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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May 03. 2024

4. 제도가 도입되는 과정

인사제도에 대한 opellie의 러브레터 4편

과학철학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반드시 만나게 되는 이름이 있습니다. 칼 포퍼(Karl Popper)와 토마스 쿤(Thomas Kuhn)이라는 두 사람입니다. 과학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감히 이 두 분의 사상과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이야기를 하는 건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제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과학 발달에 대한 포퍼와 쿤의 관점

과학 발달을 보는 포퍼는 과학의 발달을 경험적 반증을 통한 누적적인 과정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반면 쿤은 과학의 발달을 비누적적인 혁명으로서 기존의 패러다임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된다고 말을 합니다. 과학의 발달이란 이론이 비판적으로 전복되고 대안이론으로 대체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포퍼와 쿤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면 누적과 비누적의 관점은 이 두 분이 가지고 있는 관점의 차이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라 말할 수 있습니다. 쿤의 관점에서 과학혁명에는 하나의 주장이 다른 주장으로 대체되는 것 그 이상의 더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음을 말합니다. 그래서 쿤은 과학의 본질을 발견하는 방식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것으로 말을 합니다. 

"우리가 과학의 본성을 발견하는 방식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이며, 그것은 과학자 집단의 본성을 연구하고 과학자 집단이 가치를 부여하는 것, 관용을 베푸는 것, 가치 없다고 여기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냄으로써 성취된다.
From 과학이란 무엇인가/ Alan Chalmers/ 서광사/ p178


제도가 도입되는 과정 

어느 날 아침 조찬모임을 다녀오신 대표님은 지나가며 툭 던지듯 말합니다. 

"다른 기업들은 OKR을 다들 한다는데 우리도 검토 한번 해볼까요?"

인사팀이 갑자기 바빠집니다.  대표님이 지시(?)를 하신 것이니 가능한 긍정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도록 검토를 합니다. 관련 도서 등 자료를 찾아보고 다른 기업의 지인을 통해 사례를 찾아보고, 외부 교육 등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나름 종합해서 보고를 하고 시행하기도 합니다.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시행착오들이 등장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구성원들의 질문들이 등장합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새로운 제도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제도는 정착되지 못하고 당연하게도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대했던 모습에 부족한 모습이 이어집니다. 결국 대표님은 기존의 방식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합니다. 결국 인사담당자로서 우리들은 이렇게 푸념을 합니다

"우리 기업과 맞지 않아"


정말 우리 기업과 맞지 않을까?

기업이 제도를 도입하는 모습은 크게 다음 3가지 유형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강압적(Coercive), 모방적(Mimetic) 그리고 규범적(Normative) 모습의 세 가지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유형 구분을 우리는 다음의 질문으로 바꾸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왜 제도를 도입하는가?

어떤  기업은 이 질문에 대해 "대표님 지시"를 이야기합니다. 어떤 기업은 "다들 하니까" 혹은 "안 하면 뒤처지는 것 같아서"라고 말을 합니다. 그리고 일부 기업들만이 "우리 기업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라고 말을 합니다. "대표님 지시"로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를 우리는 '강압적'인 경우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다들 하니까" 혹은 "안 하면 뒤처지는 것 같아서"는 '모방적'인 경우로, "우리 기업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를 우리는 '규범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정말 우리 기업과 맞지 않을까?

제도가 정착되지 못하는 이유

우리 기업에서 제도가 잘 정착되지 못하는 이유로 저는 두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그중 하나가 제도를 도입하는 단계에서 "왜 하는가?"를 대하는 태도/관점에 있습니다.  다른 기업이 성공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제도를 우리 기업에 그대로 적용하면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담보하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쿤의 이야기를 인용하면 하나의 패러다임은 그 패러다임의 영향을  받는 영역 안에서 행해지는 제도, 행위 등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하나의 패러다임이 단일의 정답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패러다임의 본성을 발견하는 방식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이기 때문입니다. 제도도 그렇습니다. 


하나의 제도는 그 제도의 영향을 받는 영역 안에서 행해지는 행위 등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제도가 단 하나의 정답으로 모든 상황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도의 본성을 발견하는 방식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이기 때문이다. 


제도의 정착을 위한 제언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제도를 온전히 도입하기 위해 우리는 제도의 도입 단계에서 강압적 혹은 모방적 목적의 도입이 아닌 규범적 목적의 도입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제도를 시행하기 이전에 제도 도입/운영에 필요한 지식 등을 학습하고 이를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도입하려는 제도가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여 기업과 구성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는가를 알고 우리가 도입하고자 하는 제도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될 겁니다. 


쉬어가는 이야기

인사담당자로 일을 하면서 일주일간 영업팀에서 영업사원으로 체험(?)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팔아야 할 상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알게 된 건, 상품을 팔고자 하는 제 자신이 정작 제가 팔고자 하는 상품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자신이 없으면서 다른 누군가에게 사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었죠. 인사담당자로서 우리들이 만드는 제도 역시 그렇습니다. 남들이 하니까 혹은 대기업/글로벌 기업이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가 아니라  제도를 도입하면 정말 좋아질 수 있다는 나름의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 믿음은 이후 우리가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상황에 우리가 당황하지 않고 대응하고 그 과정을 통해  제도가 방향성을 잃지 않고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제도를 상품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판매한다고 가정하면
어떤 가치를 담아 제도를 만드시겠습니까?


제도의 도입 단계에서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야 할 질문입니다. 

감사합니다.


Reference.

1. DiMaggio, P. J. and W. W. Powell (1983). "The iron cage revisited: Institutional isomorphism and collective rationality in organizational fields."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48(2): 147-160.

2. 과학이란 무엇인가, A.F. 차머스/신중섭. 이상원 옮김, 서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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