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람, 장소, 환대

사람이라는 존재의 의미에 대하여

by Opellie

매번 읽을 때마다 새삼 알게 되는 사실은 인문학이란 참 어렵다.라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름 숫자보다는 글이 좀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말이죠. 어쩌면 이러한 인문학 책을 한 창 졸릴 아침과 저녁 지하철에서 본다는 것이 어쩌면 맞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책을 볼까 라는 생각에 두리번거리다 눈에 들어온 아이가 김현경 님의 '사람, 장소, 환대'라는 책입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고 있는 우리들에 대해 우리 자신을 포함한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 장소와 환대라는 두 키워드로 조금은 익숙지 않은, 그러나 충분히 새겨봄직한 의미로 해석해주는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 소개를 시작합니다.


도서명 : 사람, 장소, 환대

저 자 : 김현경 님

출판사 : 문학과 지성사


사람임은 일종의 자격이며,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이것이 사람과 인간이 다른 점이다. ~ 인간이라는 것은 자연적 사실의 문제이지, 사회적 인정의 문제가 아니다. p31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이 문장은 개인적으로 매우 인상 깊은 , 그리고 전체적으로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문장인 듯합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까요. 저저의 개념을 바탕으로 보면 우리 모두는 사회라는 공동체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 연결성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그 존재로서 인지하고 인정하는 과정의 연속이라 할 수 있겠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보다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라는 문장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문장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이라는 것은 사람으로 인정된다는 것, 다른 말로 하면 사회적 성원권을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p57
'순수와 위험'에서 더글러스는 더러움을 자리 place에 대한 관념과 연결시켰다. 더럽다는 것은 제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신발은 그 자체로는 더럽지 않지만 식탁 위에 두기에는 더럽다. 음식이 그 자체로 더러운 건 아니지만 밥그릇을 침실에 두거나 음식을 옷에 흘리면 더럽다.' ~

어느 자리에 '어울린다'라는 건 아마도 우리가 그 대상에 대해 그 대상이 수행해야 할 역할을 미리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규정해 놓은 그 역할이 가능한 영역에서 벗어나 다른 영역으로 이탈한 것에 대해 우리는 '더럽다'라고 판단을 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더러움을 "우리의 정상적인 분류 체계에서 밀려난 잔여적 범주"로 규정 p73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범주화는 사람에 적용함에 있어서는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겠죠. 사물은 말 그대로 특정한 역할 내지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집니다. 만들어지는 시점부터 그 역할을 염두에 두고 만들게 되겠죠. 하지만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특정한 기능을 수행할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운명'을 믿는 어느 누군가는 '그렇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존재하므로 우리는 사람을 이러한 범주화에 넣는 것을 전적으로 찬성하기는 다소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만일 이에 대해 찬성을 할 경우 최근 계속되는 인공지능에 대한 논란과 더불어 그들과 사람의 차이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밌는 점은 이 '더럽다'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럽다'는 말은 ~ 타자에 대한 미움과 두려움을 담고 있다. 그 말은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는 동시에 그러한 부정이 굳이 필요했음을 인정함으로써 그의 주체성을 역설적으로 인정한다. p80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명예란 어떤 사람이 행위를 통해 자신의 덕을 드러내 보였을 때 그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즉 명예는 그의 인격에 대해 무언가를 말해주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지, 그 자체로서 추구되어야 하는 선이 아니다. p93

명예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상기의 아리스토텔레스의 답에 많이 공감합니다. 우리는 항상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과 그것을 통해 부수적으로 얻게 되는 무언가를 구분해서 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HR에서 보상이란 부수적인 것이고 본질적인 것은 직무수행을 통한 성과와 성장이라는 점도 이와 유사한 원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는 다음의 저자의 이야기와도 맥을 같이 한다 할 수 있습니다.

