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생각하는 사람의 생각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HR을 하면서 생각한 것'이라는 문장을 떠올려 봅니다. HR을 하면서 하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브런치에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이렇게 하나의 온전한 글을 쓴다는 건 참 힘들다는 생각도 합니다. 연결 지어 하나의 완성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건 여전히 무언가 부족함이 많음을 의미하겠죠. 가벼워 보이지만 조금은 무거울 수도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소개를 시작합니다.
도서명: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영화자서전
저 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판사: 바다출판사
어떻게든 다른 연출가들과 구별되는 작품을 만들려고 하면 "네 자기만족을 위해 방송이 있는 게 아니야" "너의 개성이나 작가성은 필요 없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p61
HR이란 본래 HR담당자의 자기만족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HR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위아래의 모든 구성원들이 HR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HR의 목적은 더 이상 HR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물론 개인 생각입니다.) 지나온 시간에 자기만족을 위해 HR을 해오는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솔직히 이야기드리면 저도 가끔 제가 만들어 놓은 보고서를 보면서 혼자 좋아서 몇 번씩 반복해서 들여다본 경험도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구성원이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작품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그냥 이름없는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 사이의 균형을 잡는 일을 중요하게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인 듯합니다.
'우연히 내가 카메라를 드는 쪽이 되었고 당신이 찍히는 쪽이 되었지만, 그로써 만들어지는 작품 혹은 프로그램에서 서로의 노력으로 뜻깊은 공적 장소와 공적 시간을 창출해 나가는 것, 그것이 방송이다.'라는 사고방식이 만약 성립한다면 취재자와 피취재자가 대립하지 않고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방송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p75
기업이라는 하나의 조직에서 우연히 저는 HR담당자로 일을 하고 있고 누군가는 경영진의 역할을 수행하고, 누군가는 다른 직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기업이라는 하나의 공동체는 서로의 노력으로 만들어가는 '뜻깊은 공적 장소와 공적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가 성립한다면 사용자 vs. 노동자의 대립구도가 아닌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기업이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을 우리는 조직문화라 부를 수 있고, 따라서 조직문화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핵심가치 몇 개를 만들었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위와 같은 철학이 우리 사회의 기업들에 퍼질 수 있길 바랍니다.
그래서 배두나에게 어떻게 했는지 물었더니 "벽을 보고 있었어요. 꼭대기까지 올라갔을 때 시선의 높이가 어디인지 확인한 뒤, 좀 내려갔다 싶으면 그만큼 발을 들어 올렸지요"라고 했습니다. p243
같은 역할을 수행해도 누군가는 배운 그대로만을 생각하고 누군가는 그 역할을 수행하는 목적을 생각합니다. 전자는 정해진 대로 할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의 다양한 변수들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반면 후자는 변수들이 주어졌을 때 그 목적을 생각하고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찾아냅니다. 그래서 우리는 후자를 프로라 말합니다. 프로가 되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지금 하는 행동의 이유 내지 의미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 문장을 보면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런 생각을 했으니 저도 후자가 되도록 좀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이처럼 저에게 영화제란 배움의 장이기도 합니다. 특히 다른 나라의 감독들과 대화를 나누면 일본이 처해 있는 상황이 얼마나 특이한지가 보이고, 제 작품이 외국인 눈에 어떻게 비칠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p288
제 브런치에서 '배움'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사견임을 빌어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는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대상들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우리 자신이 가지지 못한 다른 경험이나 모습, 의미들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다름'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혹은 생각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더 잘 배우기 위해서 '다름'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남깁니다.
주제는 디테일을 채우는 가운데 태어난다. p374
이 문장을 보면서 '아~' 하는 탄식을 합니다. 사실 많은 주제들은 우리들의 행동이 모여서 만들어가는 결과물이나 모습들을 통해 비로소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우리가 실무를 하면서 최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만들어 내고 그 데이터로부터 의미를 도출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하죠. 그러고 보면 우리는 이게 참 잘 안됩니다. 데이터를 만들어 독점하는 것이 힘이라는 분도 있고, 새로운 데이터나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을 주저하는 경우도 종종 마주합니다. 디테일은 주제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오디션을 본 어느 배우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그 배우에 맞게 각본을 다시 수정한다는 책의 내용처럼 말이죠.
제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을 안다거나 그의 영화를 좀 봤다면 이 책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한 분야에 대하여 정말 좋아하고 그 분야에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하는 , 그래서 노력하는 한 사람으로서 저자의 이야기는 조금은 어색한 문장이지만 책을 통해 솔직하게 전달되는 책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자서전의 형식인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떠오르게 하는 책입니다. 언젠가 저도 'HRM을 하며 생각한 것'에 대해 좀 더 진솔하게 이야기해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