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어느 정도 쌓이고 나서 이직을 해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게 되면 제가 가장 먼저 살펴보는 대상들이 있습니다. 바로 각 조직을 담당하는 리더들입니다. 조직규모 혹은 조직운영 철학에 따라 그 리더는 팀장이 될 수도 있고 그 상위인 부문장이나 사업부장 등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을 먼저 보는 건 리더십에 대한 제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에 근거합니다. '리더십은 영향력이다'라는 문장입니다. 조직 내 리더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지가 그 조직의 구성원에게 그대로 영향을 주어 구성원의 행동을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낼 수 있음을 말합니다. 길을 가는 나그네가 해와 바람에 따라 외투를 활용하는 모습이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죠.
“저는 당연히 침묵에 가깝죠. 제가 뭐 이야기한들 달라지지 않을 게 뻔하고, 왜냐면 제가 지금까지 OOO님에게도 말씀드렸고, △△△님께도 말씀드렸고 ◇◇◇님께도 말씀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뭔들 이야기한다고 바뀔까? 이런 생각도 있죠. 이런데 갑자가 오셔서 ‘잡담하자'고 하시면 ‘왜 갑자기 이야기하자고 하지?’ ‘갑자기 웬 잡담?’의 생각을 하게 되다 보니까 더 말을 안 하게 되죠. 왜 이건 이래서 안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고 돌려서만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지나온 시간 중 제가 인터뷰를 했던 어느 구성원 분의 말입니다. 당시 인터뷰에서 침묵과 발언이라는 두 가지 단어를 놓고 현재 구성원의 스탠스를 물어보는 질문을 제시했고 그분은 위와 같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위 인터뷰에서 그(녀)는 처음에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지만 리더들의 반응을 경험하면서 어느 순간 '말을 하지 않는'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어쩌면 당시 리더들은 더 이상 불만의 표현이 들리지 않음을 근거로 자신들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보이는 것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점일 겁니다. HR, 조직문화 등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위 대화를 통해 생각해볼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로 '신뢰'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리더는 구성원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원의 신뢰를 얻을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습니다. 위 대화에서 구성원은 리더와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리더를 믿지 않고 거리를 두기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리더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들 역시 나름의 고충을 가지고 있음이 보입니다. 나름 노력을 하고 있는데 구성원이 알아주지 않는다거나 생각대로 잘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름의 정답을 달라는 분들도 간혹 있기도 합니다. 구성원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팀원들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지 알려달라는 분들도 있지요.
What of leadership? Writings about leadership have also exploded, but we are not much clearer today than we were twenty - fi ve years ago about what is a good leader and what a leader should be doing.
Reference. Schein, E. H. (2010). Organizational culture and leadership, John Wiley & Sons
2010년의 책이지만 2023년의 지금도 여전히 리더십이 무엇이고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좋은 리더십을 가질 수 있는지는 명확하진 않아 보입니다. 구구단을 외우는 것처럼 리더십을 외워서 "나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어" 혹은 "나는 리더십을 알고 있어"라고 말하기 어려움을 말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리더십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리더십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조직과 구성원에게 영향을 주어 그들의 조직과 리더에 대한 생각, 태도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When we are influential in shaping the behavior and values of others, we think of that as “ leadership ” and are creating the conditions for new culture formation.
Reference. Schein, E. H. (2010). Organizational culture and leadership, John Wiley & Sons
"다른 누군가의 행동과 가치 형성에 영향을 주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가리켜 '리더십'이라 말할 수 있다."
영향력의 관점에서 리더십을 바라보면 우리가 리더십은 이것이고 이렇게 하면 된다는 답을 할 수는 없더라 도 몇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점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1. 리더십은 의도 내지 방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향력으로서 리더십은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다른 구성원이 그 방향성을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해와 달이 공통으로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한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2. 리더십은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해와 바람이 나그네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나그네가 많이 추워하고 있었다면 바람은 자신의 영향력이 외투를 벗게 하는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 수 있었을 겁니다.
3. 리더십은 올바른 일을 옳은 방식으로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지나온 시간의 어느 시점에 어쩌면 우리는 나그네의 입장에 관계없이 강제력으로 영향력을 마주한 경험이 있습니다. 혹자는 이러한 강제적 힘이 영향력이라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시의 우리들도 그 강제적 영향력이 옳은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군대에서 일이등병 시절에 이유 없이 정강이를 까였다면 비록 그 당시 우리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4. 리더십은 변화를 만들어 갑니다.
우리가 옳지 않다고 생각한 경험들이 우리 자신이 리더가 되어 리더십을 발휘할 때 더 이상 반복되지 않게 함으로써 우리는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영향력이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가 발휘하는 리더십이 만들어가는 팀, 본부, 기업 등의 조직은 좀 더 올바른 조직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가끔 리더십을 권력이라 생각하는 분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제가 만났던 이러한 생각에 기반한 리더분들은 기본적으로 방향성이 잘못되어 있었습니다. 무엇이 옳은 일이고 그 일이 조직과 구성원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가 보다 리더 자신에게 이로운가 그렇지 않은가를 기준으로 판단을 하고 있었습니다.
방향성이 다르다면 리더가 발휘하는 리더십 역시 잘못된 모습을 만들어낼 겁니다. 구성원을 이해하는 대신 리더의 말대로 안 한다고 구성원을 탓하는 모습이 더 자주 보일 거고, 올바른 일이 아닌 리더 자신에게 이로운 일을 하는 모습들이 보일 겁니다. 이 과정에서 경우에 따라 리더들은 자신이 한 말을 뒤집는 모습도 보이게 됩니다. 이러한 영향력은 결국 조직을 정체하게 만듭니다.
Edgar Schein은 위에 소개한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leadership and culture are two sides of the same coin.
리더십이 가지고 있는 방향성이 올바르지 않다면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계속 강조하는 바람직한 상태의 조직문화 역시 만나기 어려울 겁니다.
오늘날 리더십이 중요한 이유이고,
HR이라는 일을 17년 남짓 해오면서 어느 조직이든 처음 만났을 때 그 조직의 리더들을 먼저 살펴보는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