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사담당자의 경험은 그대로 두면 그냥 한 사람의 경험일 뿐이지만, 그 경험이 공유되면 다른 경험을 만들어가는 재료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기존의 글들보다는 조금 더 주관적인 인사담당자 Opellie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기억의 조각에 크고 작은 살을 붙였기에 기본적으로 브런치북 '인사담당자 Opellie'는 실제 인물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인사담당자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우리 남편이 인사팀 믿으면 안 된다는데요? ㅎㅎ"
재무팀 과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과장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팀장님, 우리 남편이 인사팀은 믿는 게 아니라고 하던데요? ㅎㅎ"
내용인 즉 이랬다.
퇴근하고 집에서 남편분과 회사 이야기를 하던 중에 과장님은 남편분에게,
"난 우리 인사팀장님 믿어"
라고 말을 했고, 이에 대해 남편분은 절대 믿으면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인사팀은 믿는 게 아냐'라는 말을 듣고 있는 인사팀장으로서 기분은 고마움과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었다. 고마움은 과장님은 집에서 인사팀장을 믿는다는 말을 하고, 동시에 인사팀은 믿을 게 못된다는 말을 당사자인 나에게 전할 수 있을 정도로 인사팀장인 나를 그래도 어느 정도는 믿어주고 있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반면 아쉬움은 남편분이 '인사팀은 믿을 게 못돼'라는 말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분과 직접 대화를 하지 않았음에도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인사팀장으로 일을 하면서 나는 구성원분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기 시작했다. 인사업무를 하는 데 있어 나에게 구성원분들과의 대화는 인사라는 일과 그 인사라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알리는 중요한 통로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믿기 위해서 나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는 내용의 진실성이고 다른 하나는 스피커에 대한 신뢰이다. 스피커를 믿고 있는데 그가 하는 말의 내용이 거짓이라면 그건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말을 하는 목적에는 결국 스피커 자신의 이익이 존재한다. 이들은 거짓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내용은 사실인데 스피커가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예를 들어 말을 계속 바꾼다거나 주제에서 벗어난다거나 한다면 그 내용이 아무리 진실에 기반한 것이라도 이는 신뢰라는 단어로 이어지기 어렵다. 스피커가 신뢰를 상실한 대표적인 예로 우리가 잘 아는 양치기소년 이야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인사는 인사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인사는 기업 구성원들의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일이다. 기업구성원의 참여를 위해 인사는 사실에 근거한 내용으로 일관성 있는 스피커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인사가 신뢰할 수 있는 일관성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나는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하나는 전문성이고 다른 하나는 경영진과의 대화다
전문성이란 무엇일까? 그냥 영어단어 외우듯 논문 등의 정의를 외우고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 내가 말하는 전문성에서 중요한 건 왜 하는가?를 정의할 수 있는가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 업무경험을 가지고 있어도 스스로 그 업무경험을 활용하지 못하고 경험에 갇혀 있다면 그는 내가 정의하는 전문가라 말하기 어렵다. 인사담당자, 인사 리더는 인사라는 일을 왜 하는가?를 제시하고 그 왜?를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논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원래 이렇게 했으니 이렇게 한다가 아니라.
생각해 보면 인사도 결국 경영의 한 분야이다. 인사는 경영진과 소통을 통해 구성원에게 전달할 메시지의 일관성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다면평가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제도 설명회 도중 질문이 들어왔다.
"보안유지가 되는 건가요?"
"누가 뭐라고 평가했는지 찾아보면 다 알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로우 데이터(raw-data)는 대표님께도 공유되지 않습니다"
이는 단순히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답변이 아니었다. 제도를 설계하여 대표님께 보고 드리는 자리에서 나는 대표님께 이렇게 말씀을 드렸다.
"다면평가는 응답자 보안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로우 데이터(raw-data)는 대표님께도 공유를 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대신 별도로 정리된 보고서로 결과보고를 진행하려 합니다"
대표님은 이에 동의하셨고 설명회에서 나는 대표님과 공유된 답변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신뢰를 얻는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인사라는 일을 하는 우리들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하고 있는 인사라는 일을 다른 구성원들이 믿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난 우리 인사팀장 믿어"
라는 말이
"인사팀은 믿을 게 못돼"
라는 말보다 좀 더 익숙한 세상과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