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제도에 대한 opellie의 러브레터 6편
Succession planing, 다른 표현으로 우리가 승계계획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승계계획은 다음과 같은 의미로 이야기됩니다.
핵심 직위가 공석이 되었을 경우를 대비하여 해당 직위를 승계할 수 있는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고 개발하는 프로세스
그리고 현실에서 이 승계계획은 주로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리더'를 이야기하면서 리더로서 자리를 부여하는 절차를 '보상'이 아닌 '선발'의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리더는 만들어지는 것보다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질이 중요하다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이러한 리더의 자질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 자질을 판단하기 위한 내용으로서 기준과 그 기준을 구체화하는 행동으로서 절차/방법론, 그리고 그 판단의 내용을 기록하기 위한 양식들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그 판단이 필요한 시간적 범위도 존재할 겁니다. 내용을 담기 위한 절차와 양식, 그리고 시간을 개인적으로는 실무자로서 우리가 제도를 설계할 때 포함해야 하는 구성요소로 이야기를 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실무자가 제도를 설계함에 있어 그 제도가 실제로 눈에 보이는, 그래서 그 제도를 활용하는 조직과 구성원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무엇을 누가 언제까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근태관리제도는 출근을 각 구성원 개인은 오전 9시까지 제도가 정해놓은 지역 범위 내(ex> GPS기준 사무실 반경 내 100m)에 도착해서 어플을 켜고 출근 버튼을 클릭한다는 걸 이야기하고, 결과평가제도라면 며칠까지 본인평가(혹은 1차 평가, 2차 평가 등)를 정해진 양식에 작성해서 상급자(혹은 인사팀)에게 제출하세요 와 같은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승계계획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절차, 양식, 시간 이외에 한 가지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자질을 판단하기 위한 내용으로서 기준'이 그것입니다. 이는 많은 기업들, 특히 스타트업들이 제도, 조직문화 등을 다룸에 있어 기대만큼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주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저는 크게 다음의 두 가지로 이야기를 합니다.
첫 번째 상황은 절차, 양식, 시간으로 그릇, 즉 외형으로서 제도를 만들긴 했는데 정작 그 제도에 담을 기준을 정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Simon Sinek은 그의 TED영상에서 '사람들은 ''당신이 무엇을 하는가'를 이유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왜 하는가를 구매한다 People don't buy what you do; they buy why you do it"라는 말을 합니다. 조금 표현을 바꿔서 저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기업 구성원들은 인사담당자로서 우리들이 무엇을 하는가를 이유로 그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를 왜 하는가를 기반으로 활용한다'
두 번째 상황은 이미 기업에는 해당 기업에서 가지고 있는 내용으로서 기준을 가지고 있었지만 도입한 제도가 그 기준을 담지 못하거나 한 발 더 나아가 그 기준과 다른 방향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입니다.
A스타트업이 있습니다. 기업이 성장해 감에 따라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그렇듯 일조의 체계(system)를 갖출 필요성을 느꼈고, 이 체계를 잡기 위해 대기업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경험을 갖춘 리더를 스카우트하여 모셔왔습니다. 해당 리더가 부임하고 1~2년간은 기업이 나름 체계를 잡아가는 듯 보였습니다. 몇 가지 기준과 절차들, 그 기준과 절차를 명문화한 규정 등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2년 차가 지날 무렵부터 구성원 사이에서 불만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기준과 절차, 규정이 실무자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과 다르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불만이 제기되었지만 경영진은 그 불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구성원이 기존에 없었던 통제를 받게 된 상황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A스타트업의 경우 앞서 살펴본 두 가지 상황 중 두 번째 상황, 즉 이미 기업이 나름의 내용으로서 기준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기준을 담을 그릇으로서 제도를 잘못 도입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A스타트업은 제도 도입을 위해 국내 대기업에서 '제도'를 경험한 리더를 스카우트해 왔습니다. 해당 리더는 자신이 대기업에서 경험한 제도를 그대로 가져와 적용을 했습니다. A스타트업이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가치로서 기준을 고려하지 않고 말이죠. 처음 1~2년은 '보이는'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구체적인 모습들이 나타나면서 좋아지는 상황을 만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에 A스타트업이 가지고 있던 기준과 제도가 가지는 기준 사이에서 괴리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리더는 자신이 도입한 제도가 무너질 경우 자신의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제도의 외형을 더 강하게 강조했고 그럴수록 구성원들과의 거리감은 멀어져만 갔습니다.
A스타트업이 기업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만들어왔던 기준을 우리는 '제도논리'라 말합니다. 제도논리는 '구성원 개개인이 구체적인 성과/가치를 생산 혹은 재생산하고 구성원으로서 시공간을 조직화하며 구성원으로서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관행, 가정, 가치, 신념, 규칙 등으로 구성된 역사적인 패턴 (Thornton and Ocasio 1999)'으로 정의합니다.
A기업이 가지고 있는 제도논리의 기반은 '역할과 상호작용에 기반한 소통'이었습니다. A기업은 이 과정을 통해 보이지는 않지만 암묵적으로 나름의 제도논리를 가지고 계속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A기업에게는 이러한 암묵적인 제도논리를 보이는 제도, 즉 절차, 양식, 기한을 활용한 구체적인 모습으로 만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스카우트되어 입사한 리더는 그러한 제도논리를 간과하고 자신이 대기업에서 경험한 대로만 했습니다. 그의 경험은 A스타트업이 말하는 제도논리는 비현실적인 것으로 단정 짓고 있었습니다.
제도논리는 기본적으로 암묵적입니다. 암묵적이라는 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파악하려면 보다 많은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그 노력의 과정은 생각보다 느리게 느껴지기도 하고 단기적 성과를 쫒을 경우 초초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제도를 설계한다는 것은 조직과 구성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역할과 상호작용의 핵심성과요소(Critical Success Factor)를 찾아내어 이를 절차, 양식, 기한을 활용하여 구체적인 "우리 기업만의 루틴 routine"을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Reference
(Thornton and Ocasio 1999) We define institutional logics as the socially constructed historical pattern of material practices, assumptions, values, beliefs, and rules by which individuals produce and reproduce their material subsistence, organize time and space, and provide meaning to their social rea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