적합한 인재를 적시에 선발하는 것"이라 말을 하곤 했습니다. 채용의 왜 하는가? 에 대해 "잠재적 지원자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아닌 "적합한 인재를 적시에 선발하는 것"이라 말한다면 앞서 우리가 말한 세일즈 관점 이외의 다른 요소들, 예를 들어 "적합한"의 판단을 위한 평가기준을 설정하고 "적합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면접관을 교육하고 사회/환경관점에서 "적합한" 채용을 하기 위한 법적 요건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적합한"채용으로 판단될 수 있기 위한 신규 입사자의 정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채용이라는 일이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 되어가는 느낌이지요.
중요한 건 우리들이 이들을 모두 한 번에 , 동시에 할 수는 없다는 점일 겁니다.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들이 마주하고 있는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 등을 확인하는 과정 말이죠. 일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과정으로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일의 시작점과 종료점을 설정해두고 시작점으로서 현재에서 종료점으로 가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나열해보는 것입니다. 브레인스토밍 같은 방법들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다음으로 해당 나열된 항목들을 Must, Have to, Wish의 3가지로 분류합니다. 그다음에 이 분류에 시간 개념을 더합니다. Must항목인데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바로 할 일이 되겠지요. Must항목인데 당장 하기 어렵다면 혹은 선행요건이 필요하다면 일정 시점 뒤에 할 일로 설정해두면 됩니다. 이 과정이 말은 쉬운데 실제 해보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생각을 머릿속에서 밖으로 꺼내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고 생각을 모으는 과정입니다.
아울러 모든 걸 동시에 할 수 없기에 우리는 MVP(Marginal Value Proposition)의 개념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마케팅 관점에서 MVP(Marginal Value Product, 최소기능제품)이라는 개념을 한번쯤 만나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채용에 있어 특히 세일즈 관점에서 우리는 "최소기능제안"이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를 명확히 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정리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채용 프로세스를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는 글을 쓰는 현재 개인적으로 생각나는 부분들을 중심으로 작성한 것이므로 혹여나 누락된 부분이 있다면 덧글을 남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글을 쓰면서 저 역시나 배워가는 중이니까요.
채용이 중요하다며 기업 내실을 채우려는 노력 없이 채용 담당자에게 포장하길 요구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경영진은 워라벨을 부정적으로 보고 구성원을 평가하면서 공고에는 워라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기도 하고 제공되지 않는 항목들을 다른 기업들이 채용공고에 기재한다는 이유로 공고상에 명시하기도 합니다. 채용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면서 우리들에게도 또 하나의 고민이 주어집니다.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유연성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지금 당장 제안할 수 있는 항목들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부족한 건 잘못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특히나 스타트업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중요한 건 기업이, 경영진이 올바른 방향성 right direction을 향해 일관성 있게 나아가고 있는가일 겁니다.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이에 대한 일관된 신념이 있다면 채용담당자 역시 당장의 부족함을 장점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겉과 속이 다르다면 채용담당자는 해보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오늘날의 채용은 제가 HR을 시작하며 마주했던 2006년의 채용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는 점일 겁니다. 그 다른 모습의 시작은 채용에 관련되어 나타난 새로운 현상 / 니즈이지만 그 모습을 만들어가는 건 채용업무의 중요성에 대한 니즈를 느끼고 있는 기업, 채용담당자, 잠재적 지원자 모두일 겁니다. HR이 그렇듯 채용 역시 완벽한 상태일 수 없습니다. 멋진 절차와 멋진 평가기준, 훌륭한 면접관 교육을 수행했다고 해서 매번의 모든 채용이 완벽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와 관련해 일전에 소개드린 적 있는 앤드루 그로브의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라는 책에 소개된 내용을 소개하며 채용에 대한 글을 마칩니다.
면접의 성공을 보장하는 방법이 과연 존재할까? 몇 년 전에 나는 인텔 고위직에서 일할 사람을 면접한 적이 있다. 나는 가능한 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이 면접을 진행했다. 나는 그 사람의 스킬, 과거 성과, 가치 등이 매우 마음에 들어서 그를 채용했다. 하지만 첫 출근일부터 그는 골칫거리였다. 나는 의기소침해져서 면접 기록과 레퍼런스 체크 때 나눴던 대화를 모두 살펴보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내가 왜 그 사람의 상당히 큰 결점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 면접을 진행하더라도 아무것도 보장하지 못한다.
행운을 얻을 확률을 조금 늘려줄 뿐이다.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 앤드루 S. 그로브 / 청림출판 /p273
채용 담당자로서 우리는 앤드루 그로브가 말한 행운을 얻을 확률을 조금씩 높여가는 일을 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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