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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un 14. 2024

10. 썩은 사과를 막는 환경으로서 제도(1)

 온라인 게임을 하다 보면 종종 '오토'라는 단어를 만나게 됩니다.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공식적으로는 '불법' 혹은 '나쁜 것'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취합니다. 게임 내  이러한 오토 프로그램이 등장하면 그 초기에는 오토 프로그램을 신고하고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는 행동들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러한 오토 프로그램을 막는 노력들이 형식적이라거나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게임 게시판에는 오토 게임임을 입증하고 이야기하는 불만과 불만을 넘어서는 비판의 글들로 가득하고 신규유저는 줄어들고 기존유저들은  새로운 게임으로 이동합니다. 게임은 유지를 위해 공식적으로는 오토 프로그램을 제재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모습을 갖게 됩니다. 


썩은 사과의 모습과 영향력

 위의 이야기에서 '오토 프로그램'은 '썩은 사과'입니다. 처음 썩은 사과가 등장했을 때 그 주변에서는 그가 썩은 사과일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다양한 징후들이 등장합니다. 개인 경험상 이야기하는 그 대표적인 징후는 '편 가르기'입니다. 이를 우리는 '사내정치'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것이 썩은 사과가 무서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말을 하는 거죠. 썩은 사과는 주변의 정상적인 사과들로 그 영향을 미치려 합니다. 이를 통해 썩은 사과는 자신이 썩은 사과라는 것을 감추죠. 


물론 썩은 사과는 언젠가는 드러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조직 내에는 썩은 사과로 인한 구성원 개인과 조직이 감내해야 하는 피해가 존재하고 있는 상태와 함께 하죠. 앞선 9화에서 소개드린 어느 평판 사이트의 글을 다시 볼까요.


단점
여기 회사의 성장을 막는 고인물이 있음. 일은 하지 않고 사내에서 정치질만 함. 회사에서 분란을 조장함. 역시나 오래된 고인물이라 터치할 수 없음. 일하지 않고 불만만 많은 고인물 몇 개가 썩은 사과처럼 사과상자  전체를 오염시킴. 그 썩은 사과를 내버려 두는 착한 회사가 바보임.


이 기업의 댓글

이제 멀리 떠나버린 그.. 이제는 없습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 오해하지 말기 :)


이제 멀리 떠나버린 그이지만, 그동안 이 기업에서는 일을 하는 인재들이 계속 이탈하고 그로 인해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 악순환을 경험해야 했을 겁니다.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되지만 그동안 회사는 '착한 회사'가 되어있을 겁니다. 


저성과자와 썩은 사과는 동일한 의미일까

썩은 사과를 이야기하다 보면 간혹 저성과자와 썩은 사과라는 두 단어를 동일한 단어로 이야기하는 분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정말 이 두 단어는 동일한 개념이라 할 수 있을까요?


스토브리그, 임동규 선수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해당 드라마에서 백승수 단장은 단장으로 부임하고 나서 임동규 선수를 트레이드하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프런트 구성원들은 반발을 하죠.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 임동규가 어떤 선수인데?(감히 트레이드를 해?)"

드라마 속 임동규 선수는 표면상 저성과자가 아니었습니다. 타율, 장타율, 홈런 개수 등 여러 지표는 그가 고성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죠. 그럼에도 백승수 단장은 임동규 선수를 트레이드하기로 합니다. 그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볼까요?

"2년 전에 우리 팀을 떠난 강두기 선수 다들 기억하시죠? 10승 투수였는데 임동규 선수와 갈등이 있었고 임동규 선수의 강권에 의해서 우리 팀을 떠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 문제가 됐던 강두기 선수의 발언들은 증거 하나 없었지만 강두기 선수는 변명 한마디  없이 우리 팀을 떠났죠. 지금도  임동규 선수는 자기 구미에 맞는 선수단을 꾸려가길 요구하고 있습니다. 강두기를 나가게 만든 건 임동규였습니다. 임동규는 팀을 망치고 있습니다. "

임동규 선수 자신은 고성과자로 인식되지만 팀으로서 구단은 계속 힘들어지고 결과론으로 팀은 임동규 선수에게 의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외형상 고성과자이지만 실제로 썩은 사과일 수 있음을 말합니다. 


썩은 사과와 제도

썩은 사과를 주제로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의 생각은 이 질문으로 이어지게 될 겁니다.

"썩은 사과를 어떻게 판별할까?"

그런데 저는 이 질문을 다음과 같이 조금 바꾸어볼 것을 제안합니다.

"썩은 사과가 나타나지 않게 하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앞서 9화에서 소개드린 미첼 쿠지의 '썩은 사과'라는 책의 표현을 빌면 '썩은 사과가 등장하더라도 그 효과/ 영향력이 발현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백신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책은 썩은 사과 '항생제'로 3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1. 360도 팀 피드백 시스템을 활용한다
2. 퇴직자 면접을 수행한다
3. 썩은 사과의 보호자를 파악한다
-「당신과 조직을 미치게  만드는 썩은 사과」 예문출판, 미첼 쿠지, 엘리자베스 홀로웨이, p221


임동규 선수, 사람과 환경 무엇이 원인이었을까

드라마 스토브리그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요.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트레이드로 다른 팀으로 이동했던 임동규 선수는 다시 드림즈로 돌아오게 됩니다. 제도 환경이 바뀌고 난 뒤에 말이죠. 어쩌면 임동규 선수가 드라마 초기에 보여주었던 썩은 사과로서의 모습은 어쩌면 환경의 영향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수 있습니다. 앞서 9화에서 황태자라 불린 리더에게도 그의 행동을 묵인하고 보호해 주었던 리더, 인사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기업,  구성원이 성장할 수 있게 돕는 적합한 환경으로서 제도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썩은 사과를 방지하는 환경으로서 제도

미첼 쿠지가 제시한 썩은 사과를 방지하는 3가지 방법론은 '투명성'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합니다. 투명성에 기반에 잠재적 썩은 사과가 숨을 수 없음을 알려주고 발생 시 이를 찾아내는 방법론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만 운영하면 우리는 기업 내 썩은 사과를 예방할 수 있을까?

기업이라는 조직에는 수많은 제도들이 존재합니다. 위 3개의 방법론들과 상충하는 제도가 있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그들 중 어느 것이 올바른지에 대해 정확히 판단이 가능할까요? 우리 기업 내에서 침묵의 나선이론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침묵의 나선이론 : 독일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노엘레 노이만이 매스미디어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이론.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이 다수의 의견과 동일하면 적극적으로 동조하지만 소수의 의견일 경우 남에게 나쁜 평가를 받거나 고립되는 것이 두려워 침묵하는 현상


제도를 고민하는 입장에서 다음의 질문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썩은 사과를 방지하는 환경으로서 제도는 어떤 특성들을 가지고 있을까?


다음 11화에서 이어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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