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사담당자의 경험은 그대로 두면 그냥 한 사람의 경험일 뿐이지만, 그 경험이 공유되면 다른 경험을 만들어가는 재료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기존의 글들보다는 조금 더 주관적인 인사담당자 Opellie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기억의 조각에 크고 작은 살을 붙였기에 기본적으로 브런치북 '인사담당자 Opellie'는 실제 인물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인사담당자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8년 남짓 시간을 보낸 곳에서 이직을 생각하며 몇몇 기업에 지원서를 제출했고 그중 한 기업 면접을 봤다. 총 4번의 면접, 이동시간 제외하고 면접시간만 대략 8시간 정도 걸렸던 면접이었고, 이렇게만 보면 회사가 너무한 것 아닌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만난 면접경험은 부정보다는 긍정적인 느낌에 가까웠다.
저녁 6시에 면접일정이 잡혔고 7시까지 1시간 가량 면접을 보았다. 면접관분은 잠시 정리하듯 일어나며 이렇게 말을 건넸다.
"쉬지도 않고 한 시간이나 이야기를 했네요"
그리고 그 다음 말은 조금은 신선했다.
"잠깐 쉬었다 할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면접을 두 시간 가까이 혹은 그 이상 본 경험이 많지는 않아도 여러 번 있었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당시로는 면접을 오랫동안 본 경험도 없었고, 무엇보다 쉬는 시간을 가져 본 면접은 지금까지 그 때가 유일하기도 하다.
몇 분의 쉬는 시간이 지나 면접 2부(?)가 시작되었다. 2부의 시작과 함께 나에게 온 질문은 이랬다.
"5년 뒤 본인의 모습을 이야기 해주세요"
면접은 솔직함이 가장 좋은 대답이라 생각하기에 평소 해왔던 생각대로 답을 했다.
"모르겠습니다"
웃고 있지만 살짝 놀라는 듯한 면접관분을 보며 대답을 이어갔다.
"5년 후 10년 후 모습을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인사담당자로서 살면서 세상은 계획대로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오히려 생각지 못한 일들도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경험해와서 5년 뒤 모습을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인사(Human Resources)와 관련된 무언가를 하고 있을 거라는 말씀은 드릴 수 있을 듯 합니다."
OKR이라는 도구가 있다. 인사관점에서 이는 성과관리도구이지만 이는 동시에 직업인으로서 한 사람이 그의 삶을 만들어가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나는 인사담당자로 살기로 했다. 그건 Opellie가 가지고 있는 방향성 즉 Objective에 해당한다. 그 방향으로 느리더라도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건 지금 현재와 다가올 현재의 내 모습들, 즉 Key results이다.
"모르겠습니다"
라는 대답을 하고 나서 어느 새 5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어선 지금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언가 "잘되고 있어!"라고 말하기는 조금은 어렵지만 인사(HR)를 생각의 기준으로 인사와 관련된 이런 저런 시도들을 하고 있다. 모습은 기업인사담당자에서 프리랜서(?)로 바뀌어 있지만 인사(HR)라는 일이라는 방향성에서 현재 내가 해볼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다. 지금의 나는 "모르겠습니다"는 대답을 했을 때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라 그 이후 마주한 수많은 현재들이 모인 결과물이다.
"5년 뒤 Opellie의 모습을 이야기 해 주세요"
지금 이 질문을 받는다면 어떨까. 지금의 나는 여전히 그렇게 답을 하려고 한다.
"모르겠습니다."
"다만 인사(HR)에 관련된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을까요?"
인사라는 일을 고민하고 만들고 운영하고 개선하는 Opellie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