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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May 10. 2024

5. 제도가 우리 것이 되는 과정

인사제도에 대한 opellie의 러브레터 5편

초기 제도이론에서는  조직은 합리적 계산에 의해 행동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제도적 환경에서 바람직하고 정당하다고 정의된 것을 받아들이는 수동적 존재에 불과하다고 본다. 즉 조직은 제도적으로 규정된, 정당하고 의미 있는 행동을 수행할 뿐이다.(이경묵 2019)

제도는 기본적으로 환경으로서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 대한민국에서 정하고 있는 법의 제약을 받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제도의 도입단계는 특히 이러한 성격이 강하게 반영됩니다. 경영진 혹은 인사팀에서 가지고 있는 생각, 근거, 논리에 기반해 제도를 설계, 도입하고 이를 시행하는 형식을 취하니까요. 그래서 앞서 제도의 도입과 관련된 글에서 제도의 도입단계에서 단순히 시키니까 혹은 따라서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제도 설계자가 많은 시간 배우고 생각하여 나름의 청사진을 그리는 것이 중요함을 이야기하기도 했죠.


제도가 우리 것이 되는 과정

"우리 기업과 맞지 않아"라는 말이 등장했다는 건 우리가 도입한 제도가 '우리 것'이 되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럼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을 겁니다.

"다른  기업에서 좋다고 말하는 제도를 어떻게 하면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제도 의 단계를 살펴보죠.

Ocasio는 그의 논문에서 제도화의 단계를 Typification, Objectivation, Sedimentation의 세 가지로 이야기를 합니다. 이를 본 글에서는 유형화, 객관화, 퇴적작용으로 표현합니다.


Typfication → Objectivation → Sedimentation →re-Typification


유형화 Typification

우리는 제도를 왜 도입 혹은 설계하려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단어로 '관리'라는 단어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관리가 필요하니까'요. 근태관리가 필요하고 성과관리가 필요하고 노무관리, 보상관리가 필요하니까라고 말이죠.

개인적으로 제도를 왜 도입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저는 '소통'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합니다. 제도란 '성과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에 필요한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는 도구'라고 말이죠. 제도를 활용하여 이러한 소통구조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제도를 통해 역할을 정하고 역할과 역할 간의 상호작용의 기본 절차를 제공합니다. 조직과 구성원은 제도가 제시한 절차, 양식, 기한을 활용하여 구체적으로 역할과 상호작용의 경험을 만나게 될 겁니다. 조직과 구성원이  제도에 대한 주관적 경험을 만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우리는 유형화(Typification)로 이야기합니다. 조직과 구성원이 제도를 활용하는 과정으로서 역할과 상호작용에 기반한 경험이 반복적인 관행으로 형성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객관화 Objectivation

조직과 구성원의 제도에 대한 주관적 경험들은 다양한 의견들로 연결됩니다. 제도를 경험한 조직과 구성원들은 실제 제도를 만나면서  느낀 점들을 인사팀에 이야기할 겁니다. 이 과정에서 인사팀은 조직과 구성원이 제도에 대해 가지는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돕고 동시에 인사팀이 제도의 설계/ 도입 단계에서 미처 예측하지 못한 부분을 반영하는 경험을 만나게 됩니다. 이를 통해 기본적인 제도로서 조직과 구성원에게 제도가 받아들여지는 단계를 우리는 객관화(Objectivation)'이라 말합니다. 이러한 객관화는 제도가 일관성을 가진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을수록, 하나로 연결된 이야기의 형태를 갖추고 있을수록, 이론적/논리적 기반을 갖추고 있을수록 더 잘 형성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도에 있어 양식을 만들 때 그 양식에는 하나의 내러티브(narrative)'가 담길 수 있게 양식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퇴적작용 Sedimentation

하나의 제도가 조직과 구성원을 통해 수용되는 단계로서 객관화 상태에 있다는 것은 그 제도가 완벽한 제도라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퇴적작용 단계에서 우리 사회화 과정을 만나게 됩니다. 퇴적작용을 통해 우리는 보다 우리 것으로서 제도에 가까운 상태로 제도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를 저는 '우리 조직이 일 하는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일종의 사회화과정으로 연결됩니다. 사회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구성원이 조직 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녀)가 빠르게 조직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게 됩니다.


제도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역할과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완성해 가는 것이다.
제도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역할과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완성됨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신 유형화 re-Typification

 Ocasio는 그의 논문에서 유형화, 객관화, 퇴적작용의 3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단계 하나를 더하려 합니다. 앞서 살펴본 유형화→객관화→퇴적작용의 과정은 하나의 제도가 외형적인 것에서 내재적인 것으로 변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경험이라는 걸 하고 경험을 인식하고 행동을 바꾸고 공통의 인식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내재화된 인식은 조직과 구성원이 일을 수행함에 있어 공통의 기준으로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내재화된 제도는 제도의 외형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가 되며 나아가 제도 외형의 개선을 이야기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이를 본글에서는 re-typification으로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제도가 우리 것이  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습니다.

제도가 우리 것이 된다는 것은 내재화된  인식을 더욱 잘 달성할 수 있는 절차, 양식, 기한에 대한 상호작용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쌓고 이들 경험을 기반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것

이라고 말이죠


이번 글의 한 문장

제도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역할과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완성됨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Reference.

Ocasio, W. (2023). "Institutions and Their Social Construction:A Cross-Level Perspective. "

Organization Theory 4(3): 26317877231194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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