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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Apr 19. 2024

2.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인사제도에 대한 opellie의 러브레터2편

"OKR을 하고 계시네요"
"아, 했었는데 지금은 하고 있지 않아요"
"아..."
"기대했던 성과보다는 오히려 이전보다 성과가 안나오더라구요"

인사담당자로 시간을 보내면서 이와 유사한 말들을 종종 들어왔습니다. 대부분 국내 상위 대기업 혹은 글로벌 기업 등에서 검증되었다는 내용을 근거로 해당 제도를 도입했으나 잘 안된다는 결론이었고 그 결론의 마무리에는 항상 다음의 멘트가 있었습니다.

"우리 기업과 맞지 않아"

처음 이 말을 들었던 건 인사담당자로서 5~6개월을 보내고 있을 때였습니다. 당시 참석했던 어느 인사담당자 모임의 뒤풀이 시간이었죠. 술잔이 돌고 난 시간에 한 선배 인사담당자분은 당시 유행했던 모 제도를 도입했으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며 '우리 기업과 맞지 않아'라고 말을 하시고는 다음과 같은 푸념을 하셨죠

"우리나라 중소기업에 적합한 표준인사제도를 만드는 사람은 부자가 될 거야"

당시 저는 옆자리에서 그 말을 들으면서 혼자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거 내가 만들어볼 수 있을까?"

당시 이런 생각을 했던 건 당시 제가 인사라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가능했을 거라는, 조금은 무모한 도전의 관점에서 생각이기도 하지만 솔직하게 고백하면 지난 18년간 저는 이 질문을 늘 하면서 인사라는 일을 해왔습니다. 

표준 : 일반적인 것 또는 평균적인 것

'일반적인 것, 평균적인 것'의 의미로서 표준이라는 단어를 정의한다면 '내가 만들어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제가 가지고 있는 답은 'YES'입니다. 하지만 '표준'이라는 단어를 '정답'이라는 의미로 정의한다면 동일한 질문에 대해 제가 가지고 있는 답은 'NO'입니다. A기업에서 1 더하기 1이 2가 나왔음을 근거로 B기업에서 1 더하기 1이 2가 된다는 결론을 말할 없음을 말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역할과 상호작용의 체계로서 제도

I define an institution as a taken-for-granted, organized system of roles and interactions.(Ocasio, 2023)

기업을 정의하는 방식이나 표현은 사람마다 혹은 관점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공동체'라는 속성입니다. 기업이라는 공동체에서 우리는 각자 역할을 수행하고 그 역할들이 서로 연결되어 공동체로서 기업의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이는 우리가 제도를 고민할 때 제도를 대하는 관점에서 변화가 필요함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나온 시간에 우리가 제도를 도입하면서 '우리 기업에 맞지 않아'라는 말로 끝나는 패턴이 반복되었던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는 점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Like any management system, OKRs may be executed well or badly
(Measure what matters by John Dorr)

2024년 현재 인사담당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OKR은 어떨까요? John Dorr는 OKR에 대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라고 말합니다. 이 문장을 조금 다르게 하면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일반적인 것  내지 평균적인 것'으로서 표준의 개념을 적용하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다만 기준이 되는 표준은 있을 수 있다.(OKR처럼)
그 표준에 우리 기업에서의 역할과 상호작용을 추가함으로써 비로소 우리는 '적합한' 제도를 만들 수 있다.
다양한 제도, 역할,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완성되는 공동체로서 기업

공동체에는 다양한 제도가 동시에 존재한다

역할과 상호작용이라는 요소가 제도에 추가되면서 우리들 인사담당자 입장에서 제도는 복잡하고 어려운 방향으로 몇 걸음 이동을 합니다. 제도의 설계와 운영을 위해 제도 설계자로서 인사담당자들은 역할과 상호작용이라는 다소 난해한 영역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죠. 

그런데 공동체 내에서  제도는 하나의 제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채용부터 퇴직까지에서 다양한 제도들이 존재합니다. 만일 그 제도들이 서로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거나 서로 다른 방향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면 그 제도들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기준들이 필요한 상황을 만나게 될 겁니다. 법제도에서 상위법 우선의 원칙이나 특별법 우선의 원칙 등은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기준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인사제도라는 것이 참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지금 기록하는 인사제도에 대한 이야기들도 어찌 보면 제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배움의 울타리 안에서 풀어낸 것이지 세상의 모든 이론과 제도에 대한 경험들을 100% 다 고려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다른 의견, 생각들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고, 혹시 다른 생각이 있으신 분들이시라면 덧글을 남겨주시면 저 역시 배움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핵심단어 / 문장

역할과 상호작용에 기반한 인사제도, 다양한 제도의 연결, 일관성, 표준과 정답은  동의어가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제가 기록하는 연재글, 브런치 북의 글들은 '생각이 멈출 때까지' 계속됩니다. 

복잡하고 정답도 안보이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재밌다고 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감사합니다. 


#Opellie #HR #Institution #인사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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