상호작용 의례를 통하여 우리가 경의를 표하는 대상은 개인이 아니라 그의 인격이다. 다시 ㅁ말해 그의 안에 있는 '사회적인 것'이다. p115
신분 질서의 폐지는 신분 질서를 재생산하는 의례들이 법과 분리되어 문화나 관습, 또는 예절이라고 불리는 영역으로 들어감을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의례들의 힘이 당장 사라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p148

2017년 오늘날을 살고 있지만 이 문장을 마주하면서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1894년 갑오개혁으로 법제상의 신분제가 폐지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를 여러 모습으로 마주하고 있습니다. 최근 모 지역의 장애인 학교 설립에 대한 영상을 마주하면서 많이 속상했습니다. 겉으로는 병원시설의 건립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다름'에 대한 인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신분 질서'에 기반한 '의식'들이 남아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전히 장애 아동을 둔 부모님들이 무릎을 꿇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학교는 겉으로는 존중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경멸을 가르친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모욕하고, 가난한 아이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힘센 어른은 힘없는 아이들을 막 대해도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면서 말이다. 그래서 겉치레로 하는 말과 진짜 메시지를 구별할 만큼 영리해진 아이들은 자기보다 못한 아이를 경멸함으로써 학교의 가르침을 실천한다. p167

모든 학교가 다 그렇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에도 그런 선생님들도 있었지만 분명하게 아니라 말할 수 있는 선생님들도 있었습니다. 다만 이 이야기를 비단 '학교'에 국한시키지 않는다면 오늘날 우리가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는 , 요즘 특히나 많이 들려오는 , 아이들의 마음 아픈 이야기들이 무엇에서 시작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혹여나 학교에서 계신 분들께 이 문장의 소개로 본의 아니게 불편함을 드렸다면 사과를 드립니다.

지나친 감사는 나를 상대방보다 낮은 곳으로 떨어뜨리고 나의 의지를 그의 의지에 종속시킬 위험이 있다. p177

이 문장은 특히 사회에 나왔을 때 우리들의 자존감에 관련하여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 혹은 어떤 환경에서는 내 자신의 겸손함을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를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로 전달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겸손함과 배려는 우리가 지켜야 할 미덕이지만 때때로 우리는 그것이 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내 자신의 겸손함에 대해 그 겸손함이 일종의 포스를 풍길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더 배우고 생각하고 돌아보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물론 어렵지만 노력은 가능할 수 있겠죠.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것 또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것, 그가 편안하게 '사람'을 연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하여 그를 다시 한번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p193

일을 잘 못한다는 평가를 받던 친구가 있습니다. 그가 저와 같이 일할 기회를 마주했을 때 , 그리고 그가 왜 제가 그에게 잘해주는가? 에 대해 질문을 던졌을 때, 전 그가 일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습니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지금의 '환대'라는 개념이 적용되었던 사례로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이 '환대'에 대하여 우리가 타자에게 제공하면서 주의해야 할 점은 그에게 '자리를 주는 것'에 대해 우리가 정해놓은 , 그래서 정말 그대로만 해야 하는 자리를 그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그가 만들어갈 수 있는 자리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일 듯합니다. 최소한의 원칙 내의 재량을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독서와 대화 사이에는 아무런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독서는 또 다른 대화 - 비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화- 이기 때문이다. p200

일전에 '책을 읽는 방법 하나'라는 글에서도 이야기드린 것처럼 저는 책을 읽는 행위와 대화를 같은 개념으로 보는 이 문장에 동의합니다. 다만 비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화라는 점과 더불어 저자와 독자가 서로 단 한 번씩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대화와 다른 차이점이 있을 뿐입니다. 굳이 이러한 독서의 단점(?)이라면 책을 중고로 팔기가 어렵다는 점일 듯합니다.

모든 인간 생명은 출생과 더불어 사람이 된다.
신원을 묻지 않는 환대는 현대 사회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이다. p209

오늘날의 사회는 고대 로마처럼 특정인에 의해 사람으로서의 성원권 여부가 결정되는 사회가 아닙니다. 모든 인간은 출생과 더불어 사람이 되고, 그 사람으로서 국가라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며 최상의 법인 헌법에 부여된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가지는 존재가 됩니다. 어쩌면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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