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사담당자의 경험은 그대로 두면 그냥 한 사람의 경험일 뿐이지만, 그 경험이 공유되면 다른 경험을 만들어가는 재료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기존의 글들보다는 조금 더 주관적인 인사담당자 Opellie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기억의 조각에 크고 작은 살을 붙였기에 기본적으로 브런치북 '인사담당자 Opellie'는 실제 인물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인사담당자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대리님, 어느 새 같이 일한 시간이 6개월이 지났네요"
처음 만나 같이 일을 해온 대리님에게 차 한 잔 제안을 했다. 사무실 근처 커피숍에서 주문한 커피를 마시며 말을 이어갔다
"지난 6개월간 제가 일하는 스타일이랄까요? 저한테 피드백 좀 해주실래요?"
내 질문에 조금은 놀란 듯 멈칫 거리는 팀원에게 말을 건넨다
"나도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라 피드백이 필요해요. 그래야 저도 좀더 성장하죠"
조금 망설이는 듯 보였지만 그는 이내 이렇게 답을 건넸다
"조금 이상하긴 합니다"
"내가 그런가요? 어떤 부분이 그럴까요?"
"지금 이런 질문을 하는 것도 그렇죠"
공식적인 팀 리더로 일을 시작한 건 2018년 1월부터였다. 이후 팀 리더로 일하면서 나와 함께 일했던 팀원분들에게 나는 이 질문을 항상 하곤 했다. 그들의 반응은 표현은 달랐지만 대부분 같은 맥락을 전달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의 반응들이었다. 그들의 반응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뭐지?'
이 다음에 이어지는 그들의 답이 사실은 내가 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만일 그들이 둘러대거나 마음없는 말을 하고 있다면 지난 함께 한 시간동안 팀 리더로서 내가 하고자 했던 모습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음을 말한다. 만일 그들이 솔직하게 생각을 이야기한다고 느껴진다면 어쩌면 팀 리더로서 내가 보여주었던 모습들이 그래도 어느 정도는 팀원에게 전달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상하긴 합니다"
는 대답은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리고 그 '이상함'이 나쁘지 않았던 맥락으로 다가왔던 대답이기도 하다. 이상하다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는 의미를 가진다. 일반적으로 보아 온 모습들이라면 이상할 일이 없다. 그래서 이상하다는 건 낯설다. 낯설다는 건 다시 설레임과 두려움이라는 서로 상반된 단어들로 연결된다. 낯설음이 설레임과 두려움 중 어느 단어로 연결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건 지난 6개월간의 '이상한 리더'와의 경험이다.
"이런 질문을 10년간 일을 해오면서 처음 받아봅니다"
동일한 질문에 돌아온 답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속상했던 대답이다. 그는 나와 일한 시간을 포함해 10년이라는 직장경험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만난 어느 리더들에게서 나와 같은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곤 나에게 팩폭을 건넸다
"조금은 더 유연해지셔도 될 거 같아요"
리더라는 위치 대신 리더라는 역할로
누군가는 리더라는 단어가 자신이 다른 누군가보다 높은 자리에 있어서 마음대로 할 수 있고 해도 된다는 걸의미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기업이라는 조직에서 19년, 그중 18년을 인사업무를 하며 리더를 고민하고, 그중 6년 남짓을 팀 리더로서 역할을 해온 나는, 리더라는 단어를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기업이라는 조직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역할들이 존재한다. 스토브리그 백승수 단장의 말을 빌면 리더는 '위치가 다른 것이 아니라 포지션, 즉 역할''이 다른 것이다. 서로 다른 역할은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가 될 수 있다.
"지난 6개월간 제가 일하는 스타일이랄까요? 저한테 피드백 좀 해주실래요?"
이 질문을 하는 리더가 '이상하지 않는' 우리들을 만나는 것이 이상하게 대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우리들의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