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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un 21. 2024

11. 썩은 사과를 막는 환경으로서 제도(2)

인사제도에 대한 opellie의 러브레터 11편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조금 더 이야기해보죠

극중 백승수 단장은 임동규 선수를 트레이드하는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합니다. 그 도중 임동규 선수의 인성을 이야기하며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하나 등장합니다. 해당 장면은 드림즈가 경기에서 패하고 락커룸으로 들어와서의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해당 장면에서 임동규 선수는 격앙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합니다. 

"투수들, 내 밑으로 집합"
"역전시켜놨더니 그걸 못 지켜!!!"

임동규 선수의  이러한 행동을 보고 강두기 선수는 그 행동을 제지하죠

"야구는 팀 플레이다."
"예의를 좀 갖춰라"

그리고 두 선수간에 몸싸움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강두기 선수는 다른 팀으로 이동하게 되죠.

백승수 단장은 이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임동규는 팀을 망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렇게 질문을 해보죠.


Q. 임동규 선수는 썩은 사과일까?


이 질문은 앞서 마주하고 있는 팀이 망가진 상황의 원인이 임동규 선수라는 사람, 개인에게 있는가? 라는 질문으로 연결됩니다. 임동규 선수가 본질적으로 썩은 사과에 해당한다면 도려내는 게 가장 중요한 방법이겠죠. 그냥 두면 주변을 계속 오염시킬테니 말이죠. 

그런데 드라마 마지막 부분을 보면 임동규 선수가 다시 드림즈로 돌아오는 장면이 보입니다. 이 장면을 통해 우리는 임동규 선수가 썩은 사과가 아닐 수 있었음을, 다시 말해 팀이 망가지는 상황이 임동규 선수가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다시 질문을 마주합니다. 


Q. 팀을 망가뜨린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다시 드라마의 장면으로 돌아가 볼까요. 임동규 선수는 팀이 경기에서 패하자 투수들 집합을 이야기합니다. 그것도 '내 밑으로 집합'을 하죠. 이때 강두기 선수는 임동규 선수의 이러한 말과 행동을 제어하려 합니다. 이제 서로 다른 두 의견이 만납니다.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의견으로서 '갈등'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 갈등은 강두기 선수의 이적이라는 결말로 이어집니다. 


A. 임동규를 썩은 사과로 만든 건 시스템(의 부재, 오류 등)이다. 


시스템이라는 단어는 일종의 집합적 개념입니다. 시스템은 '각 구성요소들이 상호작용하거나 상호의존하여 복잡하게 얽힌 통일된 하나의 집합체''로 말합니다. 우리는 앞서 제도(institution)를 역할과 상호작용으로 이야기를 했죠. 달리 말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은 기업 내 제도가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마주하기 vs. 문제를 회피하기

문제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두 가지 선택지를 만납니다. 하나는 문제를 그대로 마주하는 것입니다. 문제상황은 많은 경우 판단을 요구하며 제도는 절차와 양식, 기한을 통해 그 판단이 적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이를 우리는 '공식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문제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는 회피하기 입니다. 절차, 양식, 기한이라는 공식적 행위 대신 '조용하게'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게 하는 것 입니다. 문제가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게 하는 것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임동규 선수는 썩은 사과일까

다시 스토브리그의 상황을 만나보죠. 락커룸에서 임동규 선수가 감정적으로 일종의 선을 넘었을 때 제도는 그 문제 현상을 묵인했습니다. 심지어 그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 강두기 선수는 자신이 뛰고 싶은 팀을 떠나기까지 합니다. 

만일 이 상황에서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제도는 절차, 양식, 기한을 통해 드림즈라는 팀에서 상호간에 지켜야 할 가치, 기준 등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어쩌면 임동규 선수가 팀을 망치는 썩은 사과가 되지 않도록 해주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첫 행동은 개인의 일탈이지만 계속 반복되면 그건 조직의 문제이다

위 임동규 선수와 같은 사례를 저는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A리더의 일탈 행동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회사는 그가 중요한 직무를 수행하고 성과를 내고 있음을 이유로 오랜시간 모른 척 해왔죠. 제가 그 기업에 입사하고 처음 그의 행동을 보고 상급자분과 A리더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저는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처음 행동이 나타났을 때 그 행동은 개인의 일탈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일탈 행동이 나타났을 때 아무런 제도적 기능이 작동되지 않고 심지어 오랜시간 반복되어 왔다면 그건 더이상 개인의 일탈이 아닌 조직의 문제가 된다.


임동규 선수는 썩은 사과였다기 보다는 조직과 제도가 문제상황을 회피함으로써 그에게 그렇게 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였고 그가 팀을 망치는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썩은 사과를 막는 환경으로서 '공유된 제도'

위의 드라마에서 갈등상황에서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 질문에 대해 저는 다시 제도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사실 '제도'만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조금 부족합니다. 보다 온전한 답으로 '제도'라는 단어 앞에 수식어를 하나 추가합니다. '공유된 제도'라고 말이죠. 


'공유된 제도'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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