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시간을 돌아보는 과정
세상을 살면서 만났고 만나는 세상의 사람, 동물, 사물 등에 대한 opellie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중학생이 되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편도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걸어 다녔다. 30분이라는 시간의 목적은 학교를 가고 집으로 오는 것이었겠지만 중학생 남자아이에게 그 30분은 무수히 많은 일들이 존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학교를 오가는 길에 항상 만나는 강아지와 인사를 하는 시간이기도 했고, 사거리에서 오고 가는 자동차를 살피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스팔트 위에 곳곳에 있는 검댕을, 마치 그 검댕을 밟으면 안 되는 것인 양 요리조리 피하며 걸어가는 시간이기도 하고, 보도블록 벽돌과 벽돌 사이의 금을 밟지 않고 걷는 시간이기도 했다. 인도의 가상에서 마치 외나무다리를 건너듯 건너는 시간이기도 했고, 친구들보다 먼저 간다고 서로 달리기를 하던 시간이기도 했다. 중3이 되어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집으로 향할 때면 어둑해진 골목을 오갈 때면 귀신이 무서워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릴 적엔 그래도 달리기가 나름 빨랐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보이지 않는 귀신 덕분이었을지도 모른다.
중학생 시절에 내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의미 있는 시간들은 사실 내가 부여한 의미들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매일 아침 만나는 어느 집 대문 앞에 앉아 있는 강아지는 그냥 있었을 뿐이지만 나 혼자 '안녕'이라는 말과 함께 인사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법 긴 시간이 지난 지금, 머릿속에 남은 건 그 '의미 있는 시간'들이다. 그 '의미'가 없었다면 지금 그들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은 그냥 스쳐 지나간 일들이 되지 않았을까?
'의미'라는 건 어찌 보면 순수하게 이기적이다. 동네 강아지는, 어쩌면 그는 매일 아침 자신의 앞을 오가는 아이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입장에서 매일 아침 자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는 아이는 그냥 매일 아침 그 시간에 지나가는 아이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 기억에 남은 건 순수하게 나 자신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부여하는 의미는 순수하게 '나'를 중심으로 하지만 그래서 그 의미는 '나'에게만 영향을 제공해야 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이는 내가 가진 의미를 다른 이에게 강요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이 다른 이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건 그 '다른 사람'이 해야 한다. '의미'는 순수하게 '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세상을 살아가는 시간만큼 '의미 있는 시간'도 조금씩 늘어난다. 지금의 나에게 남아 있는 기억들은 지나온 시간 중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들이다. 내가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 시간들은 기억의 너머로 사라졌고 지금의 나로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 스스로 알 길은 없다.
삶을 최대한 기억하려 한다. 내 삶에서 '의미'를 생각하는 이유이다. 내가 살아온 시간이 적어도 나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들이 다른 이들의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누군가의 의미와 다른 누군가의 의미가 연결되면 내가 가진 의미보다 더 멋진 무언가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의미는 순수하게 나를 중심으로 만들어지지만 그 의미는 더 나은 의미를 만들어가는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
어머니와 식사를 하다가 어릴 적 이야기를 나눈다. 얌전한 듯 하지만 생각해 보면 큰 사고를 치곤 했다는 말로 시작된 이야기는 혼자 뛰어놀다가 갯벌에 빠졌던 이야기(머드팩이었다면 좋겠지만 일종의 늪처럼 빠지면 빨려 들어가는 뻘이었다)부터 아이가 없어져서 경찰서에서 찾았던 이야기(그것도 두 번이나), 사탕을 먹다가 목에 걸렸던 이야기 등등이 나온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잊을 수 없는 시간들이다.
어릴 적 가끔 외식을 했는데 어느 눈이 내린 겨울날 내가 자꾸 미끄러지니까 엄마 아빠가 양쪽에서 팔을 잡고는 걸을 수 있게 도와주셨던 기억도 있다. 아마도 당시의 나는 내가 스스로 걷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책과는 담을 쌓고 있었음에도, 역시나 거의 읽지 않았던 목민심서를 사달라고 아버지에게 땡깡을 부리다가 쫓겨난 기억도 있는데 사실 지금도 내가 왜 목민심서를 읽겠다고 사달라고 그 난리를 쳤는지 잘 모르겠다. 내 입장에서는 잊을 수 없는 시간들이다.
돌아보면 나는 그냥 살아왔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는 학교를 다녀야 하니까 가방을 메고 정해진 시간에 등교와 하교를 했고, 대학을 가야 하니까 시험을 보고 대학을 갔고, 취업을 해야 하니까 취업준비를 하고 사회라는 곳에 나왔다. 하지만 학교생활, 대학생으로서 시간, 사회생활의 시간을 채우는 건 나 자신이었고 나는 그 시간을 채우는 과정에서 의미들을 만났고, 그 덕분에 기억을 한다. 무엇을 했는지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기억한다.
때로는 우리가 배우고 싶은, 닮아가고 싶은 의미로 ,
때로는 우리가 배우고 싶지 않은 그런 의미로
우리의 시간들을 채워간다.
그 의미들, Opellie라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세상의 모든 사람, 사물, 생각 등에 대해 담고 있는 의미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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