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리더십
Institutional Leadership
HR이라는 일을 하는 시간이 조금씩 쌓여가면서 생각의 마무리 지점에 몇 개의 단어들이 남아 있습니다. 제도 institution, 리더십 leadership, 조직문화 orgranization culture, 조직학습 organization learning 등이 그들입니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제도와 리더십은 좀 더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물론 조직문화나 조직학습도 중요한 항목이지만 만일 제도와 리더십이 올바르고 적절하게 설계되고 운영된다면 조직문화와 학습조직은 조금은 더 수월하게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최근 제도로서 OKR과 리더십에 대한 글을 기록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습니다.
리더십을 이야기하면서 늘 리더십을 발휘하는 주체로서 사람을 가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난번 글을 쓰며 리더십을 영향력으로 정의하면 인사제도 역시 리더십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서 찾아봤는데 역시나 Institutional Leadership이라는 주제로 연구된 논문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는 걸 이렇게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HR을 하면서 제도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제도가 가지고 있는 동형화 isomorphism이라는 성질 때문이었습니다. 인사평가제도를 생각해보면 일단 평가제도가 세팅되고 나면 구성원분들은 그 평가제도에 따라 행동하고 기록하고 제출해야 합니다. 물론 제도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제도는 그 제도를 설정한 조직 내 구성원분들의 행동을 제약하게 되고 이러한 방식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우리 조직에서 평가는 이렇게 한다는 일종의 당위성이 확보되리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당위성이 확보되고 나면 이로서 제도는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될 겁니다. 제도가 구성원의 행동 범위를 제한하지 않아도 알아서 행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태에 도달했다면 우리 기업이 일 하는 방식으로서 조직문화가 형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게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입니다.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을 제도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으로 나름 주장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도가 이러한 상태를 달성하기 위해 제도는 올바른 방향성과 방법론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도가 만들어놓은 제도가 필요없는 상태는 올바르지 않은 상태가 될겁니다.
Institutional leadership에 대한 문서를 찾다가 이 주제의 최종 보스가 Selznick일 수 있겠다는 것까지는 확인했지만 원문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Selznick의 생각을 포함해 작성된 문서를 통해 institutional leadership(이하 제도 리더십)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Selznick은 1957년 그의 글을 통해 '제도 리더십'을 '조직에 가치를 주입하는 것(to infuse with value)'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이는 제도 리더십이 단순히 제도의 외형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조직에 가치를 주입하는 것으로서 제도 리더십이 온전히 발현될 수 있다면 앞서 개인적으로 소개드린 '제도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상태'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So What do Institutional Leader Do?
제가 본 문서에서는 Selznick의 글을 기반으로 제도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들의 역할로 manage internal consistency, develop external supporting mechanism, overcome external enemies의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역할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internal consistency
제도를 달리 표현하여 메시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제도는 그 외형에 담고 있는 의미가 있음을 말합니다. 리더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해주어도 제도가 전하는 메시지가 다르다면 조직 내 가치의 정립은 쉽지 않을 겁니다. 다이어트는 건강에 좋음을 알고 있지만 눈앞에 있는 맛있는 음식은 0칼로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제도는 조직 내에서 가치를 반복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조직이 추구하는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어쩌면 핵심가치 정착을 위한 반복적인 워크숍보다 훨씬 강력할 수 있을 겁니다. 이를 위해 제도가 전하는 메시지는 일관성을 가져야 합니다. 상황과 상대에 따라 다른 기준이 적용되어서는 안됩니다.
external supporting mechanism
제도는 공식적인 것이고 외부로 보이게 됩니다. 우리 기업은 OKR을 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이나 요즘은 뜸해 보이지만 과거 나름의 성공사례로 여러 설명회를 했던 사례도 그렇습니다. 따라서 제도는 기업조직의 외부에 노출되며 기업이 환경으로부터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 도움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개인 경험을 빌어보면 과거 모 기업에서 한 달에 하루 오전 근무만 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규제기관으로부터 근무시간 단축 관련 기업의 입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받았을 때 이 제도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기업이 환경과 정부의 정책 취지에 맞춰 가고 있음을 어필한 적이 있습니다.
overcome external enemies
때로는 우리의 제도들이 잘못되었다거나 outdate 되었음을 말하는 주장을 만날 수도 있을 겁니다. 생각해보면 제도는 한번 설계되면 영원히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유사한 성질이지만 서로 다른 모습을 할 수도 있고(MBO와 OKR처럼), 기존의 관행이 놓치고 있음을 확인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모습이 될 수도 있습니다(재무적 지표만 보는 관점에서 균형적 관점으로 볼 것을 제시한 BSC처럼) overcome external enemies라고 표현하였지만 개인적인 이해로는 제도에 대한 일종의 변화관리자로서 제도 리더십을 이야기한다는 느낌입니다.
조직에 가치를 주입하는 관점에서 제도 리더십 institutional leadership이라는 개념을 만나서 나름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한편으로는 실무경험을 기반으로 조금씩 그려왔던 생각들의 방향성이 그래도 아주 틀리지는 않았다는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을 한 스푼 추가할 수도 있었구요.
위의 제도 리더십에 대한 참고 논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문서를 보고 해석한 내용을 정리하였으므로 제가 한 글에 대한 해석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고견을 달게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ference.
Washington, M., et al. (2008). "Institutional leadership: Past, present, and future." The SAGE handbook of organizational institutionalism: 72